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회장 정훈 목사 선출
세습방지법 폐지 청원 부결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는 9월 24일부터 3일 간 창원 양곡교회에서 "성령의 능력으로 부흥하는 교회"를 주제로 제109회 총회를 개최했다.
개회 예배가 열린 본당으로 들어서는 좁은 입구는 검은 조끼를 입은 다섯 명의 남성 스텝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언론 취재 및 출입이 제한 된 109회 총회 현장은 스텝들이 철통처럼 지키는 가운데 명찰을 일일이 확인했다.
스텝에게 “사진 한 컷만 찍고 곧바로 나가면 안 되겠느냐”고 묻자 팔이 얼얼할 정도로 기자를 밀쳐내며 막아섰다. 입구에 앉아있던 총회 언론 담당자에게 문의하자 방법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사진은 총회 측이 촬영한 것을 받아쓰라고 덧붙였다.
스피커에서는 은혜로운 말씀이 흘러나오고 있으나 그곳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사회로부터 격리된 공간이었다.
도덕적 논란에 휩싸인 김의식 총회장은 개회예배에 등장하지 않았다. 김 총회장 대신 예배를 인도한 부총회장 김영걸 목사는 강단에 오른 직후 눈물을 흘렸다.
이어진 총회 개회 과정에서는 한참동안 실랑이가 이어졌다. 김의식 총회장이 강단에 오르자 총대들은 일제히 “내려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동시에 온라인으로 송출되던 실황 카메라가 일제히 꺼졌다. 결국 김 총회장은 “죄송하다, 총회 인도를 김영걸 부총회장에게 맡긴다”고 말하며 의사봉을 두드린 후 퇴장했다.
김영걸 부총회장은 총회장으로 자동승계 되었고, 직전총회장 이순창 목사가 김의식 총회장 대신 승계를 공포했다. 이어 3명의 부총회장 후보 ‘양원용, 황세형, 정훈’ 목사 순으로 정견을 발표했다.
총대들은 정훈 목사를 109회 부총회장으로 선출했다. 1차 투표에서는 재석수 1,443명 중 과반수 득표가 나오지 않아 정훈, 황세형 두 후보의 재투표를 진행했고 정훈 목사가 749표, 황세형 목사가 676표를 받았다. 장로 부총회장 단독 후보 윤한진 장로는 박수로 추대했다.
김영걸 신임 총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총회에서 일어난 상황이 가슴 아프고, 한국교회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며 “보여주지 말아야 할 모습을 보였다. 뒷수습을 잘해야 하는데, 교단에서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경청하고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통합총회는 직전 총회장이 인사위원장과 교회연합사업위원장을 맡게 되는데 김의식 목사 또한 증경총회장으로서 역할을 이어받게 되느냐는 질문에 김 총회장은 “증경총회장 이순창 목사의 경우 시기적으로 감당할 역할이 많았으나 지금은 김의식 목사가 맡아서 진행할 일이 하나도 없다”면서 “그럼에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므로 총대들의 의견을 경청해서 올바른 길을 찾아가겠다”고 답했다. 또한 김 총회장은 지난 임원회가 결의한 언론 취재 제한을 해제하고 기자들이 총회 현장을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 날 회무처리에서 총대들은 교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세습방지법 삭제 청원’을 찬성 370, 반대 661표로 부결시켰다. 이로써 28조 6항 세습방지법은 유지되며 향후 3년간 삭제 청원을 다시 상정할 수 없다.
이어 총대들은 호남신대 황민효 교수, 서울장신대 한홍신 총장서리는 총장으로 인준했으나 이슬람 학생 유치, 채은하 전 총장과의 문제, 연구 윤리 등 논란이 불거진 한일장신대 배성찬 총장서리는 표결 후 인준하지 않았다.
한편,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 담임, 숭실대 이사장)은 총회 현장을 방문하여 10월 27일, 서울 광화문 서울 광화문, 시청 앞, 남대문 일대에서 열리는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에 통합 교단이 함께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연합예배는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마약, 중독 등으로부터 다음 세대를 지키기 위해 기획됐으나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을 막아서기 위해 교회가 거리로 나가 한 마음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좋지만, 혹여 이번 대회가 특정 정치 세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움직임이 되거나, 그러한 의도가 혼재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중은 전국 도시와 농어촌, 세계 각국에서 영혼 구원을 위해 사역중인 수많은 예장통합 측 사역자들의 수고와 섬김을 알지 못했다. 그들의 눈은 창원에서 열린 총회를 보며 판단을 끝낸다. 최근 수개월 간 통합교단은 한바탕 홍역을 치르듯 힘겨운 나날을 보냈고, 이번 총회를 기점으로 새로운 기로에 놓였다. 취재 중에 만난 한 목회자가 말했다.
“최선을 다해 지역사회를 섬기는 목회자들이 정말 많아요. 하지만 큰 교회에서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사건 하나, 교계의 부끄러운 이슈 하나가 그 모든 수고를 덮어버리고도 남습니다. 갈수록 복음을 전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109회기 총회장 김영걸 목사의 어깨가 유독 무거워 보이는 이유는, 지난 회기에서 발생한 이슈가 워낙 크기도 했지만 교단이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화합을 위해 이전보다 더욱 노력해야하기 때문이다. 회복의 길은 험난하겠지만 그가 개회예배 설교에서 눈물을 머금고 선포한 말씀이 109회기 총회에서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다시 한 번 부흥하는 교회가 될 것을,
쓰임 받을 것을 다짐하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희망이 되는 총회로 함께 만들어갑시다.
우리 허물과 죄를 회개하고 말씀을 붙잡고 성령을 의지하여
새롭게 일어나는 우리 교단을 만들어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