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가구의 겨울을 책임지는 연탄은행 허기복 목사
10만 가구의 겨울을 책임지는 연탄은행 허기복 목사
  • 권은주 기자
  • 승인 2018.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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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연탄 때는 곳이 나의 교구”
전국 31곳 밥상공동체ˑ연탄은행, 이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넘어 북한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빈곤층은 약 15만 가구다. 이중 10만 가구는 월 소득 20만 원 미만으로 도움이 절실한 상태다. 매해 겨울이 오면 한 장에 700원 하는 연탄을 구하기도, 나르기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20년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가 있다. 밥상공동체와 연탄은행의 대표를 맡고 있는 허기복 목사다.

밥상공동체ˑ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
밥상공동체ˑ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

허 목사는 1994년 서울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그 당시 그의 꿈은 대형교회 목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3년 계획으로 오지 사역 경험을 쌓고자 원주에 교회를 세웠다. 대형교회로 가기 위한 발걸음이었지만 하나님은 그의 이름처럼 그가 있는 곳에 있는 사람들이 복을 받게 하는 통로로 그를 사용하셨다. 설교를 하지만 성도들의 삶을 몰랐던 그는 초등학교 상담교사로, 대학병원 봉사로 그 삶을 느껴보려 했다. 그러다가 IMF가 터져 많은 사업장이 문을 닫았고, 직업과 가정을 잃은 가장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허기복 목사가 사무실에서 연탄사역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허기복 목사가 사무실에서 연탄사역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 거리에서 한 노숙인이 점심을 못 먹었다며 허 목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돈을 받고 돌아가는 노숙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그의 마음에는 이런 물음이 떠올랐다. “만 원으로 허기는 달래겠지만 그다음은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이것은 허기복 책임이다”라는 말이 마음속에 퍼졌다. 그는 “내 이름처럼 내가 있는 터에 복을 끼쳐야 하는데 주변에 굶주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큰 책임감을 느꼈다”며 “그래서 내가 있는 곳 반경 4km 안에는 굶주리는 사람이 없게 해야겠다고 결단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밥상공동체다. 밥상공동체를 시작하며 그는 “이 사역은 교회와 상관없이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성도들에게도 교회 돈을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15일 금식 기도가 끝난 후 기적적으로 도시락 업체 관계자로부터 매일 300인분의 도시락을 지원받게 되어 1998년 4월 원주교 다리 아래에서 밥상공동체가 시작됐다.

10월 13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서울 연탄은행 개소식이 열렸다.
10월 13일 서울시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서울 연탄은행 재개식이 있었다.

그 이후 자연스럽게 시작된 것이 바로 연탄은행이었다.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을 후원하고 있던 지인이 연탄 사역도 해보면 어떻겠냐고 권면해 원주에 있는 가구들을 조사했다. 생활 능력이 안 돼 국가 보조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노인 분들을 보며 연탄은행을 만들었다. 한 평 공간에 합판으로 벽을 치고 연탄은행이라는 푯말을 붙였다. 그렇게 시작한 연탄은행은 현재 전국 31곳에 생겨 에너지 빈곤층 10만 가구의 겨울을 책임지고 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씀처럼 현재는 한국뿐 아니라 중동 아시아, 중국, 북한까지 사역 범위를 넓히고자 준비하고 있다.

이 활동을 허 목사는 “기독교시민운동”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밥상공동체ˑ연탄은행은 지역 교회 목회자가 리더가 되어 교회 성도 1명, 지역사회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회가 세상에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파트너십을 형성해 수평 구조로 활동한다”며 “교회는 리더십만 갖고 그것을 통해 사회와 이웃, 어려운 사람들을 섬기는 운동으로 가야 하나님 나라 운동이 되지 우리 교회 운동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10월 13일 서울 연탄은행 개소식 이후 봉사자들이 각 집으로 연탄을 나르고 있다.
10월 13일 서울 연탄은행 재개식 이후 봉사자들이 각 집으로 연탄을 나르고 있다.

교회의 활동이 아닌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활동을 벌여 나가니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게 좋아졌다. 교회 성장을 위한 봉사가 아닌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의 열매 또한 영혼 구원의 열매로 아름답게 맺혔다. 허 목사는 “노숙인 분들에게 교회 이름을 말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알고 찾아와 예배를 드리더라”며 “나중에는 이분들의 수가 더 많아져 할 수 없이 이분들을 위해 연탄교회를 세웠다”고 말했다. 허 목사의 꿈은 한국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마음으로 첫 발을 내딛은 곳이 키리키즈스탄이다. 전국 31개 연탄은행이 힘을 모아 키리키즈스탄에 연탄교회를 개척했다. 허 목사는 “후원을 받고 있는 이웃들이 힘을 모아 5천만 원을 모았다. 그 돈으로 더 어려운 키리키즈스탄에 연탄교회를 만든 것”이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대형교회 담임이 꿈이었던 허기복 목사는 지금 하고 있는 사역은 대형교회도 못 쫓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웨슬리가 전 세계가 자신의 교구라고 말했던 것처럼 나에게는 연탄을 때는 중앙아시아가 연탄 가족”이라며 “앞으로 중앙아시아와 중국, 북한에 밥상공동체와 연탄은행이 세워지기를 기도하며 준비할 것”이라고 힘차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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