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는 작금의 현실을 비상시국으로 선언한다”
“한국 교회는 작금의 현실을 비상시국으로 선언한다”
  • 가스펠투데이 보도팀
  • 승인 2024.10.1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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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CK 시국회의 발족 기도회 열려
NCCK 시국회의 제공<br>
NCCK 시국회의 제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종생 목사, 이하 NCCK) 시국회의 발족 기도회가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를 주제로 10월 10일(목)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열렸다.

기도회는 인영남 목사(NCCK 생명문화위원회 위원장)의 인도로 시작하여, 김진수 총무(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기도’ 순서를 맡았다. 이어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 이정민 집행위원장, 故정슬기 쿠팡 노동자 유가족 정금석 장로, 한국옵티칼 하이테크 해고노동자 최현환 지회장, DMZ접경지역 주민 윤설현 대표가 증언했다. 강은숙 목사(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 상임의장, NCCK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은 ‘주의 공의로 인도하여 주소서(시5:1~10)’를 제목으로 말씀을 나눴다. 이후 김종생 목사의 평화의 인사, 한기양 목사(NCCK 화해통일 위원회 위원장)의 경과보고와 취지 및 향후 게획 소개가 이어졌다. 손은정 목사9영등포상업선교회 총무, NCCK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원용철 목사(NCCK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은 선언문을 낭독했다. 김상근 목사(NCCK 시국회의 상임대표)의 권면과 축도 후 박영락 부장(NCCK 시국회의 실무자)의 광고로 기도회를 마쳤다.

발족선언문은 “지금 우리는 공정과 정의를 빼앗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면서 현 정부가 역사정의를 짓밝고 헌법 정신을 유인하며, 인권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며 책임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국회를 통과한 법안들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막혀있고 난제를 해결할 진정한 정치가 없는 대화와 협의가 실종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태원 참사와 아리셀 리튬 공장 화재참사 등 연이은 중대재해가 발생함에도 정부가 어떠한 대책을 내놓지 않아 대한민국은 안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반도는 전쟁 위협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고, 전지구적 기후위기 현실 속에서도 반생태적 길을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한국 교회는 작금의 현실을 비상시국으로 선언하고, NCCK 시국회의를 발족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오만과 독선을 버리고 정치하라”,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모든 이들이 안전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의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모든 적대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진정한 평화의 길을 다양하게 전개하라”고 요구했다.

아래는 발족선언문 전문.

 

NCCK 시국회의를 발족하며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그 나라를 오게 하여 주시며, 그 뜻을 하늘에서 이루심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주십시오
(마태복음 6장 10절, 새번역)

지금 우리는 공정과 정의를 빼앗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친일파 명예회복을 주장하는 이를 독립기념관장에, 일제 강점기 우리 국민이 일본 국적이었다고 주장하는 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 임명하여 역사정의를 짓밟았고 노동삼권을 보장한 헌법 정신을 유린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공안검사 출신으로 소수자 권리와 관련하여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온 이를 국가인권위원장에 임명함으로써 인권의식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만천하에 드러냈다. 불합리하고 정의롭지 못한 인사 참사가 이어지는 사이 시민들의 참담한 죽음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의 책임있는 역할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대화와 협의가 실종됐다.
노조법 2,3조, 민주유공자법 등 국회를 통과한 법안들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막혀 재표결을반복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 국회와 정부, 정부와 시민사회간의 대화는 실종됐고 난제를 해결할 진정한 정치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다른 견해와 주장을 틀린 것으로 간주하고 일방통행을 강행하는 것은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며 독단과 독선에 기반한 독재로 나아가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이다.

대한민국은 안전하지 않다.
2022년 10월 29일,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온 국민의 가슴에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159명의 시민들이 압사 당하는 그 시간, 정부는 존재하지 않았다. 질서를 유지하고 참사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책임도, 상황을 조속히 수습하고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의무도 다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목숨을 잃은 이들을 예를 갖춰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없다. 아리셀 리튬 공장 화재참사 등 연이은 중대재해로 인해 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다. 헌법이 정한 국가의 책무(헌법 제34조 6항)는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은 안전하지 않다.

한반도가 전쟁 위협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이 땅 한반도에서 무분별한 대북전단 살포와 오물 봉투 투하 등 상호 존중이 사라진 유치한 적대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심리전은 이미 전투다. 남북 대화는 끊긴지 오래이며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던 남북 간 합의사항은 폐기되었다. 서로를 비난하는 의미 없는 대북, 대남 방송의 끔찍한 소음 때문에 접경 지역 주민들은 일상을 빼앗긴 채 이미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모두를 공멸로 몰아갈 전쟁의 위기 앞에서 정부는 뭘 하고 있는가?

전지구적 기후위기 현실 속에서도 반생태적 길을 가고 있다.
기후위기는 전 세계적인 관심사이자 온 인류가 직면한 지상과제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의지와 방안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기존 원전에서 이미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가 노출되고 있음에도 단일면적 대비 원전 최대 밀집국인 한국에 또다시 신규 원전 추가 건설을 추진 중이며,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은 체코 원전 수출을 대단한 업적인양 자화자찬하고 있다. 한번 문제가 생기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수밖에 없는 원전은 절대로 녹색에너지일 수 없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무단투기를 앞장서서 옹호하며 국민이 아닌 일본 정부의 편에 서기를 자처한 정부, 산을 깎고 강을 메워 탐욕의 바벨탑을 쌓으며 공멸을 향해 내달리는 반생태적인 정부를 보면서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국민의 편에 서지 않는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의 정부일 수 없다. 우리는 피와 눈물로 일군 민주주의가 검찰과 뉴라이트 국가로 내몰리는 참담한 현실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공의의 하나님께서 불의와 부정의를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다. 마침내 공의의 팔을 펼쳐 모든 어긋난 것들을 바로잡고 끝끝내 정의와 평화의 길로 인도해 주실 것을 믿는다. 우리는 온 땅에 가득한 탄식과 울부짖음에 민감하지 못하고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침묵해 왔음을 눈물로 참회한다. 더 이상 침묵하거나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공의가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르게 하라"(아모스 5:24) 하신 말씀을 따라 하나님께서 만들어 가실 공의의 역사에 분연히 동참하고자 한다.

오늘 한국 교회는 작금의 현실을 비상시국으로 선언하고, NCCK 시국회의를 발족한다. 우리는 이땅에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기를 소망하며 참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십자가 행진을 힘차게 펼쳐 갈 것이다. 그 첫걸음을 내딛으며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죽음으로 몰아간 역사의 죄인으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래와 같이 준엄하게 권고한다.

하나, 윤석열 정부는 오만과 독선을 버리고 정치하라.
대통령은 모든 이들이 머리 숙여야 할 절대군주가 아니라 국민의 심부름꾼이다. 야당을 비롯한 국회, 그리고 시민사회와의 적극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양보하고 설득하며 난제를 풀어가는 성숙한 정부가 되어야 한다. 
연이은 거부권 행사에도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긴 논의의 과정을 거쳐 제정한 법안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다. 계속해서 대화를 거부하고 무책임한 거부권 행사를 고집한다면 이는 곧 대통령을 거부하는 국민의 선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엄중히 경고한다.

하나,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모든 이들이 안전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아리셀 참사 등과 같이 예측되었으나 예방하지 않아 벌어진 사회적 참사로 우리의 이웃을 잃는 참혹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일하다 죽는 이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중대재해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일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정신(헌법 제34조 6항)을 구현하기 위해 실체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의 정부가 아니다.

하나,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의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모든 적대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진정한 평화의 길을 다양하게 전개하라.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묵인 혹은 조장함으로써 남북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전쟁 위기를 고조시킨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상대를 자극하고 비난하는 것으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이으며 평화를 구현할 수 없다. 정부는 지금 즉시 모든 적대적 행위를 중단하고 진정한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라.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무더위가 어느새 선선한 바람에 밀려 수그러들 듯이 영원할 것만 같던 권력도 하나님 앞에서 결국 소멸하고 말 것이며, 하나님의 공의로 가득 찬 민주주의의 새 봄은 도래하고야 말 것이다. 이제 'NCCK 시국회의'는 정의, 평화, 생명의 등불을 밝히는 교회로의 거듭남을 다짐하는 기도를 시작으로 매주 민주주의의 새봄을 부르는 기도운동을 펼쳐갈 것이다. 우리의 기도는 하나님의 공의를 염원하는 간절한 간구이며, 하나님의 뜻을 가리는 불의한 권세를 넘어 평화와 생명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거룩한 다짐이자 결단이다.

모든 이들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온전히 존중 받는 하나님의 나라가 속히 오기를 기원하며 온 몸으로 드리는 우리의 기도가 이 땅에서 온전히 이루어 질 것을 믿는다.

그 나라를 오게 하여 주시며, 그 뜻을 하늘에서 이루심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주십시오
(마태복음 6장 10절, 새번역)

2024년 10월 10일
NCCK 시국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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