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칼럼] 증오를 잠재운 배려
[주필칼럼] 증오를 잠재운 배려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18.08.15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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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가게 부부, 우동집 아저씨, 국숫집 할머니 이야기엔 ‘예수님’이 있다. "

2008년 7월 경기도 하남의 어느 도시락 가게에 갓 스물 젊은이가 찾아와 흰 봉투하나를 놓고 갔다. 뉴스에 떴다. ‘감사합니다.’ 라고 쓰인 봉투엔 12만원이 들어 있었다. 사연인즉 청년이 인근 중학교에 다닐 때 학교급식소가 없어 많은 학생들이 이 가게에서 2000원짜리 도시락을 배달받아 먹었다. 그는 형편이 어려워 도시락 값을 내지 못했다가 그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해 월급을 받아 갚으러 왔다고 했다. 주인 내외가 한사코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는 봉투를 거두지 않았다. 청년 못지않게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도시락가게 부부의 말이었다. “그 학교에는 가난한 아이가 많아 못 받은 도시락 값이 한해 500만원을 넘었지요.” 여덟 평 가게를 하는 처지로 떼인 돈이 적다할 수 없지만 부부는 당연하다는 듯 회상했다. 외려 "아이가 4년 동안 도시락 값을 가슴에 두고 살았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우동 한 그릇’ 은 오래전에 한국인까지 사로잡은 일본 동화다. 해마다 섣달그믐날 밤늦게 우동 집에 찾아와 한 그릇만 시키는 어머니와 두 아들을 위해 주인은 면을 더 담아주고 가격표도 낮춰 써놓았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세 모자는 주인의 티내지 않는 배려에 삶의 용기를 얻는다. 그 어머니와 훌륭하게 성장한 두 아들이 찾아와 우동 세 그릇을 시키자, 우동 집은 눈물바다가 된다. 동화보다 진한 실화가 우리 주변에 적지 않다.

10여 년 전 이야기다. 서울 용산 삼각지 뒷골목 ‘옛집’은 탁자 넷 놓인 허름한 국숫집이다. 할머니가 25년을 한 결 같이 연탄불로 뭉근하게 우려낸 멸칫국물에 국수를 말아 내는 집이다. 10년 넘게 값을 2000원에 묶어 놓고도 면은 얼마든지 더 줬다. 2007년 이 집을 SBS TV가 소개했다. 소개된 후 담당 PD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다짜고짜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전화를 건 사내는 15년 전 사기를 당해 재산을 탕진하고 아내까지 떠나버려 용산역 앞을 배회하고 다녔던 노숙자였다. 그는 식당들을 찾아다니며 구걸을 했다. 그는 음식점마다 쫓겨나기를 거듭하면서 독이 오를 대로 올라 앙심을 품게 되었다. 박대하는 식당을 찾아가 휘발유를 뿌려 불 질러 버리겠다고 맘먹고 할머니네 국수집까지 가게 된 그는 자리부터 차지하고 앉았다. 주문해 나온 국수를 허겁지겁 먹자 할머니가 그릇을 가져가더니 국수와 국물을 가득 채워 다시 내왔다. 두 그릇을 다 먹고 그는 냅다 도망쳤다. 할머니가 쫓아 나오면서 뒤에 대고 소리쳤다. ”그냥 가“ ”뛰지 마“ ”다쳐!“ 그 세 마디에 그는 세상에 품은 증오를 다 버렸다. 만약 또 거절당하면 불을 질러버릴 결심을 했는데 박대가 아니라 박애정신으로 대하는 할머니 앞에 감동하여 눈물까지 흘리며 회개했다. 만약 불을 질렀다면 그 여름에 그 가게뿐만 아니라 인근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가게들이 다 불탔을 것이고 사상자도 많이 나왔을 것이다. 파라과이로 이민을 가서 꽤 큰 장사를 하게 된 그는 파라과이에서 방송을 보게 되었고 PD에게 전화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을 가거든 빚을 갚겠다며 주소도 확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도시락가게 부부, 우동집 아저씨, 국숫집 할머니 이야기엔 ‘예수님’이 있다. 배고픔이 어떤 것인지 그들은 안다. 그래서 연민을 품고 배려 할 줄 안다. 국숫집의 연탄불처럼 뭉근한 사랑이다. 랍비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모노바스라는 왕에 관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왕이 되었을 때 그는 선왕들로부터 내려오는 막대한 재산을 통치 기간동안 자기의 모든 재산을 가난한 사람, 궁핍한 사람, 고통당하는 사람, 그리고 병든 사람들에게 다 나누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제들이 찾아와 “우리선조들은 재물을 모아서 우리에게 물려주었는데 당신은 당신 것은 물론이고 선조들이 모아놓은 재산까지 다 흩어 없애는 거냐.” 그러자 모노바스 왕은 형제들에게 말했다. “내 선조들은 아래를 위해 재산을 모았지만 나는 위를 위해 재산을 모은다. 그분들은 인간의 손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곳에다 재물을 쌓고 있었다. 우리 선조들은 이자가 붙지 않은 재산을 모았지만 나는 ‘영혼의 재물’을 모은다. 내 선조들은 이 세상의 보물을 보았지만 나는 장차 올 세상의 보물을 보고 재물을 모은다.” 형제들은 우리주님께서 언급하신 개념, 즉 하나님의 나라에 투자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모은 돈을 가난한 이웃을 위해 베풀자. 주님! 그렇죠?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 CBS 재단이사

NCCK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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