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말로 성경읽기]본질과 비본질의 분별
[평양말로 성경읽기]본질과 비본질의 분별
  • 황재혁 객원기자
  • 승인 2018.08.09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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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 15장 5절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신제품을 개발하며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라고 자주 말했다. 스티브 잡스에게 단순함은 아무런 군더더기 없이 본질로 충만한 상태를 의미했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가 개발한 ‘맥북’,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은 단순한 디자인 속에 정교한 기술을 내포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제품을 단순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본질과 비본질을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이 그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즉 스티브 잡스의 탁월함은 복잡한 것을 단순화 시키는 것에 있었다.

 

단순하면서도 정교한 애플의 제품, 픽사베이 갈무리
단순하면서도 정교한 애플의 제품, 픽사베이 갈무리

 

그런데 신앙의 영역에서 본질과 비본질을 구분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신앙의 영역에서 오랜 전통과 맞닿은 예식은 때때로 신앙의 디딤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신앙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초대교회의 역사를 살펴보면 사도들은 과연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때부터 시작된 ‘할례’가 신앙의 본질적 요소인지 아니면 비본질적 요소인지를 두고 오랜 시간 논쟁했다. 신약에서 할례를 둘러싼 사도들의 논쟁이 격화되는 장면이 사도행전 15장에 나타난다. 그 부분을 평양말 성경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런데 그때 바리새파 사람들의 종파에 속해 있는 신자들 중 어떤 사람들이 일어서서 주장했다. “비유태인 전향자들은 잘라냄례식을 해야 하고 모세의 률법을 따르는 것이 요구된다.”

-사도행전 15장 5절(평양말 성경)

평양말 성경에서는 ‘할례(割禮)’가 ‘잘라냄례식’이라는 말로 번역되었다. ‘할례’에서 ‘할’은 베다, 자르다 이런 의미가 있기에 ‘잘라냄례식’은 ‘할례’를 조금 더 쉽게 한글로 풀어서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평양말을 살펴보면 한자나 영어를 가급적 한글로 풀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7월에 있었던 남북 탁구 단일팀 훈련에서도 북한이 서비스를 ‘쳐넣기’, 라켓을 ‘판떼기’, 스매시를 ‘때려넣기’라고 말해 남한 선수들이 북한의 탁구 용어를 새롭게 배우며 연습했다고 한다.

오랜 세월동안 유대인은 태어난 지 8일된 사내아이의 성기 끝부분을 잘라내며 함께 민족적 연대감을 형성했다. 그들에게 ‘잘라냄례식’은 이방인들도 마땅히 해야 할 신앙의 본질적 요소로 여겨졌다. 그러나 사도행전 15장에서 바울과 베드로와 야고보는 ‘잘라냄례식’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방인들에게 더 이상 신앙의 본질적 요소가 될 수 없고, 오히려 그것을 강요하는 것이 이방인들의 신앙에 짐만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야고보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사도들은 비유대계 그리스도인들에게 ‘잘라냄례식’을 강요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기독교가 유대인의 민족종교에서 비유대인의 세계종교로 확장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 어느덧 한국교회 내에도 신앙의 비본질적 요소가 본질적 요소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을 보게 된다. 혹시 그 비본질적 요소가 처음 예수님을 믿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무거운 짐이 되는 것은 아닐까? 지금이야말로 한국교회 내에서 신앙의 본질적 요소라고 여겨진 것을 다시 성찰하며 본질과 비본질을 분별하려는 시도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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