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쳐서 보습을, 창을 쳐서 낫을
칼을 쳐서 보습을, 창을 쳐서 낫을
  • 유영식 박사
  • 승인 2018.08.30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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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구원의 큰 손을 펼 것이고...
각 사람이 자기 포도나무 아래와 자기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평화를 누릴 것"

2016년 노벨평화상은 반세기에 걸쳐 진행되던 콜롬비아 내전을 끝내는 평화협정을 이끌어낸 산토스 대통령이 수상했다. 2016년 9월 26일 산토스 대통령과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의 최고지도자 론도뇨가 평화협정문에 서명했다. 그렇게 해서 1964년 농민반란으로 시작된 길고 긴 콜롬비아 내전은 마침표가 찍혔다. 2017년 6월 27일 산토스와 론도뇨는 콜롬비아 중부 도시 메세타스에서 다시 만났다. 무장혁명군이 유엔에 약속한 무기 반납을 마무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의 만남에서 세계인들의 시선을 끌었던 상징적 행사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산토스 대통령이 AK-47 소총을 녹여 삽으로 만들어 론도뇨에게 기념품으로 건넨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생각할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올리는 성경말씀이 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든다’는 미가서 4장 3절 말씀이다. 미가 선지자는 이스라엘의 죄악을 말미암아 시온은 마치 갈아엎은 밭이 되고 예루살렘은 무더기가 될 것이지만, 하나님은 구원의 큰 손을 펼 것이고 그날이 되면 사람들은 그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고, 각 사람이 자기 포도나무 아래와 자기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평화를 누릴 것이라고 예언했다.

1953년 7월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남북한 사이에는 군사적 직접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상호 일정 간격을 유지한 완충지대, 즉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가 설정되었다. 비무장지대는 말 그대로 무장을 하지 않아야 하는 지대이다. 하지만 2018년 현재까지도 DMZ는 비무장지대가 아니라 최고의 첨단 무기들로 무장한, 세계 최대의 병력이, 세계에서 가장 근접하여, 세계에서 최장 기간 대치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무장지대가 되었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래서 연세대학교 박명림 교수는 비무장지대가 아니라 최무장지대(MMZ: Most-Militalized Zone)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지난 6월,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양국 정상의 합의에도 북미 양국은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북미 모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부재한 형국이다. 밀고 당기기와 시간 끌기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방법론으로 종전선언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종전선언은 1953년부터 65년간 지속해온 정전협정 체제에 마침표를 찍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기에 앞선 정치적인 선언이다. 북한은 동창리 핵실험장 폐기나,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유해송환 같은 초기단계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서 미국에 대해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종전선언으로 자신들이 비핵화에 나설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의 입장은 북한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하여 더 많은 선의의 성의를 보이라는 입장이다. 종전선언이 되면 정전체제를 관리해온 유엔군사령부의 역할과 지위가 변경될 것이고, 더 나아가 주한미군 문제로 영향이 끼칠 수 있는 만큼 만족할만한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종전선언 추진은 무리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또 만에 하나 북미협상이 좌초할 상황에 대비해 대북 군사행동 옵션을 살려 놓기 위해 종전선언에 신중한 편이다. 우리 내부적으로도 안보국방역량 축소를 중단하고, 대북 보복역량을 유지해야 한다는, 그리고 비핵화협상의 BATNA(협상결렬 대비책)로서 군사적 옵션까지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실 70년 걸린 한반도의 분쟁과 갈등이 몇 달 만에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무리다. 그러나 비록 정치적 선언일지라도, 더 이상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종전선언이 이루어진다면,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한반도평화가 더욱 힘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유영식 박사

경남대학교 박사(북한전공)
한교총 평화통일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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