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에 비혼자의 자리는?
교회 안에 비혼자의 자리는?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8.07.31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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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실 청년이슈포럼 슬기로운 청년생활
‘결혼(結婚)과 비혼(非婚) 사이’
기윤실의 청년이슈포럼 슬기로운청년생활에서 신하영 연구위원이 '한국 사회 비혼 동향과 정책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정성경 기자
신하영 연구위원이 '한국 사회 비혼 동향과 정책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정성경 기자

2015년 ‘2030세대가 포기를 생각해 본 7가지 항목’을 보면 첫 번째가 결혼, 그리고 출산, 내 집 마련, 꿈, 희망직업, 인간관계, 연애 순이다. 이런 한국사회 안에 있는 한국교회는 결혼을 포기한, 혹은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비혼자를 어떻게 볼까.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7월 30일 100주년 사회봉사관 지하2층에서 청년이슈포럼 슬기로운 청년생활로 ‘결혼(結婚)과 비혼(非婚) 사이’를 개최했다.

먼저 신하영 연구위원(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한국 사회 비혼 동향과 정책 현황, 너의 비혼을 사(赦)하노라’를 발표했다.

신 연구위원은 “이러한 포럼이 열린다는 것 자체가 보편적 한국교회의 현실에 비춰 볼 때 혁명적”이라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한국교회 청년들에게 ‘비혼’은 홍길동의 호형호제 같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교회 공동체 안에서는 쉽게 말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청년들이 포기한 7개 항목 중 결혼, 출산, 연애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의 20~30대 여성 663만 명 중 55.2%가 ‘결혼하지 않음’의 상태에 놓인 현실은 일제강점기 한반도 인구주택 총 조사 이후 최저치라고 한다. 여성들의 결혼 기피 현상의 원인은 결혼과 출산 이후 경력단절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 임신, 출산, 양육의 모든 부담이 여성에게 전가되는 현실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들의 비혼을 말할 때 미혼(未婚) 뿐 아니라 이혼(離魂)도 포함해야 한다. 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중 최고 수치의 이혼율을 보이는데, 4년 이하 이혼율인 조이혼율이 53.6%를 차지하고 있다. 교회 내에서 이혼한 여성과 남성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로 가부장제에 길들여진 한국 교회 내에 그대로 평판의 기제로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 연구위원은 결혼하지 않는 한국 교회 내 청년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불편한 말과 고된 노동의 연속이라고 보았다. 그는 “긍휼과 중보의 말이라고 하지만 걱정의 탈을 쓴 정죄와 타박의 잔소리일 때가 많다”며 ‘청년부’라는 집단에 기대하는 수고와 봉사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2007년만 해도 당시 36세 전문직여성이 비혼의 삶의 방식을 선택한 것이 신문지상에 소개되었다. 현재는 그렇지 않다. 특히 한국교회의 청년 여성들은 결혼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많은 교회에서 노동을 무보수로 제공하고, 교세 확장에 기도로 물질로 전도로 헌신했지만 한국 교회 내 여성 지위는 여전히 낮다. 여성도들이 교회에서 많은 사역들을 감당함에도 한국교회 여성 목회자 비율은 모든 교단을 통틀어 평균 10%도 안 된다.

지난 6월 말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를 통해 초고령화사회, 인구절벽 현상 극복을 위한 다양한 범부처 대책을 내놓았다. 지향점은 ‘삶의 질 개선’이었다. 하지만 이미 태어난 아이에게 집중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여성이 아이를 더 낳는다’라며 여성에게 책무를 돌리는 듯한 ‘저출산’에서, 고령화가 갖는 현상에 대한 기술적 용어로 ‘저출생(low-birth rate)’으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있다.

신 연구위원은 “다름과 약함을 이야기할 수 있는 청년, 교회를 꿈꾼다”고 말했다. 교회가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인정하는 것, 비혼자들이 ‘약한 존재’로 주저앉지 않게 잡아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 청년들이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는 강함이, 자신의 다름을 인정하는 자유를 가지고 다른 이의 약함과 다름을 포용하기를 기대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교회에서 비혼은 말한다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폴짝 청년(가명, 믿는페미 활동가)이 교회에서 겪었던 비혼자의 경험을 나눴다. 폴짝은 비혼을 말할 수 없는 교회의 현실과 교회 안에 형성되어 있는 가족주의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비혼을 포용할 수 없는 교회 구조를 꼬집었다. 그는 “교회와 비혼이 만날 수 없을까”라며 “교회가 비혼을 포함한 다양한 모습의 가족들에게 ‘안전한 곳’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교회가 포용하고 환대하는 성경적 원리로 인격적 만남이 가능한 곳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포럼의 마지막 순서로 참석자들이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혼 남성을 위해 동남아 여성들과의 결혼을 지자체에서 발 벗고 주선하는 한국사회의 차별적 결혼 구조 속에 과연 결혼이 행복할 수 있는가, 비혼과 독신의 차이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이 이어졌다.

기윤실의 청년이슈포럼 슬기로운청년생활에서 폴짝 청년이 '교회에서 비혼을 말한다는 것'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정성경 기자
기윤실의 청년이슈포럼 슬기로운청년생활에서 폴짝 청년이 '교회에서 비혼을 말한다는 것'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정성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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