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함이 없는 교회는 고통당하는 자가 없게 하는 것
부족함이 없는 교회는 고통당하는 자가 없게 하는 것
  • 김지운 기자
  • 승인 2018.08.16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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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들의 아버지 다문화커뮤니티 대표 도주명 목사
이주민들과 한국어 수업 후 식사를 통해 교제의 시간을 갖는다. 아래 왼쪽이 도주명 목사. 다문화커뮤니티 제공.
이주민들과 한국어 수업 후 식사를 통해 교제의 시간을 갖는다. 아래 왼쪽이 도주명 목사. 다문화커뮤니티 제공.

통계청의 2016년 자료에 의하면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은 204만9,441명. 우리나라 인구 4%에 이른다.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보고한 다문화가족 인구 추정치는 2020년에 74만3,416명. 2050년에는 216만4,886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한국사회도 다민족국가로 진입했다. 아쉽게도 한국사회에서 내국인과 이주민의 갈등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 편견과 왜곡은 차별과 혐오로 변하기 십상이다.

일방적이거나 상호간에 펼쳐진 갈등과 대립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이주민들에게 동정심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내국인과 똑같이 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분들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줄 모르기 때문에 배려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분들은 속된 말로 거지가 아니에요. 다 살만큼 삽니다.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 느리게 배려를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온교회 설립예배에는 라오스와 태국 출신의 결혼 이주여성들이 축하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다. 다문화커뮤니티 제공.
온교회 설립예배에는 라오스와 태국 출신의 결혼 이주여성들이 축하하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다. 다문화커뮤니티 제공.

다문화커뮤니티 대표 도주명 목사(51, 온교회)의 말이다.

도 목사는 과거 미국에서의 경험이 이주민 사역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992년 6월 장교로 전역한 직후 미국을 가게 됐고, 그 곳에서 철저한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도 목사는 당시 한국 사회에서 엘리트로 분류되는 사람이었다. 연세대 86학번, ROTC 장교 출신의 이력이 이를 증명한다. 당시 스스로도 자신만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여길 법도 하다.

그런 그가 겪은 미국에서의 경험은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지하철에서 자신의 옆에 자리가 있음에도 아무도 앉지 않더라는 것이다.

“93년도니까, 그 당시 아시안 계열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무시당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민교회에서의 일 년 간의 경험도 이방인의 삶을 그 누구보다도 자세히 엿볼 수 있었다.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명망이 있던 사람들도 미국사회에서는 그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한 채 이방인으로 살아가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도 목사는 이주민들을 가족으로 생각한다. 이주민들도 도 목사를 향해 주저 없이 ‘아빠’라고 부른다.

“얼마 전에 제 딸이 전북대 앞에 가게를 오픈했어요.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식당이에요.”

도 목사도 주저 없이 이주민을 향해 ‘딸’이라고 부르면서 자랑스러워했다. 그만큼 그들이 함께한 시간과 믿음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새해 첫 주일에 베트남 결혼 이주여성 3명과 내국인 1명이 세례를 받았다. 이들은 다문화커뮤니티와 온교회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한 구성원으로 자리잡아 간다. 다문화커뮤니티제공.
새해 첫 주일에 베트남 결혼 이주여성 3명과 내국인 1명이 세례를 받았다. 이들은 다문화커뮤니티와 온교회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한 구성원으로 자리잡아 간다. 다문화커뮤니티제공.

도 목사는 원래 농촌에서 목회하는 것이 꿈이었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좋아하셔서 신앙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영적인 체험을 하고 신앙생활을 하게 됐지요.”

1986년. 목회자가 되기 위해 연세대 신학과에 입학했지만, 80년대의 대부분 사람들이 경험했던 방황이 찾아왔다.

“대학 다닐 당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배우 우현씨가 대학 선배에요. 대학 이전의 신앙과 대학 다니면서 알게 되는 신앙 사이에 충돌이 생겼습니다. 당시 신앙인들이 시위에 많이 참여했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이 때부터 시작된 갈등과 고민은 10여년간 이어졌다. 군에 입대해서도, 미국에서 생활할 때도, 귀국 후에도 방황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만난 사람이 조은정 사모(51)다. 장교 복무 당시 만나서 1997년 4월 결혼할 때까지 도 목사 곁에서 든든히 지켜준 버팀목이다.

도 목사에게 먼저 좋아한다고 고백할 만큼 그를 신뢰했고 또 사랑한 힘이 아니었을까?

기나긴 방황 끝에 목회를 결정했을 때에도 조 사모는 “해야 할 때가 됐다”며 반가워했다고 전했다.

담임목사로 사역하다가 이주민 사역을 위해 사임 하겠다는 결정에도 “그렇게 해야 하면 해야지요. 나도 그게 옳다고 생각해요. 교회가 그래야지”라며 지지했다.

도 목사의 이주민 사역은 마음의 부채에서 비롯됐다고도 했다.

“한국사회가 병들어 있을 때, 그것을 말하지 못하고 침묵한 부끄러움. 또 알고 있으면서 나와 방법이 다르다며 외면했던 것들에 대한 부채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그가 스스로에게 세운 기준은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것’, ‘안하는 것’, ‘못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것이었다.

처음 담임목사로 청빙 받은 교회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즈음, 다문화 사역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주저 없이 다문화 사역을 결정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당시의 결정에 대해 도 목사는 “목양사역은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만, 당시 다문화 사역은 그야말로 사명감으로 하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다문화 사역 중 온 교회를 설립한 이유도 ‘부족함이 없는 교회’를 위해서였다.

“부족함이 없다는 것은 교회가 선교와 봉사의 사명을 감당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배공동체 교회가 세워지면 고통당하는 자들이 줄어야 맞겠지요. 초대교회에서 교회 설립이 세례교인 수가 아니라 고통 받는 자들의 수를 통해 판단했다는 것으로 볼 때 교회가 나아갈 방향은 분명해집니다”

부족함이 없다는 의미의 ‘온’

온교회와 다문화커뮤니티가 지향하는 사역이며 사명이다.

다문화의 편견 속에 사회의 주변에 있지 않고 한국사회로 편입해 들어온 이주민들을 보면서 보람을 갖는 도 목사. 또 한국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이주민에 대한 오해와 차별을 마주하며 그들을 한국인으로 세워간다.

“사명입니다. 사명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일자리가 아닌 봉사라고 생각하며 시작했던 그 때의 그 마음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님의 것과 하나님의 일을 위해 자비량으로 사역의 현장을 누비는 도 목사. 그와 마주한 이주민들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닌 우리의 이웃이며, 한국인이다.

금강하구둑 야유회에서. 다문화커뮤니티 제공.
금강하구둑 야유회에서. 다문화커뮤니티 제공.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기린대로 400-27

다문화커뮤니티, 온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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