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와 포도주, 와인
성서와 포도주, 와인
  • 최정욱 소장
  • 승인 2018.06.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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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에서 등장하는 ‘포도주’를 이야기할 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용어의 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포도주’라는 말을 쓸 때에 포도를 발효시켜서 만드는 포도발효술(발효주, 와인)과 증류주(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희석소주류)에 포도를 넣어 침출시킨 포도과실주(혼성주)의 구분없이 ‘포도주’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성서에서 말하는 포도주는 포도 생과를 으깨 적당한 시간을 두면 저절로 일어나는 발효라는 과정을 거쳐 포도의 당분이 알콜로 바뀌는, 포도의 몸이 찢겨 죽고 부활하는 과정을 거친 발효주를 이야기합니다.

성서의 무대가 되는 고대 근동은 현재도 마찬가지지만, 물이 부족하고 땅이 척박하여 생활식수를 구하기가 어려워 생존에 필수적인 수분을 섭취하기 위해 포도를 채취하여 와인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처음에는 바구니나 항아리에 보관하려고 채집했던 야생포도가 포도 자체의 무게로 인해 터져 발효가 일어나 자연스럽게 도수가 낮은 와인이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과실(포도)의 당분과 포도껍질의 세균(효모)가 결합하여 알콜과 이산화탄소, 열에너지를 생성한다는 이 발효의 과정은 고대의 어떤 사람이 발명한 것이 아닙니다. 오랜시간 인류는 포도를 으깨 두기만 해도 이렇게 일어나는 발효의 과정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전부터 무조건적인 은혜로 알고 받아들여 왔습니다.

포도가 비가 없는 척박한 땅에서도 자랄 수 있는 작물이 아니었어도, 으깨어 놓기만 해도 발효가 일어나는 과정이 사람의 노력이 더 들어가야 할 만큼 더 복잡했더라도, 만들어진 와인이 보관이 어렵고 쉽게 상해버리더라도, 아마 성서의 무대가 되는 고대 근동에는 사람이 살 수 없었을 것이고, 우리가 지금 읽고 있는 성서의 배경과 무대는 큰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과한 생각일까요?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와인이라는 술(이면서 음식)은 고대 문명과 인류 생존의 어려움을 함께 해 왔습니다.

근동을 거쳐 유럽, 종교개혁을 거치며 신대륙으로 생산지를 넓혀간 와인은 오랜시간 음식의 일부로 자리잡아 왔지만, 금욕과 금주가 미덕으로 되어 있는 21세기 한국교회에서 와인은 음식의 한 종류로서보다는 주류라는 금지품목의 딱지가 더 큰 느낌을 받습니다.

노아는 왜 가장 먼저 포도를 심어 와인을 만들어 먹고 취했는지, 아합이 나봇의 포도원을 빼앗은 의미가 어떤 것이었는지, 느헤미야는 어떤 직책이었길래 성 재건축을 왕에게 허가받을 수 있었는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 마지막으로 드신 것이 왜 신포도주였는지, 와인이라는 키워드로 성서 기록 당시의 상황을 다시 보게 된다면 믿음의 선조들의 삶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정욱 소장광명시청 주무관, 광명동굴 와인연구소장연세대학교,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에서 교회사 전공
최정욱 소장
광명시청 주무관, 광명동굴 와인연구소장,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에서 교회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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