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칼럼] “투숙할 방을 원하십니까, 투신할 방을 원하십니까?”
[주필칼럼] “투숙할 방을 원하십니까, 투신할 방을 원하십니까?”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18.08.08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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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무더위가 지글지글 끓고 있다. 작열하는 태양이 어둠속으로 묻혀버린 야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열대야로 하얀 밤을 지새우며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고통스럽다. 냉수를 들이켜 보기도하고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고 잠을 청하기도 하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심신이 더위로 천근만근이니 일에 능률이 오를리 만무하고. 불쾌지수만큼이나 속절없이 불뚝 성만 솟는다. 소나기를 잠시 피하는 것이 좋듯 한여름 가마솥더위 역시 달래가며 지나는 것이 지혜요, 상책이다.

7월 23일 드루킹 수사선상에 올랐던 정의당 노회찬의원이 투신자살했다. ‘어리석은 선택이다.’ 정치자금법 위반이었다. 권력형 부패를 예리한 비유로 비판하는데 남달랐던 그런 그가 최근 검찰에서 불법자금수수혐의가 포착된 이후 “돈 받은 일이 없다”고 부인해왔다. ‘정의’를 외쳤던 그로선 이 말을 뒤집고 잘못을 인정해야하는 상황에 누구보다 가책을 느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정치인 중 참 아까운 인물이었는데 애석하다. 한 정치인은 “노회찬은 염치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했다”고 했다. 하지만 한 편에서는 문제를 자신의 죽음으로 끝내려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노의원이 잘못을 깨끗하게 시인하고 사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합당한 처벌을 받고 그 법의 현실적 개선에 앞장섰더라면 더 멋지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 봤다. 안타깝다.

욕먹는 정도나 버티는 욕심만으론 미 의회를 뺨치는 곳이 여의도 정치판이다. 국내 주요 기관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는 압도적 꼴찌다. 우간다 정치인보다 신뢰를 못 받는 게 우리 의원님들이다. 그런데도 망신살이 뻗치거나 낙천, 낙선으로 떠밀리지 않는 한 자기 발로는 안 나간다. 미국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은 우리 선량들은 아마추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미국의 현역의원 교체율은 10%도 안 된다. 우리국회는 초선의원 비중이 늘 과반수준이다. 표결이건 출마건 위에서 결정이 내려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진입장벽이 그다지 높지 않아 적당한 경력에 당 지도부와 잘 친해놓으면 공천장을 거머쥐고, 또 많은 지역에서 ‘공천=당선’ 으로 통한다. 양산되는 아마추어 정치인도 고생이고, 정치도 고생인 딱한 국회다.

예술적 재능을 잃을까하는 두려움도, 예술에 대한 지나친 탐익도 모두 자살의 원인이 된다. 19세기 초 프랑스 테너 아돌프 누리는 로시니, 마이어베어 등의 유명한 오페라에 출연하면서 주요 역 대부분을 초연했다. 하지만 어느 날 ‘유다의 여자’를 공연하던 중 고음역에서 이상을 발견했고 출연계약은 뜸해졌다. 자신을 위로하려는 친구에게 “자네는 대단한 예술가이므로 내 노래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잘 알고 있을 걸세”라고 거꾸로 말한 뒤, 집으로 돌아와 6층 창에서 정원으로 뛰어내렸다. 만 38세였다. 독일의 유서 깊은 바이에른공국의 루드비히 2세는 바그너에 심취해 그를 후원하기 위해서 재산을 썼으며, 바그너의 작품을 공연하기 위해서 바이로이트 극장을 세우기도 했다. 정신병증세를 보이던 루드비히 2세는 호수 가에서 익사체로 발견됐다.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은 46세에 라인 강으로 몸을 던졌고, 화가 반 고흐는 37세에 가슴에 총을 쏘았다. 도박도 자살과의 거리가 그리 먼 것은 아니다. 1863년 헤라클레스의 발자국이 있다는 전설이 남아있는 몬테카를로의 바위산아래에 모나코 왕비의 제안으로 카지노가 건립되자, 파산으로 인한 자살사건이 줄을 이었다. 모나코의 도로와 직원이 이용하는 창 없는 벤을 보고서 무엇이냐고 기자가 묻자 농반진반(弄半眞半)으로 매일아침 자살자를 운반하기 위한 것이란 대답이 나왔다. 1929년 미국에서는 주식대폭락과 함께 경제 대공황이 일어나자 사흘간 210명이 자살했다.

월 스트리트의 한 호텔에서는 손님이 위층 방을 요구하자 종업원이 “투숙할 방을 원하십니까, 투신할 방을 원하십니까.”라고 되물을 정도였다고 한다. 한순간 목숨을 끊는 자살은 모든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자살을 미화해서는 더욱 안 된다. 시인 박정만(1946~1988)은 마흔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여름이면 그가 더욱 그리워진다. ‘나 이 세상에 있을 땐 한간 방 없어서 서러웠으나, 이제 저 세상의 구중궁궐 대청에 누워, 청 모시 적삼으로 한 낮잠을 뻐드러져서, 산 뻐꾸기 울음도 큰 대(大)자로 들을 참이네.’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 CBS 재단이사

NCCK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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