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만 해도 에너지의 99퍼센트를 수입했던 덴마크는 현재 에너지 자급률이 145%다. 이 놀라운 기록의 원동력은 바로 풍력발전에 있다. 덴마크는 1973년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성장 전략을 국가정책으로 세웠고, 원자력을 포기하는 대신 덴마크의 풍부한 바람에서 에너지원을 찾아 곳곳에 풍력발전기를 세웠다.
덴마크의 풍력 발전기는 대부분 공기업에서 맡고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을 통해 주민들이 마을에 발전기를 세운 곳이 있다. 코펜하겐 중심가에서 30여 분 기차를 타고 교외로 나가면 비도우레(Hvidovre) 해안가에 높이가 150미터나 되는 커다란 풍력발전기 세 대가 돌아가고 있다. 이 중 한 개는 이 마을 주민이 주인이다.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비도우레 풍력 협동조합은 2007년에 설립됐다. 현재는 2,200명의 조합원 중 437명이 지역 주민이다.
처음 덴마크 국영 에너지 회사인 동(Dong)이 비도우레 시에 풍력발전기를 세우려 했을 때 주민들의 반대가 거셌다. 발전기를 돌리는 소음이 심하기 때문이다. 이때,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곳이 바로 비도우레 풍력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이 나서서 시민들을 설득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그 덕분에 지역 주민이 주인이 되는 풍력발전기를 마을에 설치할 수 있었다.
조합원인 주민들은 풍력발전기를 통해 환경보호에 기여하면서 돈도 벌 수 있어서 현재는 만족도가 꽤 높다. 정부 입장에서도 별다른 반발 없이 발전 시설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유치해 주니 서로 좋은 입장이 된다. 이 풍력 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이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국가와 시민이 긴밀하게 협조할 수 있는 좋은 기업 방식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비도우레 풍력 협동조합의 이사 에릭 크리스티안손은 미델그룬데(Middelgrunden) 풍력 협동조합의 이사이기도 하다. 1997년 설립된 이 협동조합은 바다 한가운데 10기의 풍력발전기를 소유하고 있다. 환경에 관심을 둔 코펜하겐 시민 8,600명이 이 미델그룬덴 협동조합의 소유주다. 투자자가 시민이니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은 특정 기업의 주주가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코펜하겐 시민에게 되돌아가는 것이다. 크리스티안손은 “협동조합으로 하면 다양한 사람들이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일하기 때문에 열심히 한다. 주민에게 내가 이 지역사회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함께 열정을 심어주는 것”이라면서 “경제조직으로 말한다면 내 모든 경제행위에 대한 책임감이 협동조합의 정신”이라고 정의했다.
협동조합, 참 좋다(푸른지식)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