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했다. 그 전날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4차 방북계획을 발표하고 불과 하루사이에 그 일정이 취소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북이 비핵화와 관련되어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빈손 방문’이 될 것 같아,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직접 북한을 방문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물론 이번 방북 취소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갑자기 그 회담을 취소했던 것과 비슷한 ‘전술상의 후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방북 취소는 지난 7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 당시에 김정은 위원장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직접 만나주지도 않고 아무런 성과도 없었던 것이 더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추측된다.
누군가가 보낸 심부름꾼을 환대하는 것은 심부름꾼을 환대하는 것을 넘어 그를 보낸 이를 환대하는 것이다. 고린도전서를 보면 에베소에 있는 사도 바울은 고린도로 자신의 영적 아들인 디모데를 보낸다. 그 당시 고린도는 수많은 영적 문제로 갈기갈기 찢겨진 상태였기에 디모데는 고린도로 나아가 사도 바울의 뜻을 직접 전달한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16장에서 고린도교회 교인들에게 디모데를 아껴달라고 당부한다.
아무도 그를 업수이 여기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그가 나에게 돌아올 때 당신들의 축복 속에 오도록 그를 보내십시오. 나는 그가 다른 믿는 사람들과 함께 올 것을 기대합니다. (고전 16:11, 평양말 성경)
평양말 성경에서는 사도 바울이 고린도교회 교인들에게 “그를 업수이 여기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라고 부탁한다. 함경도 사투리로 ‘업수이보다’는 ‘깔보다’, ‘얕보다’라는 뜻이다. 평양말 성경에서 ‘업수이보다’라고 번역된 헬라어 단어는 ‘엑스우테네오’인데, 이는 ‘경멸하다’, ‘멸시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 당시 사도 바울 입장에서는 고린도교회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그가 보낸 디모데가 그곳에서 존중받고 환대받기를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그들이 디모데를 환대한다는 것은 곧 사도 바울을 환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대를 업수이 여기면 그 관계가 어그러지기 마련이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런데 하물며 국가를 대표해서 간 사람을 업수이 여긴다면 이는 외교상 큰 결례가 될 수 있다. 상호불신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북미 간에 서로를 더 존귀히 여겨야 한다. 상대를 업수이 여기면 판이 깨진다. 섣부른 실수로 여기까지 힘들게 조성한 ‘평화의 판’을 깨지 않도록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