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에서 기독교 교육의 뿌리를 내리다
대치동에서 기독교 교육의 뿌리를 내리다
  • 김찬주 지역기자
  • 승인 2018.09.2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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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교회 최현기 목사

입시 교육의 메카 대치동은 주택가 골목에도 학원 간판이 수없이 많다. 상가 건물이 도열한 큰길가가 아닌데도 말이다. 일반인의 눈에는 저 많은 학원들이 다 운영이 될까 걱정스러울 정도다. 자녀 교육에 열성 있는 학부모라면 대치동으로 이사하는 것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 것이다. 기독교인들의 가정에서는 어떨까? 하늘의 하나님과 땅의 이웃들을 사랑하고 섬기는 것 외에 다른 아무 생각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현실은 현실이다. 학력 위주의 사회에 살면서 학교 진학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입시를 나 몰라라 하고 살 수는 없다. 다만 가치관이 달라서 생각하고 선택하는 기준이 세상과 다를 뿐이다. 자녀들에게 세상의 기준이 아닌 하나님 말씀의 기준을 가르쳐서 세상을 이기고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 주어야 하는 것이 입시 전쟁의 현실에서 기독교인 부모들이 져야 하는 또 하나의 짐이다. 세상이 원하는 대로 살아간다면 이런 부가적인 짐은 필요 없다. 우리가 예수 믿기 때문에, 하나님을 알기 때문에,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 기준을 가르쳐야 할까?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이상 주입식 교육은 쓸데가 없다. 가치관이란 그대로 살아야만 가치관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 하예성에서 만난 최현기 목사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 하예성에서 만난 최현기 목사

그 어려운 난제를 ‘살아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한’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풀어가고 있는 교회가 있다. 대치동 포도나무교회다. 세상의 가치관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동네, 입시 전쟁의 현장 대치동에 자리잡은 지는 4년이 됐다. 그 동안 무리져서 들고나는 성도들로 몸살을 앓았지만 이제는 최현기 목사, 이민주 사모 부부와 비전을 공유하는 젊은 부부들과 청년들이 자리를 잡아주었다. 어린아이들까지 합해 60명 가까이 된다. 포도나무인 예수님께 단단히 잘 붙어있는 가지가 되어 자기 삶과 인성에 열매 맺는 크리스천이 되자는 뜻에서 포도나무교회라 이름 짓고 개척한 지는 5년이 되었다. 포도나무교회는 흔히 통합예배로 알려져 있는 ‘온세대예배’를 드린다. ‘여운학 장로의 303 성경 암송’으로 전교인이 성경을 암송하고 주일의 설교와 소그룹 모임과 가정예배까지 같은 구절의 같은 성경 말씀을 주제로 진행한다. ‘303 비전’이란 30년을 한 세대로, 3세대에 걸친 성경 암송 교육을 통해 앞으로의 한국교회 100년을 예비한다는 비전이다.

여운학 장로님의 303 비전 강의를 마치고 교인들과 함께.
여운학 장로님의 303 비전 강의를 마치고 교인들과 함께 찍었다.

온세대예배를 드리는 이유에 대해 최 목사는 “예배 드리는 것과 삶을 살아가는 것은 가르쳐서 되는 일이 아니라 부모의 예배드리는 모습, 이웃과 더불어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듣고 배우면서 체득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식교육은 학교에서, 신앙교육은 교회에서’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며 주일학교는 교회가 없는 선교지에서 믿지 않는 부모 밑에 자라는 아이들에게 신앙을 가르치기 위한 것으로는 필요하겠지만 부모와 함께 신앙 생활할 수 있는 교인들의 가정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 1회 한 시간도 못 되는 그 시간에 아이들이 신앙을 배우면 얼마나 배우고 듣고 기억하는 것은 얼마이겠는가. 그 작고 작은 겨자씨같은 말씀 한 마디, 심령에 새겨진 이미지 하나가 그 사람의 인생에서 후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될 지는 오직 하나님만이 아시는 비밀이겠지만 그렇다고 많이 뿌릴 수 있는데 일부러 적게 뿌릴 이유는 없지 않은가. 최현기 목사는 바른 기독교 교육을 위해 할 수 있는 최고 최선의 것을 힘을 다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림절에 초에 불을 붙이면서 예배를 통해 절기의 의미를 배우는 포도나무교회 어린이
대림절에 초에 불을 붙이면서
예배를 통해 절기의 의미를 배우는 포도나무교회 어린이
어린이 모두에게 차례가 돌아간다.
한 주마다 초가 하나씩 늘어 어린이 모두에게 차례가 돌아간다.

포도나무교회는 예전을 중요시한다. 종교개혁 시대에 껍데기뿐인 성례에 대한 반감에서 예배 때마다 드리던 성찬의 예식을 대폭 축소했다. 그 바람에 개신교는 말씀으로 돌아가는 수확은 얻었지만 동시에 중요한 기독교의 전통까지도 버리는 우를 범하게 되었다. 최현기 목사는 그 중 대표적으로 피해를 입은 부분인 예전을 회복하고 초대교회 예배의 본질을 회복하고자 한다. 매 주일 예배 때마다 베푸는 성찬식이 바로 그런 의미에서 세워졌다. 예전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도 신앙의 교육을 위한 측면이 크다. 예전은 전통이 전수되는 곳으로 모방을 통해 종교적 태도와 품성을 배울 수 있는 자리이며 예배를 통한 감동이 형상화 된 것이며 기독교 공동체가 갖는 역사의 가치들이 표현되고 구체화 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최목사는 예배를 통해 이런 기독교의 전통과 가치관이 전해지며 다음 세대의 교육이 이루어지기를 원한다. 성찬식은 포도나무교회의 가장 큰 전통으로 말씀 암송과 함께 교회를 특징짓는 두 큰 기둥으로 세워지고 있다.

기독교의 역사와 전통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성찬식을 가톨릭만의 것으로 오해하여 “여기는 성당 같다”며 한두 번 와보고 떠나기도 한다. 그러나 최현기 목사는 개신교 대표 신학교 중 하나인 총신대학교 신학과를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서울 삼일교회에서 6년간 부목사로 섬겼다. 당시 교계 스타급이었던 담임목사에게 인정받고 교인들에게 사랑받는 잘 나가는 교역자였다. 삼일교회를 사임하고 상하이연합교회에서 또 6년간 부목사로 섬긴 후 안식년을 지내러 들어왔다가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에서 성경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그런 과정 속에서 하나님께서 개척에 마음을 주시어 포도나무교회를 시작했다.

최 목사는 예전을 무시하고 예배가 너무 설교에만 초점이 맞춰져 목사 중심으로 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배는 하나님께 드리는 것인데 목사가 너무 부각되고 설교 하나로 유명해지면 교인들이 모여들어 대형 교회가 되고 부를 축적하여 세습에 이르는 모든 악의 고리가 형성된다고 본다.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서 있는 목사는 돕는 사람이다. 하나님께 바른 예배를 드리도록 돕고 하나님을 바로 알도록 돕고 신앙의 공동체를 잘 형성하여 조화와 균형을 맞추고 살도록 돕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하나님의 나라를 구현하며 사는 것을 돕는 사람이다.

이렇게 성도들을 돕는 최 목사의 사역에 큰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 전임 교역자도 아니면서 전임 교역자처럼 교회를 위해 일하는 이민주 사모다. 이민주 사모는 홍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그것만으로도 교회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이 많건만 온세대예배를 드리는 교회를 위해 장신대 교육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을 다시 공부했다. 미술치료도 일 년 배웠었는데 그보다는 교육 쪽이 교회에 더 보탬이 되는 것 같다고 한다. 온 가족이 다같이 예배를 드리다가 설교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사모와 함께 까페로 간다.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춘 설교를 듣고 주제 활동을 통해 말씀을 익히고 다시 본당으로 내려가 어른들이 성찬 예식을 할 때 축복 기도를 받으면서 예배를 마친다.

이민주 사모는 이제 중학생이 된 딸과 5학년이 된 아들을 키우면서 얻은 경험으로 아이들을 돌본다. 최 목사와 사모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가정 예배를 드리고 말씀을 암송하게 하고 아빠가 만든 표창장으로 격려해가며 아이들을 키웠다. 이 사모는 홈스쿨링이나 크리스천 대안학교를 보내서 기독교를 믿는 가정의 아이들만 모아 놓고 ‘우리끼리’만의 문화를 만드는 것보다 세상 아이들과 섞여 살면서도 기독교의 가치관을 놓치지 않는 아이들로 키우기를 원한다. 아이들은 늘 세상에 물들어 오지만 그것을 말씀으로 바르게 교정해 주는 역할을 집에서 부모가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포도나무교회에선 부모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부모가 먼저 말씀으로 정비되어야 아이들을 바로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현기 목사는 본격적인 입시 전쟁으로 내몰리는 중고등 학생이 되면 입시가 최종 목표가 아닌 사람들끼리의 연대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안학교가 안 되면 최소한 대안 학원이나 교육협동조합 같은 것이라도 마음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보고 싶은 꿈이 있다.

카페 하예성에서 여명학교 아이들을 위한 파티를 했다.
카페 하예성에서 여명학교 아이들을 위한 파티를 했다.

포도나무교회가 감당하는 또 하나의 사역이 있다. 탈북청소년들이 다니는 여명학교를 후원하는 사역이다. 상하이연합교회에 있을 때 만난 집사님과의 인연으로 시작했는데 교회가 대치동으로 이사한 후에 보니 바로 가까이에 여명학교 기숙사가 있었다. 지금은 그 기숙사 아이들을 돌보고 돕는 역할을 한다. 큰 교회들처럼 학생 개개인에게 재정적인 후원을 해줄 수는 없지만 최 목사 부부가 상하이에 있었던 경험으로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어서 접촉점이 생기고 꾸준히 돌본 덕분에 두 명의 아이들이 세례를 받았다. 얼마 전에는 교회의 한 자매가 그 기숙사 사감으로 가게 되어서 앞으로의 사역이 더 기대가 된다고 한다.

하예성카페는 포도나무교회가 교인들과 지역 주민들 모두에게 유익을 주기 위해 운영한다.
하예성카페는 포도나무교회가
교인들과 지역 주민들 모두에게 유익을 주기 위해 운영한다.
10월부터는 주민들을 위한 인문학 읽기 모임이 시작될 에정이다.
10월부터는 주민들을 위한 인문학 읽기 모임이 시작될 에정이다.

포도나무교회가 들어 있는 곳은 한 건물의 80평 되는 지하로 19년째 교회로만 사용되어 왔다. 보증금과 월세가 계속 올라 재정적인 압박이 있지만 1층의 카페를 인수해서 수익 사업을 시작했다. 교회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의 기회도 되고 교육부서의 활동 공간도 확보할 겸 해서 시작했다. 기왕 카페를 시작했고 교회가 거기 있으니 교회가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고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10월부터는 독서모임을 시작한다. ‘카페에서 인문학 읽기’. 기독교적 색채는 전혀 없다. 전도를 목적으로 시작하는 일이 아니다. 주민들에게 유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연극으로 성경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성경의 이야기 속에 들어가 그 사건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귀한 체험이다.

포도나무 교회는 교회력을 중심으로 예배를 진행한다. 절기를 지낼 때마다 예식과 설교, 체험적인 교육 활동으로 절기의 의미를 가르치고 그것이 몸으로 습득되게 해줄 여러 방편들을 연구한다. 요즘엔 연극과 목각 인형극을 시도하고 있다. 포도나무교회는 기독교의 기초가 없는 어른들에게도 유익한 배움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세대를 위한 기독교 교육에 뜻을 두고 펼쳐가는 최현기 목사의 목회 사역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열매를 맺게 될지 자못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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