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카카오 카풀과 택시는 공생할 수 없을까?
[이슈] 카카오 카풀과 택시는 공생할 수 없을까?
  • 황재혁 기자
  • 승인 2018.10.24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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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전으로 승자독식사회가 가속화 되는 건 아닌지 우려

지난 18일 광화문 앞에 수천 명의 택시 노동자들이 모여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이 결의대회는 ‘카카오 티 카풀’ 출시에 대한 택시업계의 조직적인 반발로부터 비롯되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은 대기업 카카오의 카풀 진출을 허용하는 정부와 택시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카카오를 성토했다. 과연 카카오 카풀과 택시는 공생할 수 없을까? 카카오 카풀은 한국사회에 공유경제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성장통인가? 카카오 카풀과 택시업계의 대립은 산업혁명 이후로부터 시작된 과학기술과 현장 노동자와의 갈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택시 노동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택시 노동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기계를 파괴한 러다이트 운동

러다이트 운동(Luddism)은 기계 파괴 운동으로 알려진 산업혁명의 산물로, 영국 최초의 공장화된 조직 노동 운동이라는 의의를 가진다. 그것은 시작 당시 비밀 결사의 형태를 취했고 1812년에 절정을 이루었다. 실존 인물인지조차 애매한 전설적인 인물인 네드 러드(Ned Ludd) 장군의 편지가 1811년 노팅검에 있는 고용주들에게 보내졌으며, 임금 삭감과 비숙련 노동자 고용에 분개한 노동자들이 밤에 공장에 침입해 새로 들여온 기계를 파괴했다. 3주 안에 200개가 넘는 기계가 파괴되었다. 영국 정부는 이러한 러다이트 운동을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사형에 처하려고 했지만, 영국의 문학가 바이런은 러다이트 운동에 크게 자극받아 ‘러다이트들을 위한 노래’를 부르며 그들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애썼다.

산업혁명 시기에 노동 계급은 보편적으로 존재를 부인당했으며 일종의 소모품으로 여겨졌다. 19세기에 기계의 등장으로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박탈당한 노동자들이 몰래 기계를 파괴한 러다이트 운동과 21세기에 카카오 카풀의 출시에 대한 반발로 택시 노동자들이 운행을 거부한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다르지만, 그 본질은 상당히 비슷하다. 산업혁명 이래로 과학기술의 발전은 누군가의 생존권을 항상 위협했음을 두 사건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제1차 산업혁명과 달리 제4차 산업혁명은 ‘공유와 연결’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b)는 바로 ‘공유와 연결’의 가치를 지향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예다.

우버와 비슷한 카풀 서비스

2010년에 처음 시작된 우버는 2017년 기준으로 76개국 570여 개로 진출한 세계적인 P2P 기업이다. 뉴욕에서 운행 중인 우버택시가 뉴욕의 명물인 옐로캡을 앞질렀을 정도로, 우버의 영향력은 가히 압도적이다. 우버는 공유경제에서 출발했다. 공유경제는 재화나 공간, 경험과 재능을 다수의 개인이 협업을 통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잉여의 자산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나눠 쓰는 네트워크 기반의 운송사업 모델이다. 그러나 경신대 김병오 교수는 ‘우버택시와 유상운송금지에 대한 연구’라는 그의 논문에서 우버가 단순히 기사와 승객을 알선하고, 중개하는 수준을 넘어서 여객운수 사업의 가격을 결정하고 유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우버는 영업면허를 따지 않고 여객운송서비스를 하는 운수사업체라고 평가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카카오 카풀 허용 문제도, 우버 허용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카풀 서비스는 택시 영업면허 없이 자가용 자동차로 돈을 버는 형태이다. 이는 자가용 차량으로 유사택시 영업을 하여 불법판정을 받은 우버와 서비스 행태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카카오 독식사회 우려

카카오톡은 이미 대한민국 대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가 된 지 오래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수많은 파생 상품이 등장했고, 이제 카카오 택시를 넘어서 카카오 카풀까지 등장할 예정이다.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는 대기업 카카오가 평범한 서민이 대다수인 택시 노동자들의 생존권까지 침해한다고 성토가 이어졌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사업모델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로 인해 대한민국이 ‘승자독식사회’가 되어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이 제4차 산업혁명의 세계적인 흐름 속에 뒤처지지 않고, 사회의 부가 한쪽으로 지나치게 편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이야 말로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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