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기도제목 두고 강한 비판도
장로교 주요 교단들이 10월 27일, ‘악법 저지를 위한 광화문 200만 기도회’를 준비하는 가운데, 기윤실은 지난 10월 2일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기도회를 빙자한 정치집회를 공교회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밝혔다.
기윤실은 연합예배 조직위원회가 ‘예배와 기도회’라는 이름을 붙였으나 그 내용은 분명 ‘악법 저지’라는 정치적 이슈이며, 장소 또한 광화문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 곳이기에 이는 정치 집회의 성격이 강한 모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교회와 교인들이 ‘주일 성수와 예배와 문제’로 혼란을 겪고 있다면서 “코로나시기에는 감염병 전파의 위험으로 인한 정부의 온라인 예배 지침에 대해 불응하여 대면 예배를 강행하고, 정부의 규제에 대해 헌법소원까지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언젠가부터 동성혼 반대가 한국 교회의 제일 중요한 가치가 되어 버렸다”며 “사람을 많이 모으고 힘을 과시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하나님의 방법이 아니다. 중요한 문제일수록 성경과 교단 헌법의 가르침을 따라 행동해야 하고, 인간의 세력 결집이 아닌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방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도 200만 연합 집회를 앞두고 여론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동성애 합법화를 저지하기 위해 한국 교회가 수동적인 자세로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과, 교회가 ‘200만 결집, 200억 모금’과 같은 힘과 세력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대립중이다.
이러한 우려를 두고 실행위원장 손현보 목사(세계로교회)는 정치적 집회가 아님을 강조하며 “순수하게 신앙적 차원에서 모이는 집회가 될 수 있도록 전광훈 목사에게도 참여 자제를 요청했다”고 밝힌바 있다.
공동대회장 정성진 목사(크로스로드 대표)또한 정치성을 배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설교자도 논란이 될 만한 인물은 세우지 않겠다”고 전했다.
한편, 연합예배 조직위원회가 공개한 기도제목들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한 페이스북 사용자는 “페미니즘이라는 악한 사상과 그 사상에 물든 영혼들”이라는 기도제목 문구를 두고 “페미니즘을 악으로 규정하고 분리하며 혐오에 앞장서고 있는 기독교인으로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37번 “젊은이들이 결혼 관계 내에서만 성관계가 허락되며 그 외의 성관계는 죄악”, 39번 “자녀를 출산하지 않고 맞벌이하는 딩크 부부는 회개하도록”, 40번 “저출산 비혼주의 물결에 청년들이 미혹당하지 않도록” 등의 기도제목을 두고 청년 사역을 담당하고 있는 S목사는 “청년들이 헛웃음 지을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성 목회자들은 청년들에게 '성적으로 순결할 것'을 말하기 전, 과연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거룩한 성관계의 본을 보여 왔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라며 “우리사회를 극단적 경쟁사회로 몰아넣고, 자신의 탐욕을 최우선으로 삼아 빈부 양극화를 최악으로 치닫게 하여 청년들로 하여금 자녀를 출산할 기회, 양육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만든 주범들이 ‘딩크는 회개하라, 비혼은 회개하라’고 말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러한 기도제목을 쓴 조직위원회가 과연 오늘날 청년들에게 진정으로 공감하고 있는지, 혹은 너무나도 ‘다른 세계’에 살고 있어서 현 실태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