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5번에 나타난 죽음과 부활, 그리고 최후의 승리 이야기
베토벤 교향곡 5번에 나타난 죽음과 부활, 그리고 최후의 승리 이야기
  • 박상욱 목사
  • 승인 2018.10.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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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교향곡 5번(일명 운명)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일 것이다. 클래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그 시작을 들으면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음악에 담긴 이야기는 나 개인은 물론 독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교향곡 5번 (이하 5번)의 형식적 특이점은 4악장인데 일반적으로 4악장은 론도 형식을 취한 반면 베토벤은 1악장 형식인 소나타 알레그로 형식을 다시 사용한다. 이는 어떤 형식을 우연히 혹은 재미 삼아 사용했다기보다는 그가 생각한 이야기의 전개에서 이 형식이 매우 요긴하였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5번의 조성의 흐름은 악장에 따라 c단조 – A♭장조 – G – C장조 로 되어 있다. 이 조성의 흐름은 매우 흥미로운데 C-A♭-G 구조는 그리스 시대부터 이어지는 음악적 상징으로 죽음을 상징한다. 이러한 죽음 뒤에 C장조라는 승리의 조성을 사용함으로서 죽음에 대한 승리로서 기본적인 틀을 만들고 있다.

1악장은 c단조로 시작한다. 이는 매우 심각한 분쟁 혹은 혼돈의 상태인데 여기에 우리가 잘 아는 ‘따다다 단’하는 매우 빠르고 불안정한 주제로 이 분쟁의 상태를 격하게 표현한다. 이런 심각한 분쟁이 소개된 다음 나타나는 2주제는 E♭장조에서 나타나는데 이는 영웅적인 기도, 삼위일체를 향한 기도의 성격을 가지는 조다. 그리고 주제의 리듬은 장중한 4분 음표가 이어진다. 이는 격렬한 분쟁의 상황에서 영웅적 기도 혹은 의분으로 일어나 삼위일체 하나님의 도움을 청하고 이 분쟁의 상황에 대항하여 분연히 일어나는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영웅의 출정은 성공적이지 않다. 1악장 뒤로 가면서 나타나는 분쟁의 주제는 영웅의 주제를 압도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완전히 분쟁이 승리하는 모습을 나타냄으로 악장을 마친다.

2악장은 1악장에서 분쟁이 승리한 결과를 보여준다. 우선 A♭장조는 당시 죽음 혹은 무덤을 의미했다. 여기에 매우 아름답게 나타나는 주제는 내적으로 3박자에서 제2박이 강조되는 사라방드(Saraband) 리듬을 가진다. 사라방드 리듬은 죽음을 의미하는 바로크 춤곡이었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 2악장은 죽음 혹은 무덤을 상징하거나 장송 행진곡 류의 음악을 만든다. 여기에 따라오는 리토르넬로(Ritornello)는 군인의 장례식에 나타나는 조곡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이를 통해 2악장은 영웅의 장례식을 그리는 악장이 된다.

3악장은 악보로 보면 c단조로 시작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 악장을 G장조/단조로 소개했다. 이유는 이 악장이 시작할 때 들려야 하는 음산한 주제는 사실 거의 들리지 않는다. 처음 들리는 음정은 호른과 함께 유니즌으로 나타나는 G음정이다. 그 바로 앞에 나타나는 F#과 함께 이 악장의 처음은 마치 g단조처럼 들린다. 이후 다시 나타나는 c단조의 제 1주제는 장례가 끝난 공동묘지에서 음산하게 춤추는 정령들을 묘사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강하게 나타나는 호른의 울림은 매끈하거나 부드럽지 않다. 그리고 이어지는 ‘빰빰빰 빰’하는 리듬의 형태는 1악장의 분쟁의 주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이는 매우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귀신들의 소리 지름으로 역할을 한다. 스케르초라는 익살스러운 춤곡의 형식과 함께 이 악장은 여러 정령들이 무덤 주변을 떠돌며 자신들의 승리 (1악장에 나타난 분쟁의 승리)를 축하하며 떠들썩하게 노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악장의 끝으로 가면서 마치 새벽이 다가오는 듯한 모습의 팀파니 울림이 아주 길게 나타나는 지점이다. 이 울림이 나타나며 정령들의 움직임은 잦아들며 매우 조심스럽게 무언가 나타날 것 같은 긴장감을 보인다. 그리고 어떠한 휴식도 없이 4악장의 주제가 폭발하듯 나타나 음악적 줄거리의 전환을 이룬다.

4악장은 C장조로 군사적 승리 혹은 그 기쁨을 나타내는 조성을 취한다. 그런대 재미있는 것은 4악장 첫 주제의 음정들이 2악장 1주제 – 즉 죽음을 나타냈던 주제의 하반부의 음정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같은 음정을 사용하지만 모든 관악기가 함께 이 웅장한 주제를 유니즌으로 연주하고 현악기에 나타나는 당시 전장에서 울리던 행진 북소리 같은 음형은 무덤이 터지고 영웅이 부활하여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는데 이 전쟁은 1악장의 분쟁을 물리치고 남음이 있는 엄청난 폭발이다. 이는 누구도 뚫을 수 없는 무덤 혹은 죽음의 무게를 파괴하고 남을 폭발력을 가지는 영웅의 부활을 보인다. 하지만 이 부활로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4악장 2주제는 다시 1악장의 분쟁의 주제와 같은 ‘다다다단’하는 리듬을 가진다. 특히 이 주제는 소나타 형식의 중간 부분인 발전부에서 슬픔 혹은 불안정한 형태의 조옮김을 거듭하며 영웅의 부활 이후 또 다른 전쟁이 있음을 나타낸다 하겠다.

일반적으로 1주제의 웅장함에 따라오는 축하의 춤 정도로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지만 본 필자의 연구에서는 이를 단순히 축하의 춤으로 볼 수만 없는 부분이 많이 나타났다. 이렇게 형성된 두 번째 분쟁은 최후의 전쟁을 상징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최후의 전쟁 후 재현부에 이르러 다시 부활의 주제가 나타나 모든 분쟁을 물리치고 최후의 승리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음악의 이야기를 만들던 이들이 5번 작곡 당시 베토벤이 청력을 거의 완벽하게 잃고 자신의 운명을 생각하며 어떠한 운명이 와도 이겨낼 것이라는 베토벤 자신의 다짐 혹은 운명에 맞서는 용기로 해석해왔다. 틀리지 않다. 하지만 음악적 내용을 다시 살폈을 때 단순히 운명에 맞서리라는 다짐을 넘어 죽음에 완전히 패한 것처럼 보이는 현실에서 부활로 그리고 최후의 승리로 이어지는 작곡가의 신앙고백이 담겨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었다. 5번은 엄밀히 말해서 교향곡 안의 4개의 악장이 하나의 이야기 혹은 고백을 전개하는 오페라 같은 하나의 기악곡으로 통합성을 이룬다. 물론 이 곡이 종교곡이라 할 수는 없지만 작곡가의 최후 승리를 염원하며 그에 동참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고백으로 볼 때 이 곡에 담긴 염원이 믿는 이들의 최후 승리를 향한 기도와 다르지 않는 기도로 자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박상욱 목사

DMA 합창지휘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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