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건강한 작은 교회’를 개척하다
두 번째 ‘건강한 작은 교회’를 개척하다
  • 김찬주 지역기자
  • 승인 2018.08.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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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무교회' 담임목사이며 '건강한작은교회동역센터' 공동대표인 이진오 목사

“한국교회 부흥의 시대는 끝났다” 고 용감히 선언한 목사가 있다. 인천 소래포구와 남동 공단 사이, 논현동 신도시에서 ‘세나무교회’로 모이는 공동체를 섬기는 이진오 목사다.

이진오 목사는 2017년에 출간한 그의 책 <재편>에서 결코 드러내지 않는 현대 교회 근저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갈파했다. “교회 성장과 대형화에는 세속적 성공과 성장을 추구하는 탐심과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신자는 목사를 신격화하고 우상화함으로 자신의 탐심과 욕망을 채우는 복을 받으려 하고, 목사는 신자를 속이고 이용해 자신의 탐심과 욕망을 이루는 도구로 삼았다. 이런 가운데 교회는 대형 마트가 되고, 대형 백화점이 되고, 부패한 정치 집단이 되었고, 목사는 율법주의적 교황이나, 소위 영적 무당이나, 성장을 견인하는 최고 경영자(CEO)로 전락했다.” 어쩌면 정작 해당 교회 문제의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그런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알면서 일부러 그렇게 해왔다면 그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다. 모르고 저질렀어도 문책을 면하기 어렵다. ‘무지가 곧 죄’이기 때문에.

이진오 목사
한국교회의 갈 길을 제시하는 '건강한작은교회동역센터' 공동대표이며 '세나무교회' 담임목사인 이진오 목사

이진오 목사는 ‘규모가 커지는 것’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 됨을 간파했다. 그것은 우리 안의 죄성 때문이다. 그래서 이진오 목사는 ‘건강한 작은 교회’를 추구한다. 이진오 목사가 주장하는 건강한 작은 교회는 큰 교회가 되려고 하다가 크지 못한 작은 교회가 아니다. 사실 한국교회는 80%가 이미 작은 교회들이다. 이진오 목사는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진실한 공동체, 일상의 제자도, 공공성, 공교회성을 추구하는 작은 교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우리 신앙도, 목회도, 교회 구조도 ‘재편’ 하는 것이 한국교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세나무교회’는 이진오 목사가 2011년 개척해 신자 수 약150명 정도로 성장한 ‘더함공동체교회’를 사임하고 새롭게 개척한 교회다. 세나무교회는 ‘교회는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 주님께 속한 삶을 살도록 가르치고 배우며 교제하는 곳’이라는 이 목사의 주장대로 스스로 성경을 읽고 깨우칠 수 있도록 배워가고 서로의 삶을 도닥이며 진실한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것을 지향한다. 또 일상의 삶에서 제자도를 행하며, 교회의 지역과 시대에 대한 공공성과 공교회성을 회복해가는 것을 추구한다.

세나무교회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한 자리에서 예배를 드리고 교회의 일을 의논하는 중요한 회의에도 청소년과 청년들이 모두 참여한다. 그렇게 교회의 교회됨을 몸으로 배우고 익히며 어른이 되어간다. 교회 이름에 사용한 ‘세나무’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와 생명나무와 십자가 나무을 의미한다. 교회 이름은 교회의 신학과 신앙을 표현한다. 이진오 목사는 “원죄는 사람이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고 하나님처럼 되어 스스로 선과 악의 기준이 된 것입니다. 선과 악의 기준인 하나님께 순종하고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아야 할 피조물인 사람이 자신이 선악의 기준이 되니 이로부터 여러 범죄가 시작되어 타락한 것입니다. 이에 하나님은 생명나무가 있는 에덴동산에서 사람을 내쫓았고 이때부터 사람은 죽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신 하나님은 스스로 사람이 되어 십자가 나무에 달려 죽으셨고 이를 통해 사람에게 생명이 회복되도록 하셨습니다. 세나무교회는 십자가를 통해 선악의 기준이 하나님이심을 고백하고 생명나무를 회복해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회복하자는 의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세나무 교회 바로 옆은 PC방이다.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곳에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주일엔 예배를 드린다.
세나무교회 바로 옆은 PC방이다.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곳에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주일엔 예배를 드린다.

 

세나무교회의 주일예배 모습(세나무교회 네이버카페 자료사진)
세나무교회의 주일예배 모습(세나무교회 네이버카페 자료사진)

세나무교회는 운영은 민주적으로, 재정은 투명하고 적절하게, 더 큰 교회가 아니라 더 넓은 교회로 분립해 간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또 나 중심에서 하나님 중심으로 회복되는 신앙을 ‘더불어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웃인 지역의 필요와 함께하고, 시대적 아픔과 함께하는 것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1년에 두 번 부활절과 성탄절에는 인천 지역교회들과 연합해 ‘고난 받는 이웃과 함께하는 연합예배’를 드리고 그 수익금을 지역사회에 나눈다. 2014년 부활절에 시작한 이 연합예배는 현재 20여 교회가 참여하고 있는데 그동안 괭이부리마을 가옥 수리, 사할린 동포 어르신들 장수사진 찍어드리기, 탈북민 청소년 장학금 지급, 폐지 줍는 어르신 지원, 발달장애인 지원 등 가장 어려운 이웃의 고통과 함께해 왔다.

세나무교회가 있는 인천 논현동은 소래포구와 남동 공단으로 둘러싸여 어민들, 공단 노동자들, 이주민 노동자들, 결혼 이민자들, 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탈북민들도 단일지역으로는 가장 많은 약1,800여명이 살고 있으며, 사할린 동포들도 500가정 정도 살고 있는 지역이다. 이런 가난한 동네가 지난 10년 동안 개발되어 중상위 계층이 늘어났고, 인구 13만 명가량의 신도시가 되었다. 빈부 격차, 다양한 문화와 인종의 사람들, 북향민에 사할린 동포까지 인천 논현동은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세나무교회는 이런 지역의 특성을 감안하여 이웃과 함께하며 지역에 참여할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교회들과 협력해 ‘마을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작은 도서관’, ‘이주민지원센터’, ‘지역아동센터’ 등 지역의 여러 시설을 운영하는 교회 목회자들과 협력하기도 한다. 이진오 목사가 제안해 작년 9월부터 시작된 ‘논현지역목회자모임’은 지역의 크고 작은 교회 목회자 약15명 가량이 참여해 매월 조찬기도회를 하면서 마을목회를 위한 세미나와 공부를 하며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공간 대여는 청소년들의 문화 활동을 위한 공간을 확보해 주기 위해서다.
공간 대여는 청소년들의 문화 활동을 위한 공간을 확보해 주기 위해서다.
청소년들은 소극장 형식으로 된 예배실을 댄스연습실로 사용하기도 하고 작품 발표회장으로 빌리기도 한다. (세나무교회 네이버 카페 자료사진)
청소년들은 소극장 형식으로 된 예배실을 댄스연습실로 사용하기도 하고 작품 발표회장으로 빌리기도 한다.
(세나무교회 네이버카페 자료사진)
음악하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요긴한 녹음실. 주머니가 가벼운 청소년들을 위해 대여료가 파격적이다.
음악하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요긴한 녹음실. 주머니가 가벼운 청소년들을 위해 대여료가 파격적이다.

세나무교회도 작년 8월 지역 카페에서 첫 예배를 시작했는데, 현재 ‘담쟁이숲꿈터’(Dream Play Ground)라는 문화공간을 만들고 청소년과 지역주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담쟁이숲 꿈터’는 댄스 연습, 악기 연습과 녹음, 각종 공연에 대여해 주고, 주일에는 예배 공간으로 사용한다. 이 공간을 사용하는 청소년들과 주민들과 함께 거리 버스킹을 하며 공연 무대를 만들고 있고 이런 공연을 앞으로 마을축제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담쟁이숲꿈터’가 시작되기 전에는 지역교회인 한결교회(최성우 목사)와 협력해 지역 청소년을 위해 한결교회 교육관에 ‘담쟁이숲마을도서관’을 만들었다. 도서관은 현재 다양한 독서,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진오 목사는 '마을공동체‘를 위해 사회적협동조합과 같은 법인을 준비하고 있다. ’논현지역목회자모임‘이 협력하고 지역교회들이 지원하고 지역 여러 단체들이 함께하는 방향이다.

들어서면 깔끔한 로비가 기분 좋은 세나무교회는 아무 거부감없이 누구나 편한 마음으로 드나들 수 있다. "아저씨, 저희 연습실 한 시간만 빌릴게요." 하면서...
들어서면 깔끔한 로비가 기분 좋은 세나무교회는 누구나 편한 마음으로 드나들 수 있다. 
"아저씨, 저희 연습실 한 시간만 빌릴게요." 하면서...

세나무교회는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되고 교인이라고는 아이들까지 약35명 정도 되는 작은 교회다. 어쩌면 생존을 걱정하고 자기 교회 성장도 급급할 것 같은 작은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고, 한국교회 재편을 이야기하는 것은 뭔가 낯설다. 이진오 목사는 “교회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역사를 이루기 위해 이 땅에 세우신 교두보이며,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한 하나님의 꿈"이라며 "작은 교회라도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며 하나님께서 지역에서, 또 이웃에게, 시대적 아픔에 무엇을 원하시는가 생각하고 그 하나님의 꿈에 동참하는 것이 교회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한국교회가 ‘내 교회가 얼마나 성장했는가’에 온통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제는 ‘내 교회를 넘어 우리교회’에 관심을 가지고, 하나님의 마음이 머무는 이 땅의 가장 가난하고 고통 받는 곳에 함께하는 것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교회는 그 지역에 보낸 하나님 나라의 전초기지다. 작은 교회가 진실한 공동체를 이루고, 일상의 제자도를 실천하고, 지역과 시대의 공공성을 추구하고, 공교회성을 이루어간다면, 그곳이 곧 하나님의 나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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