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목회자, 나음과이음 대표 오재호 목사 _1부
일하는 목회자, 나음과이음 대표 오재호 목사 _1부
  • 황교진 객원기자
  • 승인 2018.07.02 14:2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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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킬로미터 내의 가난, 외로움의 문제 해결을 위해 디자인 회사 세워
좋은 시민으로 사는 본을 보이는 것이 곧 좋은 교회

서울 증산역 부근 디자인 회사다운 감각이 배어 있는 사무실 ‘나음과이음’을 방문했다. 이 디자인 회사의 대표 오재호 목사를 만나기 위해서다. 학부와 신대원 모두 총신에서 공부했고, 한 번도 정식으로 디자인을 배워 본 적이 없는 목사가 경영하는 디자인 회사이다. 심지어 세 명의 젊은 직원까지 모두 디자인 비전공자로 구성돼 있다. 카페, 택배, 대리운전 등의 일을 하는 목회자는 보았지만,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목사라니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대학 시절 워드도 다루지 못하다가 부교역자 사역에 교회를 섬기려고 독학으로 디자인 프로그램을 익혔다고 한다. 현재 예쁜 사무실에서 직원 세 명과 함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나음과이음 사무실에서 오재호 목사
나음과이음 사무실에서 오재호 목사

 

6시에 방문해 인사 나누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인터뷰하는데 그의 얼굴에는 사람 좋은 푸근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마침 일이 일찍 끝나서 직원들을 조기 퇴근시켰다고 한다. 나음과이음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좋은 회사이다.

오재호 목사는 클라우드처치라는 이름의 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기도처로 4년 전부터 모이다가 올 가을 총회 승인을 앞두었다. 1998년부터 전도사 생활을 시작했으니 21년차 사역자이다. 교인들 삶 속에 들어가 교회론을 재정립한 것이 8년 전이다. 한국 교회가 성장주의에 물들고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나면서 청년들이 갈팡질팡하는 데다 절실한 아픔을 견디는 성도에게 실제적인 위로를 전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민하다가 일하는 목회자가 되었다.

사역의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한 모델을 만나고자 6개월 정도 전국을 다니며 농어촌교회 목회자들을 만나고 마을공동체를 이끄는 리더를 인터뷰했다. 그렇게 찾다 보니 교회 안에서 보지 못한 신선한 목회를 목도하게 됐다. 그중에 충남 광시송림교회의 이상진 목사와 함안의 지역아동센터를 이끄는 이은경 선생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천주교 신자인 이은경 센터장은 평범한 아기 엄마에서 주변의 밥을 굶는 아이들 문제를 해결하려고 지역아동센터를 열었다. 지독하게 가난해서 꿈을 꾸지 못하는 지역 아동들에게 필요한 복지를 퍼부어 주는 사람이다. 1인 다역을 하며 가난한 아이들에게 축구팀을 만들어 주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온몸을 던지는 투지가 가득해 '누구에게나 찬란한'이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자기 소유와 명예를 바라지 않고 문제 해결에만 몰입하는 그 모습은 오 목사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광시의 이상진 목사는 시한부인생을 살다가 극적으로 회복한 분이다. 지병인 당뇨를 이겨낸 경험으로 저온양파숙성기술을 특허 받아 교회가 주도하는 마을사업을 만들었다. 양파 농가들에 농협의 수매가보다 2배 이상 수매 지원하며 유익을 나누는 일로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자비량 사역을 하며 지역 사회와 교회, 목회자 가정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델을 보았다. 오 목사는 이 두 분의 삶을 들여다본 뒤 가난하고 외롭고 꿈을 꾸지 못하는 이웃이 없도록 만드는 현실 목회를 꿈꾸기 시작했다. 도시 안에서 전도 대상으로만 보며 불가피하게 불편한 관계를 만들기보다 자연스런 생태를 만들어 내는 ‘일하는 목회’를 생각했다.

 

나음과이음 디자인 로고
나음과이음 디자인 로고

아내와 토의하여 세운 비전이 오 목사 자신이 받은 달란트로 회사와 교회를 세우고 주변 1킬로미터 반경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는 부목사 시절 멀티플레이어로 교회 사역을 해내야 하는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디자인에 손대기 시작했다. 업체에 맡기기보다 스스로 디자인해 본 것이 좋은 감각으로 인정받으면서 어느 순간부터 디자인을 도맡았다. PPT 슬라이드, 주보, 세미나 책자, 홍보물 등을 연구해서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후원하던 농촌 교회들을 돌볼 때는 농산품 디자인과 홈페이지 제작까지 재능기부로 도왔으니 이미 창업하기 전에 디자인 실력을 갖춘 셈이다. 그 내공으로 2013년 5월에 세운 디자인 회사가 나음과이음이다. 이 회사를 통해 '선 자립 후 교회 개척'의 그림을 그렸다. 회사 로고도 반경 1킬로미터 내 이웃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의미를 담았다.

창업한 뒤 후회해 본 적 없냐는 질문에 그는 아내와 손잡고 대화하며 후회했다고 한다. 좀 더 일찍 나와서 회사를 만들어 볼 것을, 이라고 말이다. 오 목사는 교회가 민첩하게 움직이며 고통의 문제를 도울 수 없을까 고민하던 사역자였다. 도시보다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과 네트워크하여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고, 교회가 지역 주민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건강하게 존재하는 법에 대해 목말라했다. 자신의 기획을 당회에서는 부담스러워했다. 현실이 막히자 오 목사는 건물과 조직이 없는 목회, 자신을 팔로우해 주는 성도가 없는 교회가 가능한지에 대한 신학적 답이 궁금했다. 내가 하는 일이 목회이고 자신이 교회로서 존재하는 삶에 대해 신학적 지지를 받으면서 힘을 얻었다. 디자인 회사 설립 후 그는 비용 때문에 좋은 디자인을 얻지 못하는 좋은 단체와 교회를 도우려는 미션으로 자신의 일터를 목회로 삼는 ‘프로마이너 정신’을 추구했다. 즉, 프로의 퀄러티를 내면서 마이너에 있는 사람들을 돕겠다는 것이다.

현실은 달랐다. 세금계산서 끊는 법부터 재무와 세금의 영역이 모두 낯설었다. 사택에서만 살다가 나왔기 때문에 납세의 기록이 없어 은행 대출이 되지 않는 신세란 것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한 달 내내 밤을 새워 디자인한 작업의 대가로 50만 원을 벌었다. 그 수입에서 5만 원을 떼어 십일조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절실히 깨달았다. 세전으로 헌금해야 한다며 이전에 자신이 설교했던 내용을 모두 거두고 싶었다. 생계가 절박한 일상에서 아이들에게 좋은 먹거리 한 번 더 사줄 수 있는 돈을 떼어내고 계속 빚을 갚아야 하는 현실은 실제적인 설교였다. 막상 자본주의의 구조는 포부와 달리 만만치가 않았다. 아이 셋 가장으로서 울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했고, 돈의 흐름과 재무 행정이 낯설어 힘들었다. 돈이 조금 모일 만하면 모두 빠져나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자영업자로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몸소 체험했다.

어느 금요일 한 교회의 저녁 예배 설교를 부탁받았는데 그날따라 클라이언트들이 계속 수정 요청을 하며 자신을 놔주지 않았다. 간신히 일을 마치고 그 교회에 10분을 늦게 강단에 올라갔다. 설교를 시작하려는데 저 뒤에 어떤 분이 지각한 것을 너무나 미안해하며 슬그머니 들어와 자리에 앉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전에 자신이 예배 지각하는 성도들을 싫어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저런 분을 왜 그리 핍박했을까. 이렇게 힘든 하루하루에 그저 교회에 나와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그는 설교를 시작하며 “그러실 것 없습니다. 저도 일하는 목사입니다. 일하다가 금요일 밤에 교회를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에게 아픔을 털어놓는 분들도 많았다. 십년 전에 만난 교회 집사님이었다. “목사님 저는 교회 나가기 싫어요. 속이 아파서 교회 갔는데 항상 똑같이 빨간약만 발라주는 거예요. 저는 의욕과 기력을 상실했는데도 교회만 가면 전도하라, 작정해라, 너무 힘들어요. 힘든 얘기 털어놓기도 어렵고 교회가 원하는 성과에 도움이 안 되면 죄인 취급받는 신앙생활이 도대체 무엇인가요?” 오 목사가 현재 그 집사님의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었다면 이런 속 얘기를 듣지 못했을 거라고 한다. 교회 밖에서 일하고 있으니 편하게 털어놓는 것이다. 그 집사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 그런 고통이 답을 얻지 못하고 교회 안에서 맴돌고 있던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돌보는 교구 안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눈물 흘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그런데도 만나서 이번에 전도 집회 때 누구를 데려올 것이냐는 얘길 해야 하는 자체가 괴로웠다. 그래서 목회상담학을 공부해 본 적도 있었다. 성도들 삶의 실제적인 문제를 도울 요량으로 비싼 학비를 지불하고 공부를 시작했지만, 필요한 배움을 얻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되었다. 결국 제도권 교회 안에서는 성도들의 삶의 실제를 돕는 진정한 목회의 답을 찾지 못했다.

교회론과 구원론을 전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며 교회가 제대로 가르치면 사회가 이렇게 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이르렀다. 세월호 문제와 제주 난민 문제에 대해 교회는 무얼 말해야 할까. 성경적 재정관에 대해 정치 사회의 올바른 관점에 대해 다룰 수 있는 리더를 찾기가 어려웠다. 성도의 수에 따라 부흥의 잣대를 대는 논리에서는 진정한 성찰이 어려웠다. 오 목사는 왜 이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러 교회를 가르치기는 했어도 스스로 교회가 되어본 적이 없다는 묵상을 했다. 자신도 교회에 대해 무지했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교회를 만들까 고민하다가 좋은 교회는 좋은 시민이 되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성도들과 함께 좋은 시민으로 사는 본을 보이는 것이 곧 교회라는 뜻을 세웠다.

오 목사가 1킬로미터 내에 있는 청년 문제, 가난과 주거 문제 등을 해결고자 애쓴 사역은 2부에 이어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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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k 2018-07-02 17:50:46
응원합니다!

phj 2018-07-02 17:45:09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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