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난민, 부족한 물자와 인력, 사회적 손길이 절실하다
로힝야족 난민, 부족한 물자와 인력, 사회적 손길이 절실하다
  • 김지운 객원기자
  • 승인 2018.02.05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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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어 가는데, 무엇이 더 중요한가요?”

로힝야족은 지금 이 순간에도 죽어가고 있다. 어렵게 미얀마에서 탈출한 난민들은 피난처로 택한 국가에서조차 정치와 외교적 문제로 외면을 당한다. UN과 국제 NGO가 활동하고 있지만 넘쳐나는 난민들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큰 난민캠프인 꾸뚜팔롱에서 정부의 허가아래 출입하며 구호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은 UN과 우리나라의 (사)지구촌구호개발연대가 유일하다. 본지는 지구촌구호개발연대의 상임이사 배태진 목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현지상황과 병원개원, 고아원 설립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중점으로 진행됐으며, 사역과정 전반적인 자료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여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사람이 죽어가는데, 무엇이 더 중요한가요?

보편적 인류애로 세워진 지구촌구호병원


1번 도로와 꾸투팔롱 캠프. 난민들의 표정 없는 얼굴에서 국제사회를 향한 무언의 외침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은 해질녘이 되면 강 건너에 있는 고향을 향해 말없이 바라본다.(사진제공=지구촌구호개발연대)
1번 도로와 꾸투팔롱 캠프. 난민들의 표정 없는 얼굴에서 국제사회를 향한 무언의 외침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은 해질녘이 되면 강 건너에 있는 고향을 향해 말없이 바라본다.(사진제공=지구촌구호개발연대)

 

방글라데시 1번 도로는 눈물을 삼킨다

콕스바자르에서 꾸뚜팔롱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1번 도로를 통해야만 한다. 얼마나 달렸을까? 마주치는 기나긴 행렬. 그들은 말없이 지나는 차량을 응시한다. 신음조차 나오지 않을 만큼 극심한 고통의 터널을 빠져 나온 탓일까?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그리고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분위기와 표정을 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강 건너 미얀마쪽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학살자를 피해 목숨을 걸고 있을까?

버마(미얀마)족과 로힝야족.
이들을 동일한 선상에 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이미 지나온 역사가 말을 해주고 있지 않은가? 이들은 모두가 현대사의 피해자였음에도, 한쪽은 필요에 의해 또 다른 가해자가 되었고 다른 한쪽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야 했다.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미얀마였건만, 군부는 민족주의와 종교적 이유를 들어 유독 로힝야족을 탄압하였다. 1982년 헌법개정을 통해 시민권을 박탈하고 불법이민자의 신분으로 만들어 재산과 노동력을 착취했다. 심지어 여행은 물론 결혼까지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할 만큼 통제 속에서 살아야 했다. 중세 왕정시대 노예의 21세기 현대판이라고나 할까?


인간의 기본 권리마저 박탈당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군부에 맞서거나 해외로 탈출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 군부에 맞서는 사람들은 반군이라는 굴레를 쓰고 죽어가야 했고, 탈출하는 사람들 역시 미얀마의 끈질긴 추적과 학살에 의해 죽어가야 했다. 유엔이 2012년 라카인주 유혈사태 이후 미얀마가 보인 행태에 대해 “인종청소의 교과서적인 사례로 보인다”고 지적할 만큼 처참을 넘어 비극의 현장에 서 있다.

 

꾸뚜팔롱은 이미 포화상태, 그리고 열악한 환경

로힝야족의 탈출 경로(자료제공=지구촌구호개발연대)
로힝야족의 탈출 경로(자료제공=지구촌구호개발연대)

2017년 8월 25일 이후 미얀마는 테러분자들을 토벌한다는 구실 아래 기다렸다는 듯이 로힝야인들에 대해 무차별적인 살상을 전개했다. 충돌과 살상 이후 9주간 동안 미얀마를 떠나 방글라데시로 향한 난민 숫자가 무려 62만명. 이전에 탈출한 30만명까지 합하면 92만명이 집단 난민촌에서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로서는 꾸뚜팔롱의 난민은 어려운 숙제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23일 미얀마 정부와 난민 송환에 합의했지만, 이후 제기되는 문제로 인해서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이 상황에서 제일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은 결국 난민들이다. 방글라데시 정부의 입장에서는 미얀마와의 협정에 따라 난민들의 지위는 임시적으로 거주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이로써 난민은 인간다운 삶과 생존권, 인권을 보장 받을 길이 요원해졌다.

 

묘지가 전해주는 아픔


캠프에 오르면 곳곳에 노천 묘지들이 보인다. 난민들은 미얀마를 탈출할 때 황급히 나온 탓에 먹을 것이 없었다. “기나긴 여정으로 어린 아이들부터 굶주림으로 고통 받다 쓰러져 죽어갔고, 이 아이들을 따로 매장한 것이 아니라 파 놓은 구덩이에 포개 넣어둔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가슴이 아프다 못해 시리도록 저려온다.
죽음의 행렬과 가장 아픈 죽음을 바라본 부모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자신의 자식을 땅에 묻을 때에 그들 가슴에 맺혔을 피눈물은 누가 닦아 줄 수 있겠는가? 지금은 유엔과 WFP(World Food Program)이 식량을 긴급히 공급해 아사 행렬은 어느 정도 멈추게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이들은 무덤을 바라보며 묻어둔 눈물을 말없이 삼키고 있다.

 

아무 것도 없다
천막촌 주변은 그야말로 황무지다. 방글라데시 정부가 대처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광야 같은 곳에 난민촌이 조성되어 사회기반시설을 갖출 수 없었다.

 

사회기반시설이 전혀 없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사진=지구촌구호개발연대)
사회기반시설이 전혀 없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사진=지구촌구호개발연대)
난민천막 사이 도처에서 우물을 파고 있다. 구멍을 뚫어 나온 물은 계속해서 흙탕물만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상수도와 하수도의 물이 함께 섞이는 구조 탓에 식수오염이 심각하다. 이들은 수인성 질병의 위험을 항상 안고 살아간다.(사진=지구촌구호개발연대)
난민천막 사이 도처에서 우물을 파고 있다. 구멍을 뚫어 나온 물은 계속해서 흙탕물만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상수도와 하수도의 물이 함께 섞이는 구조 탓에 식수오염이 심각하다. 이들은 수인성 질병의 위험을 항상 안고 살아간다.(사진=지구촌구호개발연대)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물이다. 물은 도처에 많이 있지만 정작 마실 물이 없다. 큰 문제는 상수도와 하수도가 서로 섞여 식수원을 심각하게 오염시킨다는 점이다. 배 목사는 “화장실도 난민촌 안에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난민촌 곳곳 아무데나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수인성 질병이 유행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구조인 셈입니다”라고 말하며 어느새 충혈된 눈에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실제로 지구촌글로벌구호개발연대가 다녀간 뒤에 디프테리아와 콜레라가 창궐해 260명의 어린이부터 희생되었다는 소식이 들을 수 있었다.


언제든지 질병이 발병할 위험을 안고 사는 난민캠프.
대안이 필요하지만 자본도 인력도 부족하다.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시설도 문제였다. 로힝야 겟토지역을 떠난 방글라데시 지역에 학교가 운영되고 있지만 ,정작 많은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단 한 개도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UN이나 세계 NGO들, 방글라데시 정부가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의 영역에까지 관심을 갖기 어려울 정도로 어렵다는 반증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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