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인데
구월인데
  • 지형은 목사
  • 승인 2018.09.1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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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한국 교회의 죄악을 다 징계하지 마시고
구약의 유월절 때 이스라엘 집을 넘으셨던 것처럼
한국 교회를 넘으셔서 은혜로 구원해 주시기를 갈망한다"

유월절, 기독교 신앙에서 참으로 중요한 사건이며 심장과 같은 절기다. 유월절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삼대 절기 중 하나인데, 나머지 두 개의 절기 곧 칠칠절과 초막절의 토대가 된다.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날을 기념하는 절기가 유월절이다. 기독교 신앙으로 해석하면 죄와 사망의 권세에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다. 구약의 많은 사건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과 관련하여 신약에서 이루어지는 구원의 모형이다. 이런 점에서 유월절은 기독교 신앙의 중심적인 사건이다.

유월절(逾越節)의 한자어는 넘는다는 뜻이다. 넘을 유(逾), 넘을 월(越)이다. 출애굽 때의 열 가지 재앙 중에서 마지막이 애굽의 모든 사람과 짐승의 첫 태생을 죽이는 것이었다. 하나님의 심판이 닥치는 그날 밤, 죽음의 재앙이 이스라엘 사람의 집에는 들어가지 않고 넘어가셨다. 하나님의 은혜다. 그날 밤 애굽의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무슨 확고하고 깊은 믿음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오합지졸이었다. 변덕스럽고 천박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들을 봐주셨고 구원하셨다.

구월이다. 일 년의 흐름을 달별로 보면 가을이 시작되는 달이다. 지독하게 더웠던 여름이어서 구월이 더더욱 고맙고 반갑다. 가을바람이 이토록 좋은 것인지 새삼스럽다. 그러나 지금 한국 교회의 구월은 계절의 정취를 감상할 상황이 아니다. 대부분의 교단들 총회가 열리는 달이 구월이다. 교단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교단들이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어느 교단은 교단 신학교 이사 전원이 해임되고 관선 이사가 파송된 상황이고 또 어느 교단은 교단장 문제와 연관하여 오랫동안 교단 내부의 갈등이 극심하고 사회법 소송은 이미 다반사가 되었다.

한국 교계의 구월에서 무엇보다 초대형 사안은 명성교회 문제다. 장로교 통합 교단에는 엄연히 목회의 세습을 금지하는 법이 있다. 그런데도 명성교회가 속해 있는 노회에서 세습을 인정했고 더 나아가 총회 재판국에서도 세습에 손을 들어줬다. 교단이 들끓고 있다. 교계가 심각하게 술렁이고 있다. 장로회신학대학의 신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 사회 전체에서도 주목받는 이슈가 되었다. 기독교 교회가 이만큼 부끄러웠던 적이 또 있었던가. 복음의 자존감이 이토록 땅이 떨어진 적이 또 있었던가. 일제 강점기의 신사참배 수용에 비견된다. 이천년 기독교 역사에 있었던 가장 심각한 타락 곧 성직매매의 현대판이다.

구월(九月), 이 단어의 한자어를 바꾸어 본다. 구월(救越), 구원할 구(救)에 넘을 월(越)이다.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의 죄악을 다 징계하지 마시고 구약의 유월절 때 이스라엘 집을 넘으셨던 것처럼 한국 교회를 넘으셔서 은혜로 구원해 주시기를 갈망한다는 조어다. 지금 한국 교회에 하나님께서 대견스럽게 보실 만한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우리 모습을 근거로 하나님께 요청할 만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은혜다. 올 가을이 참 심란하다. 구월인데, 이 구월(九月)은 구월(救越)일까. 그러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지형은 목사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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