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어머니께서는 종종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도대체 맛있는 음식이 없다. 생선도 이전처럼 맛있지 않고, 나물도 나물냄새도 나지 않는구나. 내 입맛이 바뀐 건지... 도무지 맛난 음식이 없어.. 내가 늙어서 그런가?”
어머니의 연로함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적 나물들은 각자의 독특한 향이 살아 있어서 멀리서도 내음이 진동했던 것 같은데, 꽤 오래전부터 나물들의 향이 약해진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입에 넣고 씹어도,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도 그렇게 강한 향이 나지 않습니다. 우리 생태계가 변화되면서 땅도 오염되고, 공기도 더러워지고, 하늘도 탁해지면서 모든 생물들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눈앞의 편리함만 쫓아가고 당장의 맛만 쫓아 살다보니 그것이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돌아왔습니다.
우리가 지금 행하는 모든 일들이 훗날 우리에게로 다시 돌아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보냈던 신호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되어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농부이자 철학자이며 시인이자 소설가인 웬델 베리(Wendell Berry)는 그의 저서 <온 삶을 먹다>에서 먹는다는 행위에 주목합니다. 또한 음식을 먹으면서 그 먹거리를 누가 어떻게 생산하는지, 어떻게 그 먹거리가 망가져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오늘을 지적합니다.
먹는 것만큼 인간에게 중요하고 성스러운 일이 없다고까지 말합니다. 음식은 우리의 생명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생명의 근원을 훼손하는 그 모든 일은 지극히 부정하고 부정의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베리는 “책임 있게 먹으라.”고 주문합니다.
목회현장 역시 먹거리와 가까이 있는 곳입니다. 성찬에서 공동식사에 이르기까지 생명 되신 주님을 기억합니다. 이미 시작된 움직임이 이제는 꽃피울 수 있도록 노력을 모아야 할 때라고 봅니다. 대표적 환경운동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는 생태정의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활동 가운데 하나는 ‘녹색교회’인데, 이는 교회의 예배, 교육, 봉사, 운영 등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에 있어서 하나님의 창조질서 보전하는 일에 참여하여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어가는 교회를 가리킵니다. 이 땅의 많은 교회들이 주님의 생명됨을 인정하고 우리에게 허락하신 지구공동체를 가꾸어 나가는 실천이 간절히 요청되는 때입니다. 우리가 매일매일 먹는 음식을 통해 생태정의를 실천할 수 있음을 기억하고 되뇌면서 살아가야 할 때입니다. 다시 먹거리에서부터 하나님과 이 땅의 정의를 꽃피워 봄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