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교회 공동체 꿈꾼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교회 공동체 꿈꾼다
  • 김지운 기자
  • 승인 2018.08.02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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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대 대학교회 부설 한남장애인심리상담센터 부센터장 김용구 목사
한남장애인심리상담센터 부센터장 김용구 목사. 휠체어를 타고 눈높이에서 함께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중도장애를 마주한 환자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교회 공동체를 꿈꾸며, 중도장애인과 교회의 징검다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한남장애인심리상담센터 부센터장 김용구 목사. 휠체어를 타고 눈높이에서 함께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중도장애를 마주한 환자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교회 공동체를 꿈꾸며, 중도장애인과 교회의 징검다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한남장애인심리상담센터 제공.

우리나라 인구 100명 당 5명은 장애인으로 살아간다. 또 4명은 산업재해나 교통사고, 질병으로 발생한 후천적 장애인(중도장애인)이다.

2017년 4월 16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 국내 장애인 현황에 따르면 등록 장애인은 272만 7,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5.3%다. 또 등록 장애인의 88.9%(242만 4,300명)가 중도장애인으로 보고됐다.

장애인구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의 2010 장애인 통계에 의하면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장애인구의 증가는 평균 10.5%였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장애인구가 차지하는 비율도 2001년 2.4%, 2006년 4.0%, 2009년 4.9%로 증가했다.

산업재해와 교통사고 등 각종사고로 매년 6만 여명이 중도장애를 겪게 된다. 남의 일이 아닌 언젠가 나와 가족도 겪게 될 일일수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사고와 질병은 학업과 경력의 단절을 가져온다. 또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경제적 어려움이 뒤따른다. 무엇보다도 장애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충격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국가의 정책과 국내 재활시스템의 변화가 요구되는 까닭이다. 국내 재활시스템은 신체치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 환자의 마음의 상처까지 어루만지지 못하는 한계를 가져온다.

“원망을 하는 중도장애인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살 길이 막막하다 보니 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 분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살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척수장애인들은 겉으로는 성인인데 신체 기능은 아이처럼 됩니다. 신경이 손상 되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배변과 배뇨가 힘이 들어요. 적응하는 방법에 대해서 의사와 간호사가 알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겪은 사람들이 알려주는 것, 그 일을 삼년 째 하고 있습니다.”

한남대 대학교회(천사무엘 목사) 부설 한남장애인심리상담센터 부센터장 김용구 목사(44)의 말이다.

김 목사도 중도장애인이다.

“2009년 11월 29일 주일 오후에 쓰러졌습니다. 심장마비가 왔고, 그 후유증으로 척수 손상으로 하지마비가 왔습니다.”

평범한 시골 목회자를 꿈꾸던 김 목사. 장신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논문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또 서원하고 기도하며 달려왔던 목회 사역의 과정에서 6개월만 지나면 봄 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통해 목사가 되기 전이기도 했다.

“어머니가 가장 많이 아파하셨어요. 제가 태어나기 보름 전에 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 남편 없이 5남매를 신앙적으로 잘 키워내기 위해 노력한 어머니로서는 힘든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김 목사는 학생들을 사랑하는 목회자였다. 미래의 목회를 꿈꾸며, 장신대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하고 사역지에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힘써 헌신했다.

당시 처음 맡아 사역했던 교육부서 학생들이 40명. 불과 일 년 만에 120명으로 부흥했다.

“주신 것에 감사하고 열심히 사역을 하던 때였습니다. 물불 안 가리고 하던 그야말로 앞만 보고 달려갔어요.”

주일 오후. 심장에 이상을 느끼기가 무섭게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간 김 목사. 심정지만 8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간들이었다. 어렵게 죽음을 벗어나 마주한 삶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의사는 걸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처음에는 남의 이야기 같았다고 한다. 김 목사가 힘들었던 것은 삶과 사역지에서 찾아왔다. 걷고 뛰며 아이들과 함께 했던 사역을 할 수 없다는 것을 현실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김 목사. 지리산을 일곱 번이나 종주할 만큼 건강했던 그였기에 마주하는 고통의 현실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시간이었다.

‘저 장미 꽃 위의 이슬 아직 맺혀 있는 그 때에 귀에 은은히 소리 들리니 주 음성 분명하다 ’

김 목사가 고통의 터널을 지나면서 조용히 불렀다는 찬송가 442장. 이어 로마서 8장 28절 말씀을 조용히 묵상하며 “많은 사람들을 더 많이 품고 갈 수 있게 하여 주옵소서. 내 육체적 한계에 머무르지 말고, 더 많이 품고 갈 수 있도록 힘을 주옵소서”라며 기도했다.

김 목사의 눈높이는 항상 환자들의 시선과 마주한다. 육신을 잃었지만 더 많은 것을 얻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라는 김 목사. 삶의 벼랑 끝에 있는 중도장애인들에게는 김 목사의 말 한마디 한 마디를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김 목사의 눈높이는 항상 환자들의 시선과 마주한다. 육신을 잃었지만 더 많은 것을 얻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라는 김 목사. 삶의 벼랑 끝에 있는 중도장애인들에게는 김 목사의 말 한마디 한 마디를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한남장애인심리상담센터 제공.

박미라 사모(43)도 그런 남편의 곁에서 “당신은 할 수 있어요. 내가 든든한 후원자가 될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다 할 거에요”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말뿐이 아니라 갑자기 바뀐 환경 속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무서워서 엄두도 못 내던 면허를 취득했다. 또 지금에 이르기까지 김 목사의 사역과 가정을 위해 경제의 대부분을 책임지며 돕는 배필로, 사역의 동역자로 함께 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지성과 지후도 아버지를 닮아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며 선생님과 치과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

김 목사의 가정과 사역은 많은 중도 장애인들에게 희망이 된다. 많은 중도 장애인들이 사회로부터 스스로 격리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 그들 앞에 같은 눈높이로 다가와 마주하는 김 목사의 모습은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힘이 있다. 또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김 목사가 지나왔던 터널이기도 하다.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만나게 되는 지점. 그 곳에서 희망을 심어주던 사역은 열매를 맺어 지난 5월 27일 한남대 대학교회 부설 한남장애인심리상담센터가 창립됐다.

김 목사는 중도장애인들이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그들 가운데는 신앙인이 많음에도 교회에서 보기 어려운 것은 그만큼 교회 내에 장애인들이 함께 할 수 없는 어려움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아쉬워했다.

“교회 내에 사회적 약자를 더 많이 품을 수 있는 교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교회 공동체를 꿈을 꿉니다.”

중도장애인과 교회의 징검다리 김 목사. “육신은 잃었지만 얻은 것이 많다”는 그를 통해 복음은 더 많은 이들을 품고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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