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순례] 용서와 화해가 필요한 나라
[독서순례] 용서와 화해가 필요한 나라
  • 황재혁 기자
  • 승인 2018.10.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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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연구원의 ‘용서와 화해에 대한 성찰’

지난 8월 출간된 한반도평화연구원의 ‘용서와 화해에 대한 성찰’은 한반도평화연구원총서로 만들어진 14번째 책이다. 이 책은 신학, 법학, 문학, 정치외교학 전공자들이 각각 용서와 화해를 기독교적으로 성찰한 소논문을 한권으로 모은 것이다. 이 책의 1부는 ‘용서와 화해에 대한 성찰’에 관한 소논문 4개를 담고 있고, 2부는 ‘한반도에서의 용서와 화해’를 다루는 소논문 4개를 담고 있다.

 

 

분단된 한반도에 살아가고 있는 일반 국민은 불가피하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으며 살아간다. 이 말은 누구나 크고 작은 ‘분단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분단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에 중요한 것은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화해와 용서는 정의를 은폐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값싼 화해와 용서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화해와 용서를 구현하기 위해 더욱더 끈질기게 정의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화해와 용서를 구현하는데 필수적인 정의는 ‘응보적 정의’가 아니라 ‘회복적 정의’라고 볼 수 있다. 전우택 교수는 ‘응보적 정의’와 ‘회복적 정의’를 이렇게 정의한다.

“응보적 정의(retributive justice)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통하여 정의가 이루어진다고 본다. 응보적 정의에서는 정확한 처벌이 모든 것의 최종 해결책이 된다. 그러나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에서는 징벌이나 처벌이 최종 해결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불화의 치유, 불균형의 시정, 깨진 관계의 회복, 희생자와 범죄자 모두의 복권 추구가 주된 관심사이다.” (58쪽)

실상 남과 북의 실타래처럼 꼬인 과거사는 ‘응보적 정의’로만 풀기 어렵다. 피해자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70년가량의 분단세월 동안 때로는 남측이 가해자가 되고 북측이 피해자가 되기도 했으며, 북측이 가해자가 되고 남측이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한반도의 화해와 용서를 이야기할 때 불가피하게 ‘회복적 정의’를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런데 한반도에서 화해와 용서를 생각할 때 또 고려해야 되는 북측의 현실이 있다. 그것은 북측에는 기본적으로 화해와 용서란 개념이 매우 희박하다는 사실이다. 탈북자 출신의 목회상담 전문가 김경숙 교수는 북한사회가 “적대적 세력에 대한 일체의 관용과 용서가 배제된 사회로 천백배의 복수와 응징이라는 문화 위에서 구조화된 적대적으로 용서가 불가능한 사회”라고 평가하며, “용서하지 못하는 북한사람 모두가 정치적 폭력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라고 말했다. 2018년 한해는 그동안 냉각된 남북관계가 해빙되면서 가능하면 남북이 서로의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앞으로 남북 교류가 늘어나면서, 서로가 원하지 않는 모습을 접할 때 남측과 북측은 서로의 이질성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남측과 북측이 서로의 이질성을 넘어서는 화해와 용서를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것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분단된 독일이 하나 된지 20년 가까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화해와 용서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만큼 말이다. 우리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 화해와 용서의 시간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상의 독서는 그 자체가 기도이며, 구원의 여정이며, 진리를 향한 순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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