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칼럼] 쓸모 있는 인생과 버림 받는 인생, 과전이하(瓜田李下)의 고사(古史)
[주필칼럼] 쓸모 있는 인생과 버림 받는 인생, 과전이하(瓜田李下)의 고사(古史)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18.08.22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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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평가는 사후에 내려진다.
이 세상 어떤 사람도 남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 평가는 하나님이 내리시는 몫"

어느 시골마을에 같은 날, 두 집에서 초상이 났다. 죽은 사람 중에서 한 집은 노인이고 한 집은 젊은이였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노인의 죽음은 슬퍼하면서도 젊은이의 죽음에 대해서는 ‘잘됐네’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노인은 제 나이에 죽었지만 선한 일하며,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았고, 젊은이는 20대에 죽었지만 남을 괴롭히고 못된 일만 하다가 죽었다. 똑같은 인생을 살면서 누구는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누구는 사람들에게 욕이나 먹고 가는 것이다.

쓸모 있는 인생과 버림받은 인생이 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 땅에 보내실 때는 분명한 목적이 있으셨다. 그것은 예수님의 사랑을 근거한 희생적 삶이다. 필자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타인을 위해 얼마나 희생하고 있는지 자문 해 보았다. 한국교회가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의식전환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에 합당한 구체적인 행위가 따라야한다. 무엇보다도, 믿는 자 개개인에게 철저한 자성과 회개, 낮아짐과 비움, 나눔과 섬김, 헌신과 희생이 지금보다도 더 많이 요구된다. 또, 한국교회의 전체가 복음의 정신과 비전을 공유하고 교류하는 연결망, 구축이 화급하다. 나아가 한국교회의 미래를 예측하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다음세대를 위한 중장단기 종합기본계획이 수립, 실행되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한다. 지금의 위기는 한국교회가 새롭게 도약하고 하나님의 쓰임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미래학자들의 예측은 2045년에는 기독교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때 가봐야 하겠지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믿는 자들이 각성해야한다. 교세가 커지면 세속의 풍조에 밀려서 세상적인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교회지도자들이 있다. 그런 가치에 밀려다니는가 싶어서 씁쓸할 때가 있다.

과전이하란 고사가 있다. 당나라 문종 때 진사를 지낸 서예가 유공권이란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문종이 “요사이 항간에 조정이 하는 일에 비평이나 불만을 갖는 점이 있는지 아오” 하고 물었다. 유공권이 거리낌 없이 “폐하,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문종이 “그것이 무엇이냐”고 되묻자. 유공권은 “곽민이 비령 이라는 지방의 주관(책임자)으로 등용된데 대해 반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라고 답했다. 문종이 “태후의 계부로서 청백하고 과실이 없을 뿐 아니라 능력이 있는 자라 내 생각으로는 하찮은 관직을 준 게 아닌가하고 생각하고 있노라”하자 유공권은 “그동안 공적으로 봐서는 그 자리에 임명하는 것이 부당하기 보다는 그의 두 딸을 입궁시킨 뒤 얻은 벼슬이 아니냐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문종이 “두 딸은 사촌언니인 태후를 만나러 들어 온 것이지 결코 후궁을 삼으려는 것이 아니다”고 변명하였으나 유공권은 “과전이하의 행위를 어떻게 집집마다 주지시킬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던 것이다. 이 말은 일찍이 악부고제(樂府古題)라는 책의 군자행(君子行)편에 있는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이란 싯귀(詩句)로 외밭을 걸을 때는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남에게 의심받을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남이 보는 데서는 어진 체 하고 남이 안 보는 데서는 악을 서슴치 않으며 거짓과 의심받을 일을 다반사로 여기고 언행을 삼가지 않는데서 질서가 문란해지고 인심이 흉흉해 지는 것 이 아닌가싶다고 말했다.

오늘날 교회도 마찬가지다. 믿는 자들이 더 많은 잘못을 저지른다고 하는 세평(世評)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기분 나빠하지 말고 믿는 사람답게 기도하면서 스스로 고쳐 나아가야 한다. 사람의 평가는 사후에 내려진다. 이 세상 어떤 사람도 남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 평가는 하나님이 내리시는 몫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아끼며 소장하고 있는 네루다의 시집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편의 절망의 노래’는 1990년에 산 것이다. 이제는 한 장 한 장의 시집 갈피가 가을 나뭇잎처럼 되고 말았다.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손바닥 안에서 바스락거리다 부서질 것 같다. 네루다의 시집은 헤진 옷소매처럼 닳고 낡았지만 시 정신만은 야생 그대로의 그것으로 살아 있다. 그래서 소중히 다룬다. 책 한권의 대접도 이렇거늘 사람도 쓸모 있는 인생과 버림받는 인생이 있으니 가치 있게 살다가 소중한 대접 받으며 주님 곁으로 가야한다.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CBS재단이사
NCCK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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