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을 버리고 뜻을 향해 달려간 흑곰북스 1부
안정을 버리고 뜻을 향해 달려간 흑곰북스 1부
  • 가스펠투데이
  • 승인 2018.01.3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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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로 회복을 경험한 출판인 황희상, 정설 부부

출판계는 매년 “단군 이래 최고의 불황”이란 말을 한다. 경기부진과 출판 불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기독 출판과 서점은 더욱 벼랑 끝에 있다. 이런 불황 가운데도 책으로 건강해지는 교회와 세상을 꿈꾸며 창의적인 방법과 새로운 접근으로 출판계에 진입해 활약하는 이들이 있다. 책은 시대를 선도하는 힘과 가치를 담고 있다. 누군가는 이 매력적이면서도 의미와 가치 있는 산업에 신선한 기획과 열정으로 도전하고 버텨 내고 결실을 얻는다.

시장은 불황의 연속이다. 정부의 신선한 정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출판사들은 모두 문 닫게 될 것 같다는 호소를 한다. 그런데도 독립책방을 만들어 운영하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고, 젊고 신선한 출판사의 출사표도 등장한다. 맘몬의 시대에 성경의 가치와 성도다움, 교회다움의 의미를 향하고 있는 기독 출판인, 기독 서점 경영인에게서 한국 교회의 희망을 들여다본다.

 

교리 교육서의 탁월한 존재감, 흑곰북스

본 기획의 첫 출판사 탐방은 흑곰북스이다. 매출이 담보돼 있지 않던 교리 책에 주목하여 한국 교회에 교리 교육을 선도하고 있는 흑곰북스는 황희상, 정설 부부가 저자이며 대표이다. 두 사람은 캠퍼스 커플로 만나 20년의 인생을 함께해 왔다. 필자가 흑곰북스 부부를 처음 만난 것은 2014년 초다. 지금은 마포로 사무실을 옮겼지만 당시 안산의 예술인아파트가 이들의 사무실이면서 주거지였다. 예쁜 신혼집 같은 따뜻한 분위기와 출판 업무를 하기에 좋은 감성이 풍기는 아담한 공간에서 《특강 소요리문답》 상, 하 2권의 유통과 강의, 다음 책들의 계약과 디자인, 편집을 진행 중이었다. 사무 공간이자 가정집에서 부부 출판인은 삶과 일을 온전히 공유하고 있었다.

흑곰북스 대표, 황희상 정설 부부
흑곰북스 대표, 황희상 정설 부부

두 사람은 대학시절 기독교 잡지 편집팀으로 만나서 하루 종일 함께 일했다. 결혼 전에는 눈 뜨면 만나서 잠자는 시간에만 떨어져 있다가, 결혼 후 하루 종일 재택근무하며 흑곰북스 출간 여섯 권과 지평서원 출간 두 권을 선보였다. 밤이고 낮이고 함께하는 시간에 학교, 직장, 교회 등 모든 영역에서 대화하고 토론하고 합의를 이루어냈다. 연애 시기와 신혼 초까지 무수한 마찰을 이겨내면서도 질리지 않았고, 이젠 일과 가정에 있어서 완벽한 팀워크를 갖춘 천생연분으로 산다.

 

전세금을 빼서 출판사 창업을

두 사람은 신문방송학과 동기이다. 대학시절 우리나라 최초의 기독 웹진을 만든 경험을 살려 졸업 즈음 닷컴 열풍이 불 때 벤처 회사를 창업해 10년간 IT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지만 변화무쌍한 인터넷 산업에서 은퇴시기를 맞았다. 10년차는 발상과 사고방식에서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과 벌어지는 간극을 채우기가 쉽지 않았다. 손대는 프로젝트마다 결과는 참담했고, 출석하던 교회마저 쪼개져 갈라졌다. 설상가상으로 사기까지 당해 치명적인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움직이는 곳마다 망한다는 징크스를 가질 만큼 자포자기 심정이 되어 시골로 내려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출석한 교회에서 청년들을 만나 교제하며 회복을 얻었는데, 당시 교리문답을 깊이 공부한 것이 회복의 비결이었다. 두 사람은 대학시절부터 종교개혁자들의 신앙과 그들이 남겨 준 신앙 유산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 가치를 누려왔다. 교리 공부와 나눔이 이들이 겪은 실패와 낙망에서 일어서게 해 주었고, 함께한 청년들 또한 신앙과 삶이 아름답게 변하는 것을 목도했다. 교리를 가르치는 것은 전하는 자뿐만 아니라 교회 전체에 유익을 준다는 가치를 재발견하고는, 이를 좀 더 공교하게 정돈해서 책으로 만들 결심을 했다.

교리는 쉽게 가르치고 배우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방법이 중요하다. 삶과 동떨어진 교리는 현실에서 능력이 없다. 그래서 황희상 저자는 교리 교육의 방법론을 고민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 내용으로 논문을 쓰고, 최적의 방법론을 적용한 교리 학습 원고를 쓰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집필을 시작했다. 정설 대표는 남편의 결심을 돕기 위해 경제적인 부분을 담당했다. 운전면허를 따고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외국계 회사에 취직했다. 남편은 저자로서의 신뢰도를 갖추기 위해 신학교에 들어갔다. 결국 수년 뒤 기존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전 재산인 전세금을 빼서 흑곰북스를 창업해 《특강 소요리문답》을 출간해 냈다. 모든 것을 던지다시피 한 열정과 모험으로 시도한 이들의 첫 책은 많은 사랑과 극찬을 받았다. 책 출간 후 황희상 저자는 강의봇이라 불릴 만큼 무수한 강의를 하면서 한국 교회에 교리 공부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흑곰북스 출간 도서들
흑곰북스 출간 도서들

 

고통의 길, 다시 돌아가도 당연히 도전

사실 전세금 투입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아내가 어렵게 입사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출판사 경영을 맡아줘야 했다. 누가 봐도 팔리지 않을 것이 확실한 교리 책을 만들겠다며 몇 년을 백수로 지냈다. 급기야 출간을 의뢰한 출판사들마다 원고는 반려되었다. 직접 출판해 보겠다고 전 재산을 털어 넣으려는 남편의 도전에 동의하기도 힘들었는데, 편집과 출판 경영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수락할 아내가 어디 있을까. 책 제작비로 쓰기 위해 전세금을 뺀 뒤 친구네 집 거실에서 살기로 했다. 남편은 날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이 길에 함께 걸음해 주는 아내는 또 무슨 고생인가. 오랜 기간 아무 수입이 없으니 경제적 어려움은 당연했다. 밥값을 아끼는 것은 기본이고 모든 지출을 철저히 단속하며 지냈다. 모든 고통은 책이 나온 뒤 씻은 듯 사라졌다. 팥빙수 한 그릇, 과일 하나 제대로 사먹지 못한 일화들은 웃으며 떠올리는 추억이 되었다. 책 출간 이후로도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결단코 후회는 없다. 흑곰북스를 창업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당연히 그 고생길을 다시 걷는다. 무조건!

 

흑곰북스는 무슨 뜻

종교개혁 신앙을 주제로 하는 책의 출판사 명을 짓자면 ‘진리의 기둥’이라든지 ‘신앙의 전통’이라든지 하는 고상한 이름이 먼저 떠오른다. 부부가 처음 생각한 이름은 ‘리폼드코리아’(Reformed Korea)이다. 그런데 만들고 싶은 책의 1차 독자는 초신자나 교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 청소년, 청년들이다. 진리, 리폼드, 전통 이런 단어들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더 ‘사연이 있는 이름’을 구상했다. 문득 칼뱅이 《기독교강요》 초판을 인쇄한 인쇄소 간판이 흑곰 문양이고, 별명이 블랙베어 프린팅 하우스였던 사실이 떠올랐다. 거기에 모티브를 얻어 출판사 이름을 ‘블랙베어북스’(BBB)라고 지으려 했다. 디자이너들과 컨셉 회의를 하면서 출판사 네이밍을 제시했더니 가장 어린 디자이너가 “블랙베어? 흑곰? 흑곰북스?”라고 말하자 모두 크게 웃었다. 기존의 후보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면서 갑자기 귀엽고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흑곰북스는 디자인팀의 프로젝트명에서 최종적으로 출판사 이름을 꿰찼다.

 

흑곰북스 출간, 특강 소요리문답 표지
흑곰북스 출간, 특강 소요리문답 표지

 

첫 책, 《특강 소요리문답》의 독특한 판형과 디자인

《특강 소요리문답》은 크고 무거워서 호신용 무기로 쓸 수 있으며, 들고 다니다 보면 이두박근이 나온다는 애정 어린 불평이 있다. 부부는 이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본문에 넣고 싶은 모든 것을 넣어 보기로 했다. 디자인 작업은 두 사람이 모두 신뢰하는 친구가 이끄는 팀과 협업했다. 외주 디자인 팀은 방송국이나 공연, 전시, 박물관 등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출판 디자인 경험도 많았다. 문제는 디자인비 책정을 넉넉히 할 수 없는 형편이라, 디자이너들이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하다가, 흑곰북스 일은 퇴근하고 집에 가기 전 자투리 시간을 내어 진행해 주었다. 특이한 점은, 디자이너들이 교회에 다니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독교 용어나 개념에 익숙하지 않아 많은 것을 질문하고 거기에 대답해 주는 과정을 거쳐서 대중적이면서도 친절한 구성으로 나왔다. 흑곰북스 첫 책의 디자이너들은 업계의 탑클래스였다. 황희상, 정설 부부는 인생에 한 번 만들고 끝날지 모를 책에 아낌없이 투자해 보기로 했다. 상하권 한 세트 제작에 6,500만 원을 투입했다. 고급용지를 쓰고 전면칼라로 제작하다 보니 디자인비를 비롯해 제작 단가가 높아졌다. 단가 때문에 초판을 3천부 이상 찍으면서 덜덜 떨었다. 다행히 책 반응이 좋았고, 중쇄할 때마다 5천부씩 찍고 있다. 재쇄 분량을 천 부 내지 천오백 부 잡고 있는 기독 출판계에 《특강 소요리문답》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디자인 컨셉 회의에서 아름답고 박력 있고 의외성의 디자인 요소가 가득하길 주문했고 종교색을 최대한 빼줄 것을 제안했다. 기독 도서 디자인 특징은 파스텔 톤이 흔하고 캐릭터는 항상 행복하게 웃고 있고, 꽃이 피고 나비가 날고, 모두가 손잡고 노래 부르며 뛰어다닌다. 그러나 교리의 문체는 그런 피안의 세계가 아니다. 우리 삶 속에서, 삶과 함께, 일상을 말하는 내용이다. 그래서 일상의 캐릭터로 수정했다. 무표정하게 뭔가 골똘히 생각하며 길을 걷고, 울기도 하는 등 인생의 다면적인 모습을 담았다. 정설 대표는 기독교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아이디어로 디자인을 제안했다. 어느새 아내는 창의적인 사장이자 신선한 출판 기획자로 들어섰다. 저자이자 강연가로 흑곰북스를 알리는 일에 탄력을 붙이는 남편과 유통과 경영으로 베이스를 구성한 아내의 호흡은 척척 맞았다. 흑곰북스의 첫 결과물은 교리 책의 부흥기를 일궈 냈다. 흑곰북스의 행보와 출판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위한 더 깊은 이야기는 2부에서 이어 다룬다.

 

황교진 객원기자 ivfco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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