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왜 해야 하는가
협동조합 왜 해야 하는가
  • 정성경 기자
  • 승인 2018.06.22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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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약자 다수가 호혜의 힘으로 시장지배력 키우는 것
자유시장경제 한계에 대한 도전이자 물질과 정신의 균형 유지
초대교회와 같은 자발성, 정직과 신뢰로 건강한 사회의 바탕 이뤄

가스펠투데이는 한국교회언론협동조합에서 발행한다. 왜 협동조합이냐고 질문을 많이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이 그만큼 낯설다는 의미다. 그래서 기자들이 지난 7일 기자워크숍에서 발제했던 도서 ‘협동조합, 참 좋다’(푸른지식)를 중심으로 협동조합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왼쪽부터 김남응 편집국장, 김지운·권은주·정성경 기자.

-협동조합을 왜 해야 하는가?

▷김남응 :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도 ‘국부론’ 곳곳에서 성공한 대기업의 사회 독점을 우려했다. 시장의 유일한 사업자로 독점권을 행사하려는 자본주의 기업의 질긴 욕망을 일찌감치 간파했던 것이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약자 다수가 서로 뭉치고, 나누는 호혜의 힘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운다. 또 이 같은 힘으로 자본주의 독점의 치명적인 폐해를 극복하려는 기업이다. 주식회사만이 유일한 기업형태라고 강권하는 세상은 정의롭지도 못하고, 불행을 확대 재생산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김지운 : 다수의 사람들이 꿈꾸며 시도하는 협동조합은 ‘더불어 행복한 삶’에 있다고 본다. 민주주의가 정착할 수 있게 한 기본적인 경제 논리는 자유시장경제였다. 또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신념도 존재했다. 역설적이게도 사회를 지탱해온 믿음은 무한경쟁 속에서 빈익빈부익부는 가속화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또 무한경쟁은 ‘인간’이 아닌 ‘자본’을 목적과 가치로 믿게 했다. 협동조합은 자유시장경제가 갖는 한계에 대한 도전이자 물질에서 정신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협동조합은 물질과 정신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론이라고 볼 수 있다.

▷권은주 : 협동조합을 취재하면서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협동조합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분들을 봤다. 그들은 대부분 교회와 세상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협동조합은 사회의 돌봄만 바라보던 이들이 직접 그 사회를 변화시키고,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열어갔다. 초대교회와 협동조합은 비슷한 면이 있다. 자기 재물을 자기 것이라 여긴 이가 없고, 핍절한 이가 없었던 초대교회.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신 자들의 자발성이 근본이다. 이것을 제도화 한 것이 협동조합이 아닐까 한다. 나 혼자가 아닌, 다 함께 잘 살아보자는 자발성이 협동조합의 근간이기에 말이다.

▷정성경 : 협동조합의 의미를 찾아보니 인적 구성체(人的構成體)라는 단어가 있었다. 1인 가족이 늘어가는 이 시대에 협동조합은 한국인의 정(情)과 상부상조(相扶相助)의 정신을 구현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공동체다. 또한 협동조합의 선진국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처럼 정직과 신뢰로 유지되는 협동조합의 기본 가치는 건강한 사회의 바탕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 협동조합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남응 : 군사정권 시절 협동조합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협동조합 운동하는 사람들을 사회 불온세력으로 치부하며 터부시했다. 또 2012년까지 협동조합 관련법이 없었다는 것도 협동조합이 뿌리를 내리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협동조합도 엄연한 사업체라는 사실을 조합원들이 곧잘 망각했다. 일종의 공동체라는 인식이 앞서다 보니 경영과 효율성을 강조하면 거부감이 일어난다. 협동조합은 생산자나 소비자 다수가 대기업의 독과점에 맞서는 시장적 도구다. 공동체로서의 가치를 존중해야 하지만 경영 마인드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김지운 : 협동조합의 정신을 구현해 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낙후되어 있다며 서구의 선진 정치와 시민의식 등을 비교하기도 한다. 서구와 국내의 민주주의는 출발자체가 다르다. 시민혁명으로 봉건주의가 막을 내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시민사회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반면, 우리나라는 그 과정이 생략된 부분이 있다. 협동조합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경험이 부족하다.

▷권은주 : 가장 큰 이유는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한 몫 한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협동조합이 활성화 되어 있는 것을 볼 때 사회체제와는 상관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기본적으로 협동하는 마음, 이타적인 마음의 소양이 전반적으로 부족해서 아닐까. 분열과 반목이 아닌 하나 되고 협동하는 마음의 소양이 자라나야 할 때다.

▷정성경 : 교육의 부재다. 협동조합 100년의 역사를 가진 영국은 협동조합학교가 많다. 협동을 체험으로 배운다. 우리나라도 협동정신을 구현한 두레, 계, 향약이 있지만 체험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김남응 : 협동조합의 성패는 교육에 달려 있다고 본다. 더 정확히 말하면 협동조합의 필요성을 알리는 홍보적 교육과 기존 조합원들이 도덕성을 계속 유지하며 조합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직무 교육이다. 먼저 홍보적 교육은 학교에서 협동조합을 가르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초·중·고교에서 근처 생협과 협력해 협동조합 운영을 경험하고, 구내매점을 학생들 스스로 협동조합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도덕성과 협력을 강조하는 교육이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협동조합은 협동하지 않으면 아무 힘이 없다. 더 많이 모일수록 힘이 불어난다. 자본 조달이 어렵다는 치명적인 약점 또한 협동의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

▷김지운 : 시간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협동조합이 뿌리 내리고 성과를 내는 곳이 많이 있다. 그러한 사례들을 모든 지역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협동조합의 토착화를 위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본다. 실패도 경험이 될 수 있다. 작은 성과에 실망하거나 실패에 좌절할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공공이익을 위한 협동조합의 정신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은주 : 협동조합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가스펠투데이에서 협동조합을 소개하는 기사가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 또 이 일에 교회가 앞장서서 복음으로 사람을 변화시키고, 사회 구석구석 협동조합을 통해 소외된 이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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