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이 아직 살아 있음을 사회와 교계에 보여주어야 한다"
예장통합 제103회기 총회에 앞서 102회기 때부터 진행된 이슈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명성교회 세습으로 수면에 떠오른 총회 재판국의 존재 의미다. 교회 내, 혹은 교단 내 갈등이 총회 재판국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사회법정으로 이어지면서 존폐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회 재판국에 대해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 박봉수 목사(상도중앙교회), 이창연 장로(본지 주필, 소망교회)의 의견을 서면으로 들어보았다.
-재판국 무용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총회(혹은 장로회)에서 재판국의 의미는 무엇인가
박봉수 : 재판이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해 차라리 재판을 하지 않고 일반 재판에 넘기는 것이 좋다고 여길 정도가 됐다. 교회 재판을 통한 권징은 반드시 필요하다. 교회는 잘못된 사람들 권면하고 징벌함으로써 올바른 길로 돌이키게 하고 다른 사람들이 모방하여 오염되지 않도록 경고해야 한다. 이것을 일반 법정에 위임할 수는 없다. 성경과 교단의 정체성을 기초로 권징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단이 세우고 실행하는 재판 절차를 따라야 한다. 특히 현대사회 거대한 세속화의 물결 속에서 교인과 신앙공동체의 믿음과 정체성을 올바로 지켜가기 위해서 더더욱 권징이 필요하고, 이 권징의 절차라 할 수 있는 재판은 필요하다.
이창연 : 실제로 예장통합측 총회 재판국원 13명이 2017년 2월 한꺼번에 사퇴서를 제출한적 있다. 교단역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사퇴이유는 제 역할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 사표는 반려됐지만 재판국이 안고 있던 문제들이 일시에 터져 나온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동안 재판국 무용론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판결의 구속력이나 강제력이 없어서 하나마나다. 솔로몬의 법정이 아니고 가이사 법정을 방불케 한다. 당회, 노회, 총회 재판을 거치는 동안 시간과 돈 낭비, 인간관계의 피폐, 신앙생활의 영성저하, 두 동강난 교회, 하나님에 대한 원망까지 헤아릴 수 없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따른다.
-사회법에서도 법리와 일반상식이 충돌되는 경우가 있지만, 유독 총회 재판국 판결에서 괴리감이 큰 것 같다. 재판국의 신뢰회복과 판결에 승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박봉수 : 가장 중요한 것은 재판국의 권위를 세우는 일이다. 재판국의 권위가 세워지려면 첫 번째, 재판장을 비롯한 재판국원들에 대한 신뢰이다. 총회 재판국의 경우 일반부서의 공천 때와 같은 절차를 통해 공천된다. 재판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는지,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양식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는지, 과거의 범죄 사실이 있는지 전혀 따져보지 않고 정치 행위과정을 따라 공천이 될 뿐이다. 우리나라 대법원 판사들의 경우 국회 청문회를 통해 검증한다. 두 번째, 재판 절차에 대한 신뢰이다. 총회 재판절차를 보면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현재 정치적인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의 입김이 재판 절차에 자주 힘을 발휘하고 있다. 투명하고 제도적인 절차를 정비하여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 총회 재판을 존중하는 분위기 조성이다. 최근 총회 재판과정을 보면 피고나 원고 그리고 관계된 주체들이 총회 재판을 존중하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라도 사회법정으로 가지고 갈 태세이다. 총회의 리더들부터 총회 재판을 존중하고 일단 판결을 따르려는 태도를 보이고 이것을 확산시키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창연 : 루터의 종교개혁은 돈을 받고 면죄부를 파는 것에 대한 항의로부터 시작되었듯이 우리의 오염된 번영주의, 상향주의의 가치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단재판국은 3무 재판이라 한다. 전문성, 투명성, 독립성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믿질 못하는 거다. 신뢰회복방법은 승복하지 않을 경우 총대 권을 박탈하고 승복할 때까지 장로, 목사자격을 유보, 잠재하는 법을 개정하여 총회 재판국의 위상을 세워줘야 한다. 103회기 총회기간 중에라도 긴급 발동하여 특별헌법개정위원회를 구성하고 개정안을 마련한 뒤 총회 폐회 전에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총대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재판국 개혁에 대한 의견이 많다.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박봉수 :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우선 시급하게 법을 정비해야 한다. 우리의 헌법과 규정들이 지나치게 낙후되어있다. 오늘의 교회와 시대적 상황을 담아내기에는 충분치 않다. 다음으로 법적절차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우리 교단의 재판절차를 보면 지나치게 자의적 판단이 가능한 체계이다. 그리고 재판 절차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절차의 간소화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교회법의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교회법의 집행에 정치적 개입을 차단하고, 교회의 권징이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또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게다가 재정과 관련된 부분은 감사제도를 통해서, 그리고 분쟁에 관한 부분은 화해조정 기구를 통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재판국을 보다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재판국의 인사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재판은 법적 전문성이 중요하다. 총회내의 타부서와는 이 점에서 차별화되어야 한다. 비총대라고 해도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하고, 재판국원은 3년 조로 운영하는 제도도 검토하여 적절한 인사운영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창연 : 우리의 죄를 회개하며 주의 은혜아래 서게 될 때 우리의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지면, 가짜가 아닌 진짜 하나님의 백성으로 세워지게 될 것이다. “너희는 재판할 때나 길이나 무게나 양을 잴 때 불의를 행하지 말고 공평한 저울과 공평한 추와, 공평한 에바와 공평한 힌을 사용하라…”(레19:35~36) 거룩은 하나님백성의 생활의 동기며 ‘윤리’의 동기다. 이 거룩은 하나님께 대하여는 ‘경외’로, 개인적이며 사회적인 영역에서는 ‘성결’로, 그리고 이방인에 대해서는 ‘구별됨’으로 나타나야한다. 재판은 결코 흥정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 외 재판국 관련해서 의견을 얘기한다면
지형은 : 일반적으로 통합 측 명성교회의 세습 문제 때문에 진행되고 있는 통합 측의 재판 과정은(노회든 총회든)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와 연관하여 부정적인 의미에서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고 본다.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가 이 사건으로 인하여 더욱 추락하고 있는 것이 명백해 보인다. 통합 교단은 전체적인 면에서 한국 교회의 바로미터다.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서 한국 교회 전체에 미칠 파장이 대단히 클 것이다.
가능한 해결 방안은 복잡하지 않다. 일반 사회에서는 교단 내부의 복잡한 교단법의 법리나 정치 구조에 거의 관심이 없다. 심지어는 교인들이나타 교단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에 대한 사회와 교계의 관심은 단순하다. 통합 교단이 명성교회의 담임목사 세습을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이다. 어떤 정교한 논리를 동원하더라도, 세습을 인정하면 한국 교회는 전체적으로 더 추락할 것이고, 그 상당한 책임이 통합 교단에 있을 것이다. 세습을 인정하지 않으면 한국 교회의 윤리도덕성과 신앙이 아직 살아 있음을 사회와 교계에 보여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