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절 또는 변화
변절 또는 변화
  • 지형은 목사
  • 승인 2018.07.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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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하려면, 변화해야 한다. 물론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전파다."

벌써 한참 전이다. 러시아선교 50주년을 맞이하여 모스크바에 간 일이 있다. 모스크바를 비롯하여 여기저기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님들 몇 십 명이 모였다. 일정에 간담회가 있었다. 한국에서 함께 간 몇 목사님들과 선교사님들이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물론 중심 주제는 선교였다. 그때 내가 선교사님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러시아 선교에서 정교회와 공산주의에 관련된 질문입니다. 역사상 기독교에 가장 적대적인 몇 집단 중 하나인 공산주의의 종주국이 옛 소련연방입니다. 그 혹독한 상황에서 70년을 버티고 생존해온 것이 정교회입니다. 한국 기독교는 교파에 따라 또는 개별 목회자나 선교사에 따라 정교회에 대한 시각이 다르지만 아마도 더 많은 수가 정교회를 정통 기독교로 보지 않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개종이 필요한 선교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지요. 제 생각에는 러시아 선교에서 두 가지가 중요하리라 보는데, 정교회와 공산주의를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는 문제입니다. 정교회와 선교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공산주의에 관해서는, 쉽지 않은 시각이지만, 기독교와 공산주의가 현실적으로는 공존하는 길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한국 교회가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 사상과 가지는 관계는 역사적으로 극과 극을 달렸다. 러시아혁명이 일어날 즈음 한국은 일본에 강점당한 상태였다. 한국 민족의 주적이 일본이었다. 러시아혁명은 초창기에 전 세계의 약소국에 희망이기도 했다. 한국의 지식인과 기독교인 중 많은 사람이 사회주의로 전향했다. 사실 이 당시엔 전향이라는 단어를 쓸 것도 없었다. 민족의 생존과 독립을 갈구했던 지도자들에게 저 북쪽에서 들려오는 혁명의 소식은 희망의 끈이었다. 한국전쟁(6·25전쟁)으로써 이런 국면이 완전히 반대로 뒤집혔다. 러시아혁명과 한국전쟁 사이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 있었고 패전국 일본이 한국에서 철수하고 소련과 미국이 한반도에 진주했다. 냉전 체제가 강화되면서 공산 진영과 자유 진영의 대리전쟁이 우리가 사는 땅에서 발생했다. 이 상황에서 남한은 자유 진영 편이었고, 공산주의는 화해하지 못할 적대 세력이었다.

시대가 변했다. 우리 어릴 때 중국은 대만을 일컫는 말이었다. 현재의 중국은 중공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면서 죽의 장막도 걷히고 철의 장막도 걷혔다. 냉전 이후 시대가 되었다. 한반도의 상황은 지난 4·27판문점 이후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중국이나 러시아 또는 북한까지 포함해서 오늘날 세계의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는 시장경제를 수용하여 끊임없이 궤도를 수정하고 있다. 궤도 수정은 변절이 아니다. 변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참패한 것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수구적인 틀을 고집해서다. 고집은 소신과 다르다. 한국 교회는 어떤가. 한국 교회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교단들과 대형교회들은 보수적이다. 그 시각과 입장이 자유한국당과 비슷한 정서 아닌가 싶어서 걱정된다. 생존하려면, 변화해야 한다. 물론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전파다.

 

지형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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