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가 있는 성만찬
주제가 있는 성만찬
  • 김한호 목사
  • 승인 2018.09.20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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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과 포도주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사랑과 섬김의 보혈,
지금 이곳에 부어진 살아있는 은혜의 보혈을 나누는 것이다."

초대교회는 신약성경의 첫 책이 기록되기 전, 공관복음서에 성만찬 제정의 말씀이 주어지기 훨씬 전부터 약 30여 년 동안 주님의 만찬을 행해왔다. 예루살렘 교회는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는’(행 2:46) 일을 계속하였다. 당시 삶의 공동체는 식사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다. 어떤 공동체 안에서의 식사는 자신의 위치를 나타내는 것이어서 오늘날보다 더 중요시했다. 식사를 함께하는 일은 예수님의 중요한 사역 중의 하나였다. 이런 자리에서 예수님은 죄인들, 불쌍한 사람들,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에게 하나님나라를 전하셨다. 약자와 죄인을 하나님과 연결시키셨다. 이 식사의 자리에서 보여주신 모습이 ‘디아코니아’이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성찬식은 어떠한가? 한국교회 핵심적 성찬신학은 ‘이신칭의(以信稱義)’와 ‘인의론(認義論)’이다.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롬 1:17)는 믿음의 강조가 문제는 아니지만, 믿음만 강조하다 보니 섬김의 행위가 소홀해진다. 죄의 용서라는 엄숙한 분위기의 권위적인 성찬식은 반쪽짜리 성찬이다. 예수님의 성만찬은 모든 계층의 사람들과 은혜를 나누신 사랑의 섬김이었다. 성찬식은 사랑과 섬김의 자리였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죄 사함을 기리는 대속의 의미와 함께 섬기는 사랑의 의미가 있다. 성찬식에서 사람들은 치유와 하나님의 사랑을 느낀다. ‘성찬’과 ‘섬김’은 분리되지 않고 행해져야 한다. 성찬 속에 깊은 사랑의 섬김이 담겨야 한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담는 것이 ‘디아코니아 성만찬’이다.

디아코니아 성찬식 : 사랑의 섬김을 담는 주제가 있는 성만찬

춘천동부교회의 성찬식은 ‘이신칭의’(以信稱義)에 치우친 엄숙한 성찬식을 지양하고 탈권위주의적 분위기를 지향한다. 성만찬 본래의 제정 취지에 맞게 ‘식탁에서 섬기는 자’로 사회적인 약자와 모든 계층의 사람들을 섬겨주신 그리스도의 정신(사랑)을 따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테면, 탈권위주의적 디아코니아 성만찬을 이루기 위해 모든 교역자와 장로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성만찬에 참여한다. ‘디아코니아(διακονια, diakonia)’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식탁에서 시중들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주님의 은혜를 찢겨진 떡과 부어진 잔의 예식을 통해서만 느낄 뿐 아니라 성찬 위원들의 섬기는 모습을 통해서도 보게 된다.

또한, 성만찬 집례 시에 장애인들이나 몸이 불편한 분들이 먼저 성만찬에 참여하게 한다. 비록 작은 부분이지만, 디아코니아 정신을 놓치지 않고 실천적인 의지로 실행해온 일들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디아코니아 정신을 보다 가시적으로 확인하며, ‘서로 섬김’의 자각과 ‘따뜻한 공동체 의식’을 성만찬에 참여하는 모든 성도들이 함께 나눈다. 떡과 포도주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사랑과 섬김의 보혈, 지금 이곳에 부어진 살아있는 은혜의 보혈을 나누는 것이다.

이렇게 성찬식에 참여한 성도들은 성만찬 제정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게,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으로 인한 죄의 용서와 그 섭리에 대한 확신뿐만 아니라 거룩한 성만찬에 참여한 자로서 그리스도로부터 세상을 섬기는 소명을 받고 세상과 자기 삶의 자리로 돌아간다. 섬김의 디아코니아 성만찬을 통해 새롭게 부여된 ‘섬기는 자로서의 사명’을 부여받은 거룩한 파송이다. 이것이 디아코니아 성찬식으로 더해지는 새로운 가치이며, 주제가 있는 성만찬의 근본 취지다.

끝으로, 주제가 있는 성만찬의 핵심 포인트는 ‘주제를 생각하는 참여’에 있다. 생각의 주제는 디아코니아적 가치들이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모든 약자들, 독거노인이나 외국인 노동자들, 소년소녀 가장, 주위의 불우한 이웃들과 북한이탈주민 등 우리 주위에 함께하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여러 삶의 어려움을 갖고 사는 이들을 생각하며 성찬에 참여한다. 나 자신만의 은혜를 위한 성만찬이 아닌 우리 모두의 성만찬을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나누는 것이 ‘주제가 있는 디아코니아 성만찬’의 외침이자 간절한 바람이다.

김한호 목사

장로회신학대학교 (Th.B.)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M.Div.)
독일 하이델베르그 대학교 Diplom-Diakoniewissenschaftler, 실천신학 박사과정
독일 오스나부룩대학교 실천신학박사(디아코니아 전공) Ph.D.
서울장신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장신대학교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장로회신학대학교 초빙교수
춘천동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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