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간 전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2018 러시아 월드컵이 프랑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결승전이 끝나고 바로 시상식이 경기장 한가운데서 진행되었다. 그런데 하필 시상식이 진행되는데 강한 장대비가 하늘로부터 쏟아졌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시상식을 진행하는 주최측과 선수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찌 보면 빨리 시상식을 끝내고 실내로 들어가야만 할 것 같은 상황에서 비에 흠뻑 젖은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우승국인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은 물론 준우승국인 크로아티아 대표팀 선수들을 한 명씩 꼭 끌어안으며 격려했다. 폭우 속에서 보여준 마크롱 대통령의 뜨거운 포옹에서 불과 40세 밖에 안된 그가 어떻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최고 수장이 되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랑은 동사다. 사랑은 말과 혀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함과 진실함으로 완성된다. 특별히 요한복음에서는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사랑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그 예수님의 끝사랑은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친히 씻기는 세족식에서 절정을 이룬다. 평양말 성경에는 예수님의 세족식 장면이 이렇게 묘사되었다.
“그리고 세수소랭이에 물을 부으셨다. 그런 다음 그분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기 시작했고, 그분은 자신에게 둘렀던 수건으로 그것들을 닦이 주셨다.” -요한복음 13장 5절(평양말 성경)
평양말 성경에 나오는 ‘세수소랭이’는 ‘세숫대야’의 평남 방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대야의 어원은 ‘다야’라고 한다. ‘다야’는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의 생활에서 꼭 필요한 물품이기에 지방마다 ‘다야’를 가리키는 방언이 조금씩 달랐다. 똑같은 ‘다야’를 두고 경상도에서는 ‘대에’라고, 충청남도에서는 ‘대하’라고, 함경도에서는 ‘때에’라고, 제주에서는 ‘소래’라고 불렀던 것이다.
십자가에 달리시기 적전 예수님은 ‘세수소랭이’를 들고 제자들의 발을 친히 닦으셨다. 그 제자들의 발에는 그날 밤 예수님을 팔아 넘기는 가룟 유다의 발도 있었다. 예수님은 가룟 유다가 자신을 배신할 것을 이미 잘 알고 계셨지만 다른 제자들의 발과 마찬가지로 유다의 발도 정성껏 닦으셨다. 자신을 버리고, 자신을 비우고, 종의 형체를 입으신 예수님의 사랑과 겸손에서 우리는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말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한반도 대평화 시대에 예수님처럼 ‘세수소랭이’를 들고 북한 사람들의 발을 씻겨주는 예수님의 제자가 더 많아 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