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칼럼] 치대국 약팽소선 (治大國若烹小鮮)
[주필칼럼] 치대국 약팽소선 (治大國若烹小鮮)
  • 주필 이창연 장로
  • 승인 2018.08.0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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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마치 작은 생선을 굽듯이 해야 한다는 것"

날씨가 더워서 지인 몇 사람과 냉면 집에 갔다. 을지로 3가에 있는 이름 있는 옛날 냉면집이다. 점심 식사가 끝난 후 커피 한 잔하자며 근처 다방으로 올라갔다. 그곳은 요새 카페와는 전혀 다른 옛날식 다방이다. 커피와 전통차만 판다. 커피값도 카페의 반값이다. 대개 나이 많은 사람이 드문드문 찾아오는 곳이다. 그 다방에선 50대의 여자 주인이 커피를 끓이고 종업원 한 사람이 차를 날라 주곤 했다. 그날은 여자 주인 혼자 차도 끓이고 찻잔을 손님에게 날라다 주는 등 이것저것 다하는 것이었다. “종업원은 어디 보내고 직접 다 하세요?” 우리가 건넨 이 말에 그 주인은 화풀이하는 사람처럼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니, 최저임금을 한꺼번에 시간당 1,000원 이상 올려놓으면 종업원을 쓸 수 있겠어요? 가게 못 살게 만들면서 최저임금 올리고 물가 오르니 서민들이 좋아진 게 뭐 있어요?” 뉴스를 봤는지 나름대로 이치를 따지면서 말했다. 만나는 사람이 보수성향의 노년층이라 그런지 이야기하는 스타일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날을 세웠다. 아마 옛날식 가게를 운영하는 그로서는 절박한 현실 문제였을 것이다.

청와대나 경제 부처의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심모원려(深謀遠慮)가 3, 4년 후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모르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정책결정 1년 후 서민 경제에 긍정적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훨씬 큰 것 같다. 그 다방 주인 말을 들으면서 크게 공감한 것이 음식값 얘기였다. 어딜 가나 서민들이 이용하는 음식점 벽에 붙은 가격표를 보면 값이 오른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최저임금은 2017년 시간당 6,470원이던 것이 2018년 7,530원으로 16.4% 인상됐다. 음식 가격표를 보며 느끼는 것은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액만큼 밥값이 올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6,000원 하던 찌개를 7,000원으로 올랐다고 가격표에 표기되어 있다. 일자리를 확보한 노동자들에게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행복한 일이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들은 불행하다. 보통 음식점은 음식값을 올려 종업원에게 인상된 최저임금을 줄 수 있을 거다. 그 옛날 다방처럼 고객의 주머니를 살피며 커피 값을 올릴 수도 없는 주인은 욕설이 독해질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의 자율성을 무시한 국가의 개입은 ‘시장의 복수’를 부른다. 정부지시만으로 경제가 순항한다면 빈곤한 나라가 있을 리 없다. 통치자의 정의감만으로는 경제가 굴러가지 않는다. 소득 수준에 변화가 없는 서민들에게 물가 상승은 송곳처럼 아프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사회는 변하게 되어 있고, 시대 변화에 맞춰 제도나 정책을 바꿔가는 것은 순리적이다. 정권이 바뀌면 더욱 급격한 변화를 부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경제정책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치대국이수변법칙민고지(治大國而数變法則民苦之)”큰 나라를 다스리면서 자주 법을 바꾸면 백성들이 고통스러워 할 것이다 라는 뜻이다. 2,200년 전 중국의 한비자(韓非子)가 한 말이다. 한비자는 천하의 혼란기였던 전국(戰國)시대를 제압하고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에게 큰 감명을 준 법가(法家)사상의 완성자로 알려져 있다. 한비자는 공자와 맹자 같은 유가(儒家)를 비판하면서 인의(仁義), 즉 어질고 의로운 생각만으로는 신하들을 제어하며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자(老子)의 도가(道家)사상 일부를 호의적으로 수용했다. 노자의 도덕경에 “치대국 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마치 작은 생선을 굽듯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생선을 구울 때 자주 뒤집으면 모양이 허물어지고 그 윤기도 잃게 된다는 평범한 일상의 현상을 나라를 다스리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구현 행태를 보면서 노자와 한비자의 ‘작은 생선 굽는 얘기’를 떠올리게 된다. 정책을 성급하게 바꾸면서 치밀한 사전 준비와 부처 간 조율이 모자란 것 같다. 최저임금 정책의 목적은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본래 취지일 텐데,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한국은 인구 5천만 명에 국민소득(GDP) 규모에서 세계 11위를 오르내리는 경제 대국인데도 한비자의 말은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울림이 크다.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
전CBS방송국 재단이사
NCCK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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