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전날 주문하고 그다음 날 아침이 되면 주문한 물건을 문 앞까지 가져다주는 배송 서비스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오전에 배송받을 수 있었던 것은 조간신문과 신선한 우유 정도가 전부였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이었던 것을 기억한다면 정말로 많은 것이 바뀐 시대를 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새벽배송’, ‘당일배송’으로 오지 않으면 배송으로도 여기지 않게 되었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유행하던 시기 로켓배송은 본격적으로 날개를 달고 날아올라 코로나를 마칠 무렵에는 모두가 그 편리함에 익숙해졌습니다.
2021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영업이익이 증대한 쿠팡은 미국 뉴욕증시에도 상장하였고 작년 한 해 무려 6174억 원의 영업이익을 공시했습니다. 쿠팡의 대표는 “와우! 우리가 그동안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지?”라는 것을 모두가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것을 위해 전국의 오지까지 무료로 배송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쿠팡의 성장을 혁신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핸드폰 충전케이블 하나를 손가락으로 주문해 놓고 하루 반나절도 되지 않는 시간에 받으면서도 그 뒤에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는 노동자들을 생각하는 것은 점점 무디어져 갑니다. 무리한 배송에 심장이 터져버린 노동자, “개처럼 뛰고 있습니다”라고 관리자에게 한 마디를 남기고 자녀가 보는 앞에서 다시는 일어날 수 없었던 네 자녀의 아버지, 에어컨 하나 없는 물류센터에서 “쿠팡친구”라고 불리며 계약직,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위해 좋은 평판을 유지하려는 억지스러운 우정, 죽어라 일을 하지만 조금 더 열심히 하라는 관리자의 목소리까지, 노동자들의 목숨을 로켓의 연료로 삼은 쿠팡의 혁신은 와우 없이 살 수 없는 고객의 충성심을 등에 업고 계속해서 질주해 오고 있습니다.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여 자기 아들을 내어주신 사랑을 믿는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누군가를 죽여서 나의 편안함을 얻는 것은 그 신앙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대기업과 자본은 끊임없이 효율과 혁신을 추구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의 생명을 저해하는 방식과 구조를 반복해서 생산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멈출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내가 손해보더라도 사람을 살리는 생명의 일들을 계속해서 함께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