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더위 찜통 속, 어디에서 누군가가 홀로 울고 있다.
폭염 더위 찜통 속, 어디에서 누군가가 홀로 울고 있다.
  • 김광영 지역기자
  • 승인 2018.08.08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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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동구쪽방상담소 방문
쪽방 김씨아저씨네 선풍기 쿨매트 대나무돗자리 제공
쪽방 김씨아저씨네 선풍기 쿨매트 대나무돗자리 제공

쪽방은 자기 집이 없는 사람이 거주하는 최소한의 주거형태로, 2평 정도 되는 방 하나에 한 사람이 산다.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며 보증금 없이 월 20만원 내외의 월세로 생존하는 곳이다. 여인숙, 여관, 고시원, 고시텔, 주거취약 주택이다.

부산 동구쪽방상담소와 그 주변의 쪽방을 방문하였다. 에어컨이나 냉방시설이 취약한 상황에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하여 겨우 이 여름을 버티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낙원여인숙을 방문하니 박씨 아저씨가 살고 있다. 이곳에 대나무 돗자리, 쿨 매트, 새 선풍기를 선물했다. 좁은 단칸방에 빼곡히 쌓인 물건들 사이로 겨우 누워 잠만 잘 수 있는 공간이다. 낙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차라리 낙심여인숙으로 부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 낙심한 자들이 마지막 버티고 생존할 수 있는 곳.

한 교회 옆 작은 창고 같은 곳을 집처럼 사는 김씨 아저씨를 방문했다. 체격에 비해 집도 좁고 빛도 어둡고 온갖 재활용품들로 집이 가득 찼다. 사람들의 방문과 얼굴대면을 꺼리긴 했지만 어렵게 문을 열어주었다. 이곳에도 3종 세트로 이부자리 위로 돗자리를 깔고 쿨 매트를 얹은 뒤 선풍기를 놓았다. 목사가 찾아왔다고 하니 그렇게 반갑게 맞아주고 연신 인사를 한다. 얼마 전까지 부산진역에서 노숙하던 사람이다.

주변으로 이러한 쪽방을 몇 군데 더 방문했다. 한 구석에 겨울을 위해 쌓아놓은 연탄들도 보였다. 기록적 폭염 속 에어컨의 전기세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지만, 쪽방 한켠 먼지 앉은 오랜 선풍기 한 대로 이 여름을 버티는 이들도 있다. 그것도 가족도, 찾아오는 지인도 없이 홀로 외로움의 독방에 갇힌 듯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다.

 

안하원 목사(쪽방상담소 소장) 이재안 전도사(쪽방상담사)
안하원 목사(쪽방상담소 소장) 이재안 전도사(쪽방상담사)

부산동노회(예장통합) 안하원목사(새날교회)는 ‘쪽방상담소사역’을 2000년부터 시작하였다. 2009년에는 ‘희망의 인문학’을 2014년에는 희망자활사업단 ‘담쟁이’를 개소했다. 동구 초량중로131의 쪽방상담소에는 8명의 직원과 함께 쪽방주민들을 위한 교육실, 휴게실, 샤워실, 세탁실 등을 갖췄다. 동구쪽방상담소를 통해 노숙인들에게 쪽방으로 연결이 되어 그나마 거주할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쪽방상담소의 지원 목적은 다음과 같다. “주거가 불안정한 쪽방주민 및 노숙인들에게 주거 안정과 재활, 자활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자칫 상황이 악화되어 노숙으로 전락할 위험을 사전 예방함으로써 쪽방주민들이 마을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시민으로 살아 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쪽방상담소 상담원인 이재안전도사(풀꽃강물교회)의 인도를 따라 쪽방촌에 거주하는 이들의 형편을 돌아보았다. 산상수훈의 권세 있는 말씀을 가르치신 예수님이 처음 하신 일은 자신을 찾아온 소외된 나병환자에게 손을 대시며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하신 것이다. 우리시대 교회들이 강단의 굵직한 선포만큼이나 주변의 외로운 이웃들을 향해 작은 손을 펴서 그분들의 아픔을 만져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쪽방 방문 길
쪽방 방문 길

 도시는 우르르 떤다. 그 굉음 속에 사람의 소리가 산다. 빌딩은 폭염 속 기염을 토한다. 그 속에 인간의 한숨이 있다. 얼마나 귀 기울여 들어야 눈 크게 뜨고 보아야 인간의 눈물이 떨어지는 것을 알려나? 우리에게 주님의 불쌍히 여기시는 마음, ‘스플랑크니조마이’ 창자가 뒤틀리며 외롭고 아픈 자들의 고통의 신음소리를 들을 때, 우린 이 도심 속 외로운 이들의 눈물 소리를 조금이나마 들을 수 있으리라. 그들을 찾고 이름을 부르고 악수를 하고 이 폭염에 작은 냉수처럼 시원한 만남하나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같은 폭염 속 모두가 힘들게 살아가겠지만, 쪽방에 사는 이들의 형편은 더 열악하다. 쪽방의 평균온도는 40도이다. 여름철에 쪽방상담소의 소장과 직원들은 혹시나 온열질환자가 발생할까하여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해 있다. 교회와 성도들이 이 폭염 속 홀로 울고 있는 그분들의 신음소리에 작은 손길들로 응답해 주었으면 한다.

이어령의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중 ‘식물인간’ 시 구절이 생각난다.

사람들은 모두 괜찮다고 한다.

비오는 날엔 우산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한다.

잠오지 않는 날이면 술 한 잔이 있으니 괜찮다고 한다.

...(중략)...

온실을 가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는다.

겨울 가로수의 늙은 가지들을

지붕을 가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는다.

노숙자 위에 내리는 저녁 이슬을

...(중략)

그런데도 누군가 울고 있다.

해가 뜨는데도,

약 광고가 있는데도,

우산이 있고,

술이 있고,

수면제가 있고,

봄이 오고 잇는데도

누군가 지금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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