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이어준 딸들, 그들의 손을 잡고 살아갑니다
삶을 이어준 딸들, 그들의 손을 잡고 살아갑니다
  • 김지운 기자
  • 승인 2018.07.05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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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천여성인권지원센터 이사장 이순심 권사
상담소가 없어지는 소망을 품으며 최선을 다해 헌신할 것
서울시경찰청 정책회의에 참여한 참석자들. 왼쪽에서 세번째가 이순심 권사
서울시경찰청 정책회의에 참여한 참석자들. 왼쪽에서 세번째가 이순심 권사. (사)순천여성인권센터 제공.

“내 딸들아 내 손 놓지 말아라. 너희들이 놓지 않는 한 이 손은 계속 잡고 갈 수 있단다. 너희가 놓게 되면 어떠한 도움도 줄 수가 없게 돼. 제발 내 손을 꼭 잡아주렴”

(사)순천여성인권지원센터 이사장 이순심 권사(64, 쉼이 있는 교회)는 청소년 쉼터의 아이들을 딸이라 표현한다.

육신의 어미와 자녀 관계가 아니지만 가슴으로 낳은 딸로 생각한다는 이권사. 그래서 모든 아이들을 부를 때마다 '딸아'라고 호칭한다.

그 아이들에게 자긍심을 심어 주기 위해 “엄마는 이사장이야. 어디를 가든지 대표로 불리고 있어. 또 대학에서 강의하는 교수이기도 해. 너희들은 대학 교수의 딸이야. 당당하게, 자신감을 갖고 살아야 한단다”라며 그들을 품고 또 품는다.

이 권사가 가슴으로 품은 아이들은 청소년 성매매의 경험이 있거나 성폭력 등으로 고통 받았던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예방활동과 교육, 사회적응활동 등을 지원하기 위해 2011년 7월 5일 사단법인 부설 '헤아림'과 '청소년 쉼터'를 각각 개소해 운영 중에 있다.

교육은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예방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사)순천여성인권센터 제공.
교육은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예방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사)순천여성인권센터 제공.

“2004년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14년째 됐어요. 시행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성매매가 더 많아졌다고 봅니다. 문제는 기술의 발전으로 청소년들이 성매매 유혹에 빠져들 위험이 더욱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국가와 사법기관이 큰 정책적인 틀을 가지고 접근해야 해요”

무엇이 청소년들을 이른바 '조건만남'으로 빠져들게 한 것일까? 이문제 대해 이 권사는 ‘가정’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가족 복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제일 안되는 부분이기도 하는데, 제대로 된 가족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이들이 가출을 합니다. 가출한 아이들은 먹는 것과 자는 것, 입는 것이 중요한 문제겠지요. 3~4일만 가출하면 아이들이 조건만남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결국, 가정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 권사는 대부분의 가출 청소년들이 조건만남을 하게 되는 구조를 가정의 문제에서 출발한다고 봤다.

“이러다 임신을 하게 되면 유흥업소로 갑니다. 그곳에서 불법으로 낙태수술을 시켜 줘요. 업주들은 비용을 아이들에게 빚으로 떠넘깁니다.”

운영위원과 직원들. 이들은 이순심 권사와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슴으로 품기 위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헌신한다.  (사)순천여성인권센터 제공.
운영위원과 직원들. 이들은 이순심 권사와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슴으로 품기 위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헌신한다. (사)순천여성인권센터 제공.

이 권사의 가장 큰 소망은 “성매매가 없어져서 상담소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성매매가 없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는 것 밖에 없다”는 이 권사.

이 권사가 청소년 성매매와 성폭력 예방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범하고도 남부러워할 만한 가정의 주부였던 이권사는 1995년 남편과 사별했다. 그동안 교회 봉사만 하고 살았는데, 정작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죽음을 생각할 때 눈 앞에 남겨진 두 아이가 보였다고 전했다.

“생활 능력을 보니 딱 10년을 버틸 수가 있었어요. 그래서 10년을 살고 죽어야겠다. 그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해보니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이 권사는 모태신앙으로 신앙에 열심이었다. 그런 이 권사가 죽음을 생각할 만큼 세상이 만만치 않았다. 신대원에 진학해 공부를 해도 위로가 되지 못했다. 결국 신학을 포기하고 선택한 것이 사회복지학이다.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1366여성위기전화'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자원봉사 일은 또다시 가정폭력 상담으로 이어져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일하게 됐다.

2004년에는 성매매 방지법이 발효가 되면서 여성부에서 진행한 교육을 통해 성매매 상담원 1기 자격증을 받기도 했다.

2005에는 (사)순천여성인권지원센터를 세웠다. “10년만 살다가 죽으려고 했는데 22년 살았다”는 이권사.

“주님의 은혜에요. 주님이 저에게 이 사명을 주시기 위해 어려운 난관을 헤쳐 나오게 하신 것 같아요. 주님의 뜻이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우리가 사는 삶은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더 힘든 상황에서 사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고 싶었어요. 그들에게 손을 내 미는 것, 그것이 제 일입니다”

성매매. 그것도 청소년 성매매와 성폭력에 대해 우리 사회의 관심은 크지 않다. 오히려 청소년들을 향해 냉대와 손가락질을 하기 일쑤다.

이 권사는 “신앙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에요. 그것을 바탕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주님이 우리를 사랑하는 것처럼 사람을 끊임 없이 오랫동안 사랑하면, 사람이 사람 품으로 돌아옵니다”

이 권사는 당장의 상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조급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성매매 청소년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보통 5~6년이 걸린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이유로 18세 이상이 되면 퇴소해야 하는 쉼터의 정관을 변경해 22세까지 머물 수 있게 했다. 적어도 3년제 대학을 마칠 때까지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고집이다.

쉼터 캠프 일정 중 청소년들의 모습이 여느 아이들과 다를바 없이 맑다.  (사)순천여성인권센터 제공.
쉼터 캠프 일정 중 청소년들의 모습이 여느 아이들과 다를바 없이 맑다. (사)순천여성인권센터 제공.

“교육은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또 상담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권사는 가슴으로 낳은 딸들을 품으며, 그들이 거친 세상을 이겨낼 수 있도록, 또 잠재적인 위협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기 위해 오늘도 전국을 누비며 달린다. 이 세상의 상담소가 없어질 그 날을 기대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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