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김건희 여사의 외부 활동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던 2021년 12월 허위 이력 논란이 일자 이를 직접 진화하기 위해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당시 윤석열 캠프가 여러 악재로 크게 흔들리자 김 여사가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것이다. “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앞으로 조용히 성찰하면서 만약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던 약속이 무색하게 지난 3년 동안 김 여사는 거침없이 다양한 외부 활동을 해 왔을 뿐 아니라 부적절한 처신으로 끊임없이 국민들의 걱정과 분노를 사고있다. 특히 최근 일고 있는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나 문제들과 비교하면 3년 전 이력 부풀리기는 경미한 사안일 정도이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 9월 6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하자 모든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본격적으로 외부 활동을 재개하는 듯하다. 10일 김 여사는 자살예방 활동의 일환으로 마포대교를 시찰하면서 제복 입은 공무원들을 세워놓고 “미흡한 점이 많다”,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지시조의 발언을 쏟아내는 장면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대통령 또는 관련부처 장관이나 할 수 있는 행동을 대통령 부인이 무슨 자격으로 그렇게 하는지 국민들은 의아할 뿐 아니라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아울러 15일에는 장애아동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장면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김 여사에 대한 각종 의혹과 문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너무나 평안한 모습이다. 극도로 성난 민심을 모르고 있거나 무시하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가 추석 연휴 직후에 한 언론에 의해 제기된 김 여사의 총선 공천 개입 의혹 보도는 그야말로 막장 수준이다. 물론 보다 정확한 진상이 더 밝혀져야 하겠지만 현재 보도된 내용만으로도 김 여사의 개입 가능성은 충분하다. 2022년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공천을 받는데 윤 대통령 부부가 개입했다는 의혹과 그렇게 당선된 김 전 의원이 올해 4.10 총선을 앞두고 경남 김해갑 출마를 선언하는 과정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단순한 의혹 제기나 정치 공세로 보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대통령 부인의 부적절한 일탈행위가 아닐 수 없다.
추석 연휴 전 실시한 한국갤럽 전화면접조사(10~12일)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취임 이후 가장 낮은 20%를 기록했다. 대통령 부부의 사과나 극적인 태도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대대적인 국민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평소 현 정부 여당에 우호적이던 보수언론이나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까지 제기하고 있는 김 여사의 사과나 자숙 요구를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