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볼로냐에 있는 그라나롤로는 낙농 협동조합 ‘그란라테(granlatte)'가 세운 낙농기업이다. 비상장 주식회사로 주식의 80퍼센트를 그란라테 조합원이 소유하고 있다. 그라나롤로는 이탈리아에서 우유 시장점유율 1위, 요구르트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조합원은 1,000여명으로 이들이 그라나롤로에 우유를 납품하면 여기에서 우유를 가공해 요구르트, 치즈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수익은 조합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세운 이 회사의 주요 기능은 제품 품질을 고르게 유지하고, 출하 가격을 조정하는 일이다. 법에서 정한 기준보다 더 엄격하게 품질관리를 한다. 모든 수치가 일정한 기준을 넘어야 우유를 수집한다. 그라나롤로는 이탈리아에서 유일하게 우유 생산의 전 과정을 감독하고 있다. 소가 위생적인 물을 먹는지, 어떤 환경에서 사육되는지 구체적으로 점검한다. 동물의 건강 상태를 검사해 보증서를 발급하기도 한다. 또 우유와 유제품 생산자를 추적할 수 있게 함으로 소비자에게 신뢰를 쌓는다. 좋은 품질의 원유를 생산한 낙농가에게 높은 가격을 책정해주니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고, 낙농가는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게 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2008년 경제위기에도 그라나롤로는 살아남았다. 홍보 담당 미리암 피노키아로는 “경제위기에도 그라나롤로는 한 사람도 실직하지 않았다”며 “협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정신이 일자리를 지키고 사람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임금이 더 높은 다른 회사에서 이직해 온 사람이 꽤 많다. 야후 이탈리아에서 일하다 이 회사로 이직한 클라우디아 실바니는 “협동조합 기업은 일반 기업과 문화가 다르다. 이전 회사에서는 개인 간 경쟁이 무척 심했고, 업무량도 많았다”며 “반면, 여기는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서로 힘을 합해 여유롭게 일하면서도 좋은 품질을 유지하는 것, 그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협동조합 기업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사회적 책임’이다. 그라나롤로 또한 이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아프리카 밀크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그들이 돕고 있는 탄자니아는 분유를 물에 타서 어린아이에게 먹이는데, 안전한 물이 부족해 위생 상태가 좋지 않다. 그래서 멸균된 우유를 아이들에게 마시게 할 방법을 찾자는 운동이 밀크 프로젝트다. 2004년부터 10년 계획으로 탄자니아 농민을 교육해 낙농 기술을 전파하고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을 돕고 있다.
협동조합, 참 좋다(푸른지식)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