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론’ 한국 사회와 같은 꼴인 명성교회 세습
‘수저론’ 한국 사회와 같은 꼴인 명성교회 세습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8.08.17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회의 공교회성으로 접근, ‘우리 일’로 여긴 한국사회
교회마저 사회와 같은 방식, 청년들에게 자괴감 안겨
한국교회 자성 필요, 희망을 찾는 새로운 기회로 여겨야

대한예수교장로회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이경희 재판국장)이 지난 7일 명성교회 세습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림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해 11월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위임식부터 시작된 관심은 교계를 넘어 사회로 퍼져있었다. 대형교회를 대기업과 동일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세습 반대에 대한 목소리는 커져가고 있다. 한국교회는 어떤 평가와 전망을 할 수 있을까? 서면을 통해 곽재욱 목사(동막교회), 유재무 목사(예장뉴스 발행인), 조주희 목사(성암교회)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의 판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곽재욱 : 우리가 여기서 ‘세습’의 개념을 ‘하드웨어 세습’과 ‘소프트웨어 세습’의 두 가지로 구분할 할 것을 제안한다. 전자를 ‘장비적 세습’이라고 한다면, 다른 하나는 후자는 ‘기능적 세습’이라고 할 것이다.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의 세습이 비판과 비난을 받는 것은 그 목회 세습의 내용이 하드웨어 세습, 즉 장비적 세습의 성격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과 맞물려 이해되는 것 같다. 우리 사회는 교회 뿐 만 아니라 모든 부와 권력이 세습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건국 70년 짧은 시간에 사회는 계급적으로 분화되었고 고착화되었다. 소위 ‘수저론’에 나타나있는 인식은 태어날 때부터 부와 교육과 사회적 신분이 결정되어 바뀌지 않는 역동성을 잃어버린 사회라는 인식이다. 그런데 교회마저 그와 같은 방식과 정서로 움직이니 이 사회가, 특히 청년들이 좌절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하나 목사는 이 사회의 청년들, 특히 자신을 흙수저라는 자괴감에 빠져있는 청년들에게 부정의의 죄를 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유재무 : 재판의 후유증이 예상보다 강하다. 그러나 재판국이 불공정 판단을 했다는 사유가 있다면 몰라도 선동에 불과하다. 헌법위반이라고만 하기도 어려운데 첫째는 26조 6항에 대한 100회기 총회 헌법해석위의 개정지시와 102회 헌법위(위원장: 이재팔 목사)의 문장의 명료화 지시(총회 임원회가 반려)가 나온 이상 법은 살아 있다고 하나 취지나 의미는 상실된 것이다. 둘째는 총회석상에서 재판관들이 탄핵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판결과정에서의 불법성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식은 안 된다. 일부 재판국원들의 자의 사임은 유감으로 책임 있는 재판국원의 자세로 함량미달이다. 셋째는 당석에서 헌법위반 사항의 위반이라고 재심국을 설치하는 길이다. 그러나 지교회나 목회자에 대한 사항은 총회소관이 아니라 노회관할이므로 동남노회가 정상화되어 해당 치리회의 정상화를 전제로 논의 중단을 요구하면 어쩔 도리는 없어 보인다. 그 외 계속 비난과 망신을 주고 교단 탈퇴를 강요해서 스스로 교단을 나가게 하는 방안인데 그것도 선동에 불과하다. 원고나 반대자들이 비판자가 아닌 심판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교만이고 또 다른 불법이다.

조주희 : 명성교회의 세습에 대한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재판국의 결정에 대한 파고가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교단에 속한 교회가 소속교단의 헌법을 어겼다고 하는 차원의 비판과 이것을 재판국이 주도했다고 하는 충격들이 지배적인 것은 사실이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한 교회의 문제가 왜 이렇게 한국 교회 전반과 한국 사회에 이런 반응들을 불러일으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것은 이 사건의 본질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사람들이 분노하고, 충격을 받고, 비판을 쏟아내는 이유는 명성교회의 사건이 바로 자신들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명성교회 사건을 다른 교회, 다른 목사의 일로 보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일로 이해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명성교회는 예장통합의 교회이고 예장통합에 속해 있는 다른 교회들은 명성교회를 다른 교회로 보지 않고 하나의 교회로 보는 시각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명성교회는 예장통합 교단 소속이지만 한국 교회 전체 속에 속해 있는 교단의 교회라는 점에서 다른 한국 교회들과 다른 교회가 아닌 것이다. 말하자면 공교회성과 관련된다. 더욱이 명성교회가 그동안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들을 위해 헌신해 온 아름다운 족적이 있기에 명성교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점 또한 작용하고 있다.

-명성교회 세습적법 판결 후 한국교회에 대한 전망은?

곽재욱 : 신학교, 목회자들 간에 엄청난 비난과 항의, 그리고 재심의 요구가 빗발치는 것을 듣고 있다. 그러나 재심 없다는 것이 지난 총회의 결정이었다. 이번 사건이 그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드러났다면 다시 총회에서 결정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번 결정한 것을 뒤집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법치가 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판결이 난 이 결정을 어떤 방식으로든 뒤집는다면 우리는 또 다른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재판국의 결정에 아쉬움이 있지만, 이미 내려진 결정이다. 내 생각에는 항간의 비난과 비판을 감안하여 명성교회가 교단을 탈퇴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편안한 솔루션이 아닌가 싶다. 명성교회는 절대적 지지율로 자신들의 목회자를 선택했고, 교단 재판국은 그것이 합법이었다는 판결을 했으니, 그 선택과 판결에 대해서 비난을 퍼붓는 것은 모두의 자유다. 그러나 그것을 실제로 뒤집는 어떤 액션이 취해진다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들어가고 또 다른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고 본다.

유재무 : 이 문제가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비판운동 이상은 교단에 대한 도전이다. 특히 재판국원들의 사태는 기회주의인 작태로 자기들만 살자는 비겁함이다. 판결을 안 하고 했다면 몰라도 패소하고 그렇게 한 것이 이 문제의 혼란을 가져온 것이다.

조주희 : 이를 풀기 위해서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나는 왜 교단총회가 세습을 반대하는 총회헌법을 세웠는지 통찰하여 조사로 나타나는 한 두 글자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그 법의 기본정신을 살려야 하는 것에 대한 준법적 차원과, 나머지 하나는 교회본질에 대한 재고라는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길을 모색했으면 한다.

첫 번째 방안에 대해서는 냉철한 이성적 차원에서 풀어가는 길이 모색되었으면 좋겠고 두 번째는 한국 교회가 함께 자성하는 차원에서 명성 교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 풍토가 가능하게 했던 적어도 한 교단 전체의 차원에서 함께 풀어가는 길을 모색했으면 한다. 이번 기회가 한국 교회에 아직도 자성적 기능이 작동되고 있으며, 한국 교회에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증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을 담아본다.

 

가스펠투데이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Array ( [0] => Array ( [0] => band [1] => 네이버밴드 [2] => checked [3] => checked ) [1] => Array ( [0] => talk [1] => 카카오톡 [2] => checked [3] => checked ) [2] => Array ( [0] => facebook [1] => 페이스북 [2] => checked [3] => checked ) [3] => Array ( [0] => story [1] => 카카오스토리 [2] => checked [3] => checked ) [4] => Array ( [0] => twitter [1] => 트위터 [2] => checked [3] => ) [5] => Array ( [0] => google [1] => 구글+ [2] => checked [3] => ) [6] => Array ( [0] => blog [1] => 네이버블로그 [2] => checked [3] => ) [7] => Array ( [0] => pholar [1] => 네이버폴라 [2] => checked [3] => ) [8] => Array ( [0] => pinterest [1] => 핀터레스트 [2] => checked [3] => ) [9] => Array ( [0] => http [1] => URL복사 [2] => checked [3]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제동 298-4 삼우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42-7447
  • 팩스 : 02-743-744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상현
  • 대표 이메일 : gospeltoday@daum.net
  • 명칭 : 가스펠투데이
  • 제호 : 가스펠투데이
  • 등록번호 : 서울 아 04929
  • 등록일 : 2018-1-11
  • 발행일 : 2018-2-5
  • 발행인 : 채영남
  • 편집인 : 박진석
  • 편집국장 : 류명
  • 가스펠투데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가스펠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ospeltoda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