3L을 아시나요?
3L을 아시나요?
  • 김영명 원장
  • 승인 2018.11.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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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사에서 3김(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시대가 있었다. 한때 충남 공주에는 3박이 있었다. 박찬호, 박세리, 박동진 명창을 가리켜 3박이라고 했다. 한신대에도 3김 시대가 활짝 꽃핀 적이 있다. 구약학의 김이곤, 신약학의 김창락, 조직신학의 김경재를 가리키는 말이다. 메모지 등 사소한 사무용품부터 전기통신, 의료, 자동차 용품에 이르기까지 온갖 제품을 만드는 3M이 있다. 이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의 수를 사장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한다.

기독교 신앙과 신학에 3L이 있다. 그것은 예수의 나사렛 선언(눅 4:17-19)에 나타난 변방(주변부)의 신학, 즉 3L(Last, Lost, Least)의 신학을 말한다. 꼴찌가 으뜸이 되는 것, 잃어버린 자를 찾아나서는 것, 지극히 작은 자에게 베푼 것이 예수를 대접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최근 한국 교회가 명성교회 문제로 인해 더욱 뜨거운 관심과 질타를 당하고 있다. 3L을 조금이라도 따랐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우리 시대의 큰 스승 신영복 선생이 남긴 저술 중에 『변방을 찾아서』(돌베개)가 있다. 신영복 선생이 직접 자신의 글씨가 있는 곳을 답사하고, 그 글씨가 쓰인 유래와 글씨의 의미, 그리고 글씨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풀어낸 글이다. 변방은 창조의 공간이며, 새로운 역사로 도래할 중심임을 보여주는 글이다. 예수도 중심 예루살렘이 아니라 변방 갈릴리에서 주로 활동했다.

세계적인 한국인 신학자로 미국에서 활동했던 3인방이 있다. 이정용, 박승호, 전용호 교수다. 우연하게도 이들은 감리교 신학자이고, 1940년 이전 출생이다. 요즘에는 유수의 한국인 신학자가 미국에서 활동한다. 이정용 박사는 역(易)의 신학자로 유명한데, 그의 주요 저술 가운데 『마지널리티』(포이에마)가 있다. 그는 주변성marginality에 근거한 새로운 신학을 제안한다. 주변성은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다. 주변성은 예수의 본질이고, 주변이 예수의 삶과 사역의 현장이고, 예수를 따르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머물러야 할 자리라는 것이다.

나는 현재 강원도에 살고 있다. 서울 살이를 20여 년 하다가 내려온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강원도는 대한민국에서 변방 중에 으뜸이다. 가끔 보면 오히려 제주도보다 더 변방이 아닐까 여겨진다. 강원도 변방을 생각하면 마음이 움추러 들다가도 3L을 생각하면 위로가 되고 힘이 난다. 또한 한국 교회의 영성은 산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지 않던가! 미르체아 엘리아데는 “산은 우주의 배꼽이고 기원의 장소”라고 했다. 한국이 산이 많지만 그중에 제일은 강원도가 아니던가! 모세가 시내산에서 단독으로 하나님을 만나고, 히브리 백성은 시내산에서 태동했다.

강원도 (출처 : 픽사베이)
강원도 (출처 : 픽사베이)

강원도는 산이 있어 강원도이며, 따라서 기도와 계시의 땅이다. 해방 이전 한국의 산 기도처로 백산 산성기도처, 금강산 기도처, 정주 오고동약수터 기도처, 서울 삼각산 기도처가 유명했다. 해방 이후 본격적인 기도원이 설립된 것은 강원도 철원군 갈말면 군탄리 기독교대한수도원이다. 감리교의 박경룡 목사와 유재헌 목사가 본격적으로 1945년 8월(1940년 10월에 기도 비밀 결사를 함)에 시작해서 전진 원장이 한국 영성 운동의 큰 맥을 형성한 곳이다. 강원도는 앞으로 통일 한국이 되면 한반도 중심으로서 큰 역할을 감당하게 될 민족의 수원지다. 올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평화의 물꼬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바티칸을 방문해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고 나서 교황이 평양을 방문하게 되는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기대하고 기원한다.

강원도 하면 뭐니뭐니해도 감자가 대명사가 되어 있다. 그래서 강원도 사람을 ‘감자바위’라고 한다. 감자와 옥수수로 대변되는 농산물을 생산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강원도 사람들의 소박하고 착한 심성을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중심, 배꼽이라는 양구도 있고, 강원도는 서울에 가깝지만, 강원도는 철저한 변방(변두리)이다. 변방에서 새로운 것이 나옴을 성서와 역사는 증언한다. 예수는 제자들을 중심 예루살렘이 아니라 변방 갈릴리에서 불러서 예수 운동을 전개했다.

감자바위는 기독교의 단순한 신앙, 소박한 삶의 영성을 상징한다고 나는 본다. 복잡한 이 세상 속에서 단순한 삶의 영성은 교회와 세상을 새롭게 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다. 우리 문화유산 답사의 붐을 일으킨 유홍준 교수에 의해 널리 알려진 조선시대의 한 문인의 말이 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지금 강원도는 주말과 휴일에 설악산과 오대산 그리고 치악산 등 명산 단풍을 즐기는 인파로 붐빈다. 깊어가는 가을에 강원도의 아름다운 가을 풍광도 누리고, 강원도의 역사와 기독교 유산을 둘러보면서 신앙과 인식 지평이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홍천 한서 남궁억기념관, 춘천중앙교회 이덕수 묘비, 순교자 강종근 목사의 철원교회와 대한수도원, 장흥교회 서기훈 목사 순교기념비, 원주 기독병원 양관, 삼척제일교회와 천곡교회 최인규 권사 순교기념비, 고성 화진포의 셔우드 홀 별장(김일성 별장) 등의 감리교 유적지와 횡성 풍수원성당, 원주 원동성당과 원주의 예수인 무위당 장일순 선생 유적지, 신림 용소막성당과 가나안농군학교, 태백 예수원, 양양 라브리 공동체, 개신교 수녀원인 화천 성빈수녀원 등 가톨릭과 개신교 유적지가 곳곳에 있다. 깊어가는 가을에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3L의 신앙과 신학을 보여준 신앙의 선배들을 만났으면 한다.

 

김영명(삼원서원 원장,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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