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말로 성경읽기] 누가 사마리아 악마인가?
[평양말로 성경읽기] 누가 사마리아 악마인가?
  • 황재혁 객원기자
  • 승인 2018.07.06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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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8장 48절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에 대해서 무지한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등장한다. 예수님은 분명 자신의 입으로 “내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말씀하시지만, 유대인들은 그 말씀을 쉽사리 믿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한복음 8장에서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믿지 않는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향해 이렇게 외친다.

 

“이 사마리아 악마야! 우리가 당신이 귀신들렸다고 계속해서 말하지 않았는가?”

-요한복음 8:48(평양말 성경)

 

새번역 성경에서는 8장 48절이 "우리가 당신을 사마리아 사람이라고도 하고, 귀신이 들렸다고도 하는데, 그 말이 옳지 않소?"라고 되어있다. 새번역 성경에서는 ‘사마리아 사람’과 ‘귀신 들린 사람’이 분리되어 있지만 평양말 성경에서는 ‘사마리아 사람’과 ‘악마’가 합쳐져서 ‘사마리아 악마’라는 독특한 표현이 등장한다. 이는 물론 평양말 성경이외에서는 다른 한글성경에서 찾아볼 수 없는 표현이다.

우리는 여기서 유대인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사마리아 사람을 향한 혐오를 알 수 있다. 그 당시 유대인들에게 사마리아 사람은 온전한 인격체가 아니라 귀신들린 사람과 동급이었다. 사실 유대인과 사마리아 사람의 불화는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구약에서 솔로몬 왕이 죽은 이후에 이스라엘은 유다지파를 중심으로 한 남유다 왕국과 에브라임지파를 중심으로 한 북이스라엘 왕국으로 분열되었다. 나라가 분열된 이후 남유다는 예루살렘(시온 산)을 종교의 중심지로 삼았고 북이스라엘은 사마리아(그리심 산)를 종교의 중심지로 삼았다. 이후 북이스라엘은 앗수르에 의해 멸망당하고, 남유다는 바벨론에 의해 멸망당하지만 그들은 이후에도 각자 다른 신앙 전통을 유지하며 자신들이 신앙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역사적으로 유대인과 사마리아의 갈등은 염소의 싸움처럼 살벌했다, 픽사베이 갈무리
역사적으로 유대와 사마리아의 갈등은 염소의 싸움처럼 살벌했다, 픽사베이 갈무리

실상 유대인과 사마리아 사람은 한 하나님을 믿고 한 조상의 후예였으며 한 가족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무시했고 부정하게 여겼다. 그들에게 신앙은 서로를 하나 되게 하는 끈이 아니라, 서로의 관계성을 끊는 칼이었다. 결국 요한복음에서 유대인들의 날카로운 배타성은 예수님께로 향하게 되고 그들은 예수님을 향해 ‘사마리아 귀신’이라는 ‘혐오표현(hate speech)'을 한 것이다.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서 영접하지는 못할망정 ’사마리아 귀신‘이라고 말하며 예수님을 폄하한 것은 큰 실책이었다.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혐오표현’을 '인간존엄성과 평등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원칙을 거부하고, 개인이나 집단의 사회적인 지위를 훼손하려 하는, 타인을 향한 표현의 형태'라고 이해한다. 요한복음에서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쉽게 ‘혐오표현’을 일삼는 유대인은 예수님에게도 거리낌 없이 ‘혐오표현’을 한다. 사회적으로 여러 이슈들로 혼란스러운 지금이야말로 한국교회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혐오표현’을 일삼는 유대인들을 닮았는지, 아니면 예수님의 겸손을 닮았는지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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