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과영성] 여름휴가와 크리스천
[쉼과영성] 여름휴가와 크리스천
  • 옥성삼 교수
  • 승인 2018.07.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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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를 뜻하는 바캉스(Vacance)의 어원은 라틴어 ‘Vacatio’(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와 'Vanous'(빈자리)이다. 바캉스에 담긴 ‘비움과 자유’로의 추구는 노동에 대한 보상이면서 한편으로는 일중심사회를 유지하는 진통제와 방부제이기도 하다. 프랑스 혁명에 기초한 근대시민사회의 도래와 산업혁명이 가져온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발전에도 대중의 유급휴가(바캉스)는 그저 주어지지 않았다. 20세기초 산업화로 인한 근로자의 과잉노동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동자운동과 기업 및 정부의 제도적 합의의 열매가 근로시간 규정 및 바캉스(여름휴가) 등장의 배경이다. 1930년대 프랑스와 서구유럽에서 시작된 바캉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야 보편적 문화로 정착된다. 한국에서 근대적 의미의 여름휴가 역시 노동자 운동의 결과로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지금도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확보, 노동자의 권리 및 보상심리, 그리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국가의 목적이 교집합을 이루는 법과 정책과 문화가 바캉스이다. 이렇듯 여름휴가는 일중심 사회의 현실과 이상이 부딪히는 긴장감이고 상징적 문화이기도하다.

그동안 교회는 여름휴가에 대한 신학적 연구나 목회적 노력보다는 주일성수와 신앙절기에 대한 의례적 필요가 주된 관심이었다. 여름방학이 교회의 여름 성경학교와 선교 봉사활동 등과 연결되었다면, 여름휴가는 전교인수양회나 산상집회와 같은 공동체적 신앙 수련문화로 연결되었다. 한국사회가 여름휴가, 쉼, 여가 등에 대한 실천적 관심을 넓히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 세계화로 인한 민족 정체성 위기를 겪으면서부터이다. 같은 시기 한국교회는 양적 성장이 멈추고 신앙 정체성 위기를 맞이한다. 한국사회가 우리문화에 대한 재인식으로써 한류의 창출 그리고 일상 생활의 재발견을 통해 세계화 환경을 가로지르는 힘을 길렀다면, 시대적 변화에 응답하지 못하고 본질로 포장된 과거로의 집착이 오늘날 한국교회 위기의 바탕이다. 시대적 변화와 요청에 대한 성육신적 응답으로써 쉼과 안식 그리고 여름휴가에 대한 교회의 실천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삶은 ‘일과 쉼과 놀이’의 삼위일체적 리듬과 균형으로 이뤄진다. 일과 쉼과 놀이의 상호작용적 관계가 어느 하나를 중심으로 우열화 및 이분화(대립화) 되면 삶의 균형과 리듬이 무너지고, 결과적으로는 삶의 산성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건강성을 해치게 된다. 환경이나 개인의 생애주기별로 삶의 균형과 리듬의 비율이 다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러한 균형과 리듬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삶은 이 균형과 리듬이 깨어질 때가 다반사이다. 일상의 시간과 공간을 잠시 멈추고 쉼과 휴가를 가지는 것은 긴 인생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마디이고, 왜곡된 균형과 리듬을 회복시키는 작업이다. 이런 측면에서 창세기의 ‘안식’과 복음서의 ‘하나님 나라’ 메시지는 놀라운 삶과 신앙의 비결을 담고 있다. 안식의 4가지 단계- ‘멈춤, 쉼, 성찰, 향연’- 는 믿음의 근육을 강화시키고 삶의 체질을 유연케 한다. 하나님 나라의 3단계- ‘비움(멈춤, 쉼), 체움(말씀, 양육), 나눔(교제와 봉사)’- 역시 안식과 연결된다. 반복적이고 분주한 일상을 멈추고, 염려와 욕심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숨고르기를 한다는 것. 이 단순한 실천이 여름휴가에 내포된 핵심이다. 바캉스가 ‘비움을 통한 자유로의 추구’라면, 신앙인의 삶은 자신의 생각 경험 욕심 염려 의지 등을 비우는 케노시스(kenosis)로 시작된다. 비워진 케노시스의 시공간에 창조주의 숨결을 채우는 기회가 여름휴가이다.

옥성삼 교수연대연합신학대학원 책임교수크로스미디어랩 원장  가스펠투데이 기획편집위원
옥성삼 교수
연대연합신학대학원 책임교수
크로스미디어랩 원장
가스펠투데이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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