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로힝야족 난민구호] "신들의 전쟁?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르포 : 로힝야족 난민구호] "신들의 전쟁?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 가스펠투데이
  • 승인 2018.02.0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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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한의 미얀마, 애한의 로힝야족! 그들에게 심겨지고 있는 십자가 사랑

미얀마를 보다

지금도 라힝야족은 미얀마의 학살을 피해 주변국으로 탈출한다. 위험을 뚫고 주변국에 도착하여도 난민의 자격을 얻기는 어렵다. 그 중에서도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의 구뚜발롱 메인 캠프를 중심으로 라힝야족의 삶과 죽음이 공존한 곳을 찾았다. (사진=Google 지도 캡쳐)
지금도 라힝야족은 미얀마의 학살을 피해 주변국으로 탈출한다. 위험을 뚫고 주변국에 도착하여도 난민의 자격을 얻기는 어렵다. 그 중에서도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의 구뚜발롱 메인 캠프를 중심으로 라힝야족의 삶과 죽음이 공존한 곳을 찾았다. (사진=Google 지도 캡쳐)

‘김현희’, ‘대한항공 858기’, ‘아웅산 수 지(Aung San Suu Kyi)’ 한국인들은 이 단어의 파편들을 조합해 미얀마를 떠올린다. 그리고 한국에서 서남쪽으로 약 6시간의 비행기를 타고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관광지라는 것 외에는 생각나는 것이 별로 없을 정도다. 지난 해 우리는 우연히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또 다른 단어를 만나게 된다.

‘로힝야족’, ‘벵갈리’, ‘난민’, ‘불법이민자’, ‘보트피플’, ‘인종청소’...그리고 ‘학살’ '도대체 미얀마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낯선 미얀마, 우리와 다르면서도 묘하게 닮아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미얀마의 주홍글씨, 벵갈리(로힝야족)을 만나다

로힝야족은 삶과 죽음을 마주하고 살아야 한다. 사진은 미얀마의 학살을 피해 탈출하다 배가 뒤집혀 희생된 라힝야족.(AP=연합뉴스 출처-중앙일보)
로힝야족은 삶과 죽음을 마주하고 살아야 한다. 사진은 미얀마의 학살을 피해 탈출하다 배가 뒤집혀 희생된 라힝야족.(AP=연합뉴스 출처-중앙일보)

불교국가인 미얀마는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지속적인 차별과 억압으로 대해왔다. 표면적으로는 종교적 갈등에서 비롯된 대립과 다툼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의 인종청소 역사는 영국과 일본의 식민지배 과정, 사회와 정치의 역학관계 등이 종교분쟁으로 표면화 된 것이다. 민족주의에 의한 이민자와 이슬람교에 대한 반발과 소수민족으로서 자치와 독립을 위해 영국과의 연대는 갈등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리고 영국과 일본의 전쟁은 로힝야족과 아라칸족(버마족)의 싸움이 되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 이후 미얀마 연방은 130개 이상의 다양한 종족을 포함한 국가가 된다. 군부 체제를 지나오면서 사회의 법과 제도는 로힝야족에게는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형태로 자리잡았다. 대표적으로 1974년의 비상이민법, 1982년 버마시민법, 1990년 총선 이후의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과 권리 제한을 통한 추방작전 전개 등을 들 수 있다. 로힝야족은 불법이민자로 만들어졌다.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혜택인 교육과 의료의 기회는 상실되었고, 정부에 의해 추방되거나 쫓겨 다녀야 할 운명으로 살아야 했다.

 

구뚜발롱, 기나긴 난민의 행렬 속으로

죽음을 피해 향방 없는 보트피플의 슬픈 항해를 보았다. 30년 동안 끊임없이 지속된 대대적인 학살과 울부짖는 난민의 행렬을 외면할 수가 없다. 복음은 고난당한 이웃과 함께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열악한 항공편과 자동차를 번갈아 타면서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 도착. 구뚜발롱 난민 캠프를 향했다.

구호품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다. 멀리 비탈진 곳에는 거주하기 위해 비닐로 움막을 쳐 놓은 것이 보인다. (사진 김경태)
구호품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다. 멀리 비탈진 곳에는 거주하기 위해 비닐로 움막을 쳐 놓은 것이 보인다. (사진 김경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믿기 힘들 정도로 처참하다. 수인성 전염병에 감염된 사람이 넘쳐나게 된 데에는 열악한 수도시설과 화장실의 탓이 컸다. 주거시설도 마찬가지. 대나무를 엮고 비닐을 덮어 씌워 만든 움막이 전부다. 이런 움막은 난민들이 머무는 곳에는 어김없이 빼곡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난민촌은 무려 70km에 걸쳐 넓게 분포되어 있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검은 비닐 천막 안에서 조리와 식사를 해결하고 잠을 자야하는 그들. 그 안에는 숨은 쉬고 있지만 언제 죽음이 찾아올지 모를 환자와 노인들, 힘겨운 숨을 몰아쉬고 있는 어린이와 간호를 하고 있는 누나, 곁에서 “괜찮아질 거야”라며 약봉지를 흔드는 아비가 희망을 품고 있었다.

 

부족한 구원의 손길

이곳은 모든 것이 부족하다. 매일 사선을 넘어 모여드는 난민들로 뒤섞인 이곳은 아비규환 그 자체다. UN 난민기구를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구호단체들과 지역 NGO, 의료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넘쳐나는 난민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호품을 나누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사람이 밟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나마 정부에서 군인과 경찰, 공무원들을 동원하고 NGO와 함께 질서를 유지해주어 난민촌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낯선 곳에서 만난 사람들

가는 곳마다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한국에서 일하고 돌아갔던 이주노동자들이다. 20년 동안 이들과 동고동락을 했던 탓일까? 그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돕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함께 시장에 가서 쌀과 기름, 밀가루, 양파, 마늘, 녹두 등의 먹을거리를 구매하고, 같은 처지의 동족에게 나누는 일에 내 일처럼 나섰다.

난민들에게 나누어줄 구호품을 구매하여 싣고 구뚜발롱을 향한다.
난민들에게 나누어줄 구호품을 구매하여 싣고 구뚜발롱을 향한다.

그들만의 규율

난민들에게는 자신들만의 규율이 있는 듯 했다. 이들은 오래전 정착한 사람들, 2017년 8월 25일 이후로 전개된 토벌작전을 피해 탈출한 부류들, 그리고 이곳을 찾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난민들로 나누어 규율을 집행하는 듯 했다. 특히 구호품 배급은 표를 통해 전달하는 데,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어려움을 호소해도 그들은 자신들만의 규율로 질서를 유지해간다.

 

더 열악한 아낌파라로, 그곳에서 십자가를 세웠다

구뚜발롱은 더 이상 난민을 받을 수 없을 만큼 넘쳐났다. 그래서 새롭게 조성된 곳이 아낌파라 난민촌이다. 새로 생긴 탓에 구뚜발롱에 비해 더 열악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도움이 더 절실히 필요한 곳으로 발길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은 10kg의 밀가루도 겨우 가지고 갈만큼 지쳐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오늘 저녁 굶지 않아도 된다. 지난밤 어렵게 탈출해 이곳을 찾은 난민들에게는 쉴 집도, 구호물자를 받을 표도 없다. 그저 부러운 듯이 그들을 바라만 볼 뿐이다. 우리는 구호품을 나누어 주면서 처음으로 십자가를 목에 걸었다. 비록 신앙의 대상은 달라도, 신들의 이름으로 죽어가고 내쫓긴 그들을 복음으로 품었다. 맞닿은 두 손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함께 하는 마음 가운데 그리스도의 위로로, 우리는 그렇게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세우고 있었다.

 

황무지에서 생명을 심는다

어디선가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린다. 창고 같은 두 개의 건물에서 들리는 소리다. 안을 들여다보니 수십명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선생님과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현실에 굴복하지 않았다. 전깃불도 없는 컴컴한 교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은 열악한 교육환경을 딛고 생명을 심는 숭고한 현장이었다.

정한성 장로가 기증한 볼펜을 내일의 새싹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정한성 장로가 기증한 볼펜을 내일의 새싹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지금의 척박한 환경을 미래세대에게 결코 물려줄 수 없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이렇듯 창고와 비닐포장으로 만든 오두막에서도 교사와 제자는 함께 공부를 하며 내일의 희망의 씨앗을 키우고 있었다.

 

죽여도 괜찮은 목숨?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탈출하는 이동경로를 찾아보기로 했다. 국제 구호단체들은 “위험하고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으니 가지 말라”는 조언을 뒤로하고 4시간 가량을 달려서 테크나프에 도착했다. 나프강에 올라 바라본 풍경은 밤마다 살육의 현장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평온하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지난밤에 있었던 이야기를 듣는다. 길을 안내해준 NGO 친구의 말에 의하면 어제 밤에도 배가 파손되어 60명의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살육이 매일 반복되지만 오늘 밤에도 탈출을 위해 미얀마 쪽에서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죽음의 경계에서 목숨을 걸어도 살기 어려운 곳. 매일 밤 학살의 사냥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 가운데 조용히 묻는다.

“누가 그들을 죽여도 괜찮은 목숨으로 만든 것인가?”

탈출의 이동경로는 라힝야족에게 있어서 생존을 위한 기회의 길이다. 그러나 지역민조차도 그 길을 두려워한다. 그들을 향한 총부리와 매설된 지뢰가 생명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들은 매일 밤 목숨을 건다.

 

다시 복음으로

일정 탓에 한국에 돌아왔어도 마음이 편치 않다. 나프강의 슬픈 노래가 들리는 듯 한 기분 탓일까? 지금도 생존을 위해 사선을 넘고 있을 로힝야족. 겨우 탈출에 성공했어도 내일의 안전과 기본적인 생활조차 보장 받을 수 없는 그들이 눈앞에 자꾸 아른 거린다. 미얀마군의 학살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흘러든 난민만 무려 55만이다. 우리 사회와 한국교회는 방관해도 괜찮은 것인가? 이제는 결정해야 할 때다. 무엇이든지, 어떤 것이든지 시작해야 한다. 나는 오늘 말씀을 묵상하며, 방글라데시로 향한 마음을 발걸음으로 옮기기 위해 또다시 준비해본다.

“주막주인에게 데나리온 둘을 주며 이 사람을 돌보아 주라 비용이 더 들면 내가 돌아올 때 갚으리라 고 했다(눅10:35) ”

 

 

로힝야족 난민 긴급구호 르포는 김경태 목사의 체험기이다. 김경태 목사는 대구지역사회선교협의회 상임이사, (사)함께하는 아시아생명연대 대표로 있으며 구민교회를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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