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무력화
법의 무력화
  • 서성환 목사
  • 승인 2018.07.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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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법정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인데 교회의 법정에서도 그리한다면, 그 교회는 과연 그리스도의 교회인가?"

스포츠가 주는 감동의 토대는 공정한 판정에서 시작된다. 규칙 외에는 아무 것도 고려하지 않고 규칙의 정신대로 정확하게 판정하는 데서 감동이 솟아난다. 그런 진정한 감동에서 그 스포츠가 흥왕하게 된다. 그러나 판정 부정의혹이 끊이지 않는 스포츠 종목은 점점 쇠퇴할 수밖에 없다. 힘으로 부당한 판정을 밀어붙이면 스포츠가 주는 감동은 사라진다. 사람들은 공정시비에 휘말려 점점 낙담하다 마침내 등을 돌려 버린다. 미비한 규칙을 빌미삼아 심판의 재량권 남용으로 인한 공정하지 않은 판정이 규칙을 있으나마나하게 만들고, 무법천지처럼 느껴지게 하면 아무도 그런 경기에 관심조차 주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회복되는 데는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회복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세칭 명성교회세습재판이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이번 회기 내에 판결이 나올지, 어떤 판결이 나올지도 예상이 분분하다. 이 사태를 바라보면서 세상에서 말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자조 섞인 풍자말을 떠올리게 된다. 과연 “명성이 힘이 세긴 세구나”, “일개 교회가 일만여 교회가 소속된 교단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구나”, “힘이 있으면 무죄고, 힘이 없으면 유죄로구나”, “이렇게 법의 자구나, 맹점들을 가지고 농단을 한다면 법이 무슨 소용인가” 많은 이야기가 난무하고 있다. 낙담을 넘어 절망을 향해 치닫고 있다. 힘 앞에서 법이 무력해지고 있는 것이다. 법이 무력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는가? 쇄락과 회복불능상태가 다가오고, 그 회복을 위해서는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물론 회복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소위 명성교회세습재판에서 법리가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다고 한다. 양측이 다 법에 기대어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강변한다고 한다. 그래 그런 법리 주장 이전에 이런 생각을 한 번 해 보자. '세상에 완벽한 법은 없다. 아무리 법을 치밀하게 만든다고 해도 인간의 한계로 인해 완벽할 수 없다. 하물며 법률적인 허점이 너무나도 많은 교단의 헌법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 헌법으로 교회를 어거하며 주님을 섬길 수 있었던 것은 그 헌법을 만든 신앙을 존중하고 그런 법을 만든 취지에 순복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불완전한 헌법은 더욱 불완전하게 되고, 마침내 헌법은 아무 것도 아닌 무력한 것이 된다. 법이 무력화된 교단에는 아무런 미래가 없다.' 법을 지키지 않은 행위에 대해 오히려 법에 근거하여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헤아려 보아야 한다. 신앙과 양심을 포기하면 어떤 법이라도 법의 이름으로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 세상법정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인데 교회의 법정에서도 그리한다면, 그 교회는 과연 그리스도의 교회인가?

명성교회세습재판에서 어쩌면 명성측이 힘으로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명성측은 소원을 이룬 것이 될지 몰라도 한국교회에는 재앙이 될 것이다. 법이 힘에 의해 무력화 되는 곳에는 정의도, 신앙적 승리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정의와 신앙적 승리가 사라지면 무엇이 남는가? 인간적인 힘의 논리로 교회가 얼마나 지탱될 수 있을까? 현상적으로 지탱이 된들 그것을 교회라고 할 수 있는가? 모든 정당성을 잃어버리고 그 부끄러움을 씻어낼 길이 없지 않는가? 무엇보다도 한국교회 전체에 씻기 어려운 상처와 고통을 오래 오래 안겨 줄 것이다. 일제강점기 때 교회의 신사참배 결의는 형식적으로는 교회의 법에 따른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총회의 결의를 내세워 교회들에게 그 정당성을 강변하였다. 그러나 지금 와서 누가 신사참배를 정당하다 하는가? 신사참배는 법이 힘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혀 참살당한 사건일 뿐이다. 한국교회는 신사참배 강행을 힘에 굴복하여 억지로 하였든, 힘에 눌려 눈치 보며 자발적으로 하였든, 그 부끄러움을 떨쳐낼 수 없다. 그것은 한국교회의 원죄로, 한국교회는 그 죄악에서 지금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와 같은 무참한 일을 오늘에도 정말 반복하려는가?

 

서성환 목사

사랑하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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