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역의 변화가 필요하다
청년사역의 변화가 필요하다
  • 성석환 교수
  • 승인 2018.07.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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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꽤 규모가 있는 교회들의 청년부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또 교회 밖에서 사회적 경제 혹은 지역공동체 사업을 하고 있는 기독청년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도 있었다. 몇 해 전부터 청년문제를 신학적으로 탐구하고 있었던 차에, 더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교회 안에서 청년들을 만나게 될 때 늘 느끼는 것은, 교회 밖에서 회자되는 청년들의 고통스러운 삶의 현실이 교회 안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청년들의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의 절망과 고립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제는 아예 ‘편의점 인간’이라는 신인류가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정규직이 아닌 상태로 평생을 지내며 연애, 사랑, 결혼, 육아 등 이전에는 당연하게 거쳤던 인생의 경로를 회피하면서도 전혀 불편함 없이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왜냐하면 딱히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청년지원 대책을 수립하고 막대한 재정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청년들이 불평등과 불공정의 사회적 질서를 마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어서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어떤 이들은 이들에게 저항해야 한다고,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고 부추기기도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물질적 토대가 전혀 없는 이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 자신들의 주장을 개진할 수 있는 기본적인 구조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 밖에서 사회적 경제와 지역운동에 헌신하고 있는 기독청년들의 증언은 이랬다. 자신들이 인정받으며 이런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교회에서 받은 훈련의 덕이 컸다는 것이다. 인간관계, 인원관리, 기획훈련 등 청년부와 교회학교를 거치며 받은 훈련들이 사회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모르는 것은 오히려 교회인 것 같다고들 하였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가는 이유도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교회가 보유하고 있는 물적, 인적 자산과 함께 문화적 자산이 엄청난데도 불구하고 교회 밖의 요청과 필요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경우 그 자산들은 온전히 교회 안에서만 소비된다. 청년들은 사회적 문제에 민감하다. 함께 살아가는 더 좋은 사회에 대한 비전을 발견할 수 있는 일에 매력을 느낀다. 하지만 교회에서 만큼은 예외다. 오히려 그런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침묵해야 한다. 설령 비공식적으로는 허용된다고 해도 말이다.

청년사역의 내용과 형식을 바꿔야 한다. 청년들의 삶의 자리에서 들려오는 현실적 질문들을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성경의 내러티브가 그들의 삶과 분리되지 않도록 새로운 방식으로 성경을 읽어내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청년사역자들의 수준과 비전이 달라져야 한다. 조직관리와 단계별 제자훈련을 넘어 한국사회와 세계의 변화를 정치사회학적으로 조망하고 신학적으로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 밖에서 겪는 청년들의 고통의 소리가 교회 안에서도 생생하게 증언되어야 한다. 그 고통의 원인을 해명하고 대안을 제시할 자신감도 용기도 없어서, 그저 종교활동에 집중하고 조직을 관리하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다음 세대에 한국교회는 대안공동체가 아니라 반문화공동체이거나 게토로 남게 될 것이다. 기독청년들에게 새로운 소망을 전하기 위해서, 우선 그들을 섬기는 청년사역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석환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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