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밖으로 나와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선교적 목회
교회 밖으로 나와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선교적 목회
  • 김찬주 지역기자
  • 승인 2018.07.31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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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심는 교회 박종현 목사

그는 나그네 공동체를 지향하는 ‘함께 심는 교회’의 목사다. 골목매거진 ‘페이퍼보이’의 편집장이며 코 워킹 라운지 ‘동네 거기’ 대표이기도 하고 웹진 ‘전도사닷컴’의 편집장 일도 하고 있다. 1977년에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은 송파구의 지역 사회 지킴이 역할을 자처하는 독특한 이력의 박종현 목사를 만났다.

 

전도사닷컴의 편집장으로 일하는 사무실에서의 박종현목사
전도사닷컴의 편집장으로 일하는 사무실에서의 박종현목사

주중 3일의 반나절씩과, 금요일 하루만 콘텐츠 제작 유통 사업을 하는 회사에서 ‘전도사닷컴’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나머지 3일은 이것저것 벌여 놓은 돈 안 되는 일들에 투자한다. 아내가 원장으로 일하는 ‘생명나무 마음치료센터’의 원목으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생수의 말씀을 전하기도 한다. 이것은 목사로서 당연히 할 일이다. 주일에는 교인들을 위해 요리를 한다. 요리? 목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목회 업무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마음을 다해 메뉴를 개발하고 맛있게 요리도 한다. 지지난주에는 오므라이스, 지난주에는 콩국수, 이번 주에는 초계국수다.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 ‘거룩한 밥상’에는 일주일 간 삶의 현장에서 지친 지구별 나그네들 중 목사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한 상으로 대접받고 싶은 ‘아무나’가 참여한다. 주일에 ‘함께 심는 교회’로 모이는 공동체에 참여하여 예배를 드리고, 목사님 표 애찬을 나누고, 성경을 함께 읽고 자기의 생각을 나눈다. 전통적인 교회에 익숙한 사람들의 눈에는 이것이 교회인가 의문스럽다.

 

주방에서 커피도 내리고 요리도 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운 세 아이의 아빠 박종현 목사
주방에서 커피도 내리고 요리도 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운 세 아이의 아빠 박종현 목사

그러나 ‘함께 심는 교회’는 “그리스도인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같이 고민하는 신앙 공동체임이 틀림없다. 교인이 아니어도 참석할 수 있는 예배와 모임을 지향하며 한 번의 예배 참석으로 마음에 큰 감동을 줄 수는 없어도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함께 성경을 읽으며 토론하며 기독교의 진리에 접근해간다. 박 목사는 교회에 와서도 섬김과 봉사에 얽매여 안식할 수 없는 교인들에게 철저한 쉼을 보장한다. 아무 것도 안 해도 좋다. 목사가 밥을 하고 주방에서 분주한데 들여다보지도 않는 사람들의 모습 그대로가 좋다. ‘그래 교회에 와서라도 쉬어야지. 한 주 동안 직장에서 얼마나 고달팠겠니?’ 마음으로 위로하며 맛있는 한 끼를 정성스레 준비한다. 기존의 교회가 권위와 질서 속에서 체계를 구축한다면 ‘함께 심는 교회’에서는 서로 간 이해관계 없이 사랑으로 빚진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교인들은 교회에 와서 그저 ‘소비’하고 간다. 설교를 듣고 찬양을 듣고 식사 대접을 받고 나눔 시간에도 발언을 강요하지 않는다. 본문 묵상을 하거나 자기 얘기를 하거나 자유다. 그러나 이 나눔과 교제가 교회됨을 이루어가는 중요한 과정이 된다. 웬만한 주석서에 나오는 질문들은 다 나오는 나눔 시간을 통해 교인들은 성경을 알아가고 자기를 알아가고 마음이 치유되고 서서히 변화되어 간다.

 

모든 것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함께 심는 교회'의 예배 공간은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된다
모든 것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함께 심는 교회'의 예배 공간은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된다

박종현 목사는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면서 교회와 지역과의 연계성이 별로 없음에 주목했고 부름 받은 백성들의 모임이 교회라면 당연히 보냄 받은 지역에서 그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미술치료사인 사모와 교회 안에 심리상담 센터를 개설하고 송파구청 등에 다니며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일하기를 자청했다. 그런 노력 끝에 마천동 다문화센터와 MOU를 맺고 활동을 시작했다. 송파구에도 다문화 가정이 1천 가구 이상이 된다. 송아지(송파 아동청소년 지원 네트워크)와도 관계를 맺고 정신건강 복지센터 등과도 연결이 되어 있다. 송파구청의 ‘드림 스타트’라는 부서와 연계해서 경제 취약 대상의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구청과 심리센터와 자부담으로 상담료를 3분해서 받는다. 무료로 하면 상담을 받는 사람들이 무성의해지기 쉽다. 그래서 반드시 본인 부담금을 책정한다. 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확실한 도움을 주기 위해서. 이렇게 시작한 마음치유상담센터가 주중에는 지역 사회 주민들과의 다리가 되어준다. 박 목사는 원목으로 재직하며 영혼의 안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좋은 상담사가 되어주고 있다.

‘소박하고 진실되게 더불어 살아내는 하나님 나라’를 꿈꾼다는 박 목사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역 사회 커뮤니티 서비스에도 적극적이다. 혹자는 지역 사회에 관심을 갖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활동을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쉽게 ‘마을목회’를 이야기 한다. 그러나 박 목사가 생각하는 마을 목회는 근대화 초기 선교사들이 우리 민족을 계몽하던 시대로부터 시작된 선도적인 활동이 아니다. 박 목사는 협업(Co-Working)과 연대(Net-Working)의 ‘더불어’ 개념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에 녹아드는 활동을 이야기 한다. 시대가 달라졌다. 교회가 마을을 이끌어간다는 생각은 교회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던 중세시대에나 어울리는 개념이다. 2020년을 향해 달려가는 오늘, 서울의 마을들은 이미 너무 훌륭하게 형성되어 있고 마을 주민들의 활동도 놀랍다. 교회는 그렇게 이미 형성되어 있는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니 교회를 중심으로 "모여라", "와라"를 할 수가 없다. 먼저 다가가야 하는 것이다. 교회가 나눌 수 있는 자원과 활동을 가지고. 자원이 꼭 금전적 도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과 활동과 섬김의 자세와 나눔의 활동 등 지역 사회가 필요로 하는 요긴한 자원들을 교회가 제공할 수 있다. 그러면서 교회가 마을의 일부가 되어 가는 것이다. ‘더불어 함께’ 살면서.

 

아이쿱 생협 회원들과 반찬나누기 봉사를 준비한다.(사진제공)
아이쿱 생협 회원들과 반찬나누기 봉사를 준비한다.(사진제공)

요즘엔 ‘마을 공작소’, ‘마을 활력소’ 등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공간도 많고 지역 주민들의 활동과 협동조합 등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기존의 교회와 목회의 개념을 고수하던 교회는 사회로부터 한 수 배워야 할 입장이다. 교회는 지역 사회 마을 활동가들과 만나 연대하고 협업의 관계를 맺으며 그들에게 배워야 한다고 박 목사는 역설한다. 그러면서 그 안에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지속적으로 함께 하면서 기독교의 길을 전하는 ‘전도’를 해야 한다. 교인 등록이 목적이 아닌 복음의 전파 말이다. 지자체 직원들이 할 수 없는 그것을 교회는 가장 잘 할 수 있다. ‘직접 찾아가기’다. 가서 시간과 정과 사랑과 수고와 자원을 나누며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과 진정성이다. 박 목사는 아이쿱 생협 회원들과 함께 ‘반찬 나누기’를 하면서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를 3년째 계속하고 있다. 이런 지속적인 관심과 나눔은 반드시 “어디서 하세요?”, “왜 하시는 거예요?” 하는 질문을 얻게 된다. 이때를 놓치지 말고 “예, 교회에서 예수님의 마음으로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겸손하게 전한다. 너무 들이대지 말고. 쉽지 않은 일을 한결같은 정성으로 꾸준히 하면서 받는 사람들이 감동을 받을 때 개독교의 이미지를 벗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찾아가는 의미의 선교’야말로 ‘선교적 교회’의 모델이 아닌가 생각한다. 박종현 목사는 다음 달에 ‘송파 활동가 네트워킹’(가칭) 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세우려 준비 중이다. 십여 명 정도의 송파구 지역 활동가들의 모임에서 서로 유익을 줄 수 있는 활동 영역을 찾아보니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발견했고 그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 모임의 대표를 맡아 그들과 ‘더불어 함께’ 하기로 했다.

 

지역 주민들과 올림픽 공원에서 세월호 관련 행사도 함께 했다.(사진 제공)
지역 주민들과 올림픽 공원에서 세월호 관련 행사도 함께 했다.(사진 제공)

박종현 목사는 또 서울시에 마을 미디어로 등록된 ‘페이퍼 보이(Paper Boy)’를 발행한다. 지역사회 주민들 간의 소통을 위해 발행하는 타블로이드 판 16면짜리 잡지다. 벌써 3호가 나온 ‘페이퍼 보이’는 지역 미디어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송파에 사는 사람들의 알리고 싶은 활동을 소개하고 송파 주민들의 의견을 실어주고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해 기사도 만들고 홍보도 도우며 자기 일처럼 뛰어준다. 창간호에 기사가 실렸던 한 만두 가게는 신문이 발행된 후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각 호마다 골목 상권을 위한 가게 소개 하나씩과 주민들의 사랑방처럼 함께 모여 원하는 활동을 만들어 가는 모임 소개, 또는 특색 있는 공방 소개들로 지면을 채우고 있는 페이퍼 보이는 내가 사는 ‘동네 이야기’, ‘사람 이야기’에 관심을 끌어내 준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삶에 대한 향수와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알찬 읽을거리로 꽉 찬 마을 미디어 '페이퍼보이'. 디자인은 청년협동조합 '몽땅'에서 해줬다.
알찬 읽을거리로 꽉 찬 마을 미디어 '페이퍼보이'. 디자인은 청년협동조합 '몽땅'에서 해줬다.

글만 써서 알리는 게 아니라 동네 골목 상권을 활성화시켜 주기 위해 자기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제 일처럼 열심히 뛰어 홍보도 해주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각종 활동 정보를 제공하는 이 마을 매거진을 박 목사는 마을 기업으로 키울 생각이다. 이 신문 활동을 통해 폐업 직전의 가게가 기사회생하고 숨겨진 보물 같은 공방이며 지역 도서관이나 가게들이 관심을 얻게 되었다. 마을 활동에 참여해서 시간과 자원을 나누며 진정한 이웃이 되어주자는 목회 활동의 목표는 개인이나 교회가 아니라 이웃과 함께 할 때에 비로소 이루어진다.

교회는 예수를 믿는 한 사람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그 한 사람 한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가 될 때 비로소 서로 부족한 것들을 채우면서 유기체적인 관계가 형성되고 생명력 있는 조직이 되어간다. 박종현 목사는 함께 심는 교회를 통해 송파구 전 지역과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하나님의 관심과 사랑을 펼쳐 나가기 원한다. 함께 심는 교회와 지역 주민들이 함께 하는 작은 움직임들로 송파구의 지역 사회가 활성화 되고 그 곳이 생명이 살아나는 하나님의 밭이 되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교회와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어 가는 것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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