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0월 28일 월요일 오전에 나는 시청역 근처에 자리한 고앤고투어를 방문했다. 이날 여행사 사무실에서 성지순례 이벤트에 당첨된 목회자와의 만남이 예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여행사 사무실에 들어가니 이미 사무실에는 고앤고투어 대표이사와 예산에서 올라오신 목회자 내외가 함께 앉아계셨다. 다른 두 분의 목회자도 사무실에 곧 도착했는데 한 분은 대구에서 올라오셨고, 다른 분은 중국에서 선교사역을 하셨다. 다들 소속 교단도 다르고, 사역지도 제각각이지만 성지순례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는 공통점으로 인해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고앤고투어 양병선 대표는 이번에 선발된 4명의 목회자는 2020년에 진행되는 여러 성지순례 일정 중에 본인이 가능한 일정에 참여하면 될 것이라고 공지했다. 당시에 나는 2020년 상반기에 배우자가 자녀를 출산할 예정이었기에, 아무래도 2020년 하반기에 성지순례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여행사 사무실을 방문한 이후에 한동안은 성지순례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눈앞에 당면한 이사와 출산만 염두에 두고 성실하게 일상을 살았다. 하루하루 살다 보니 2020년 새해가 되었다. 2020년에 예정된 출산과 성지순례가 원만하게 진행되길 바라며 새해를 힘차게 시작했다. 그런데 1월부터 뭔가 세상이 이상했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하더니 2020년 1월 20일에 국내에서 최초 확진자가 발생했다. 우한에서 온 중국인 여성이었다. 이 첫 확진자를 시작으로 전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퍼지기 시작했다. TV에서는 실시간으로 전국에서 집계된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를 발표했다. 코로나19와 함께 교회사역도 위축되었다.
누구나 거창한 계획이 있었다. 코로나19가 있기 전까지. 나의 성지순례 계획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 코로나19가 발발하며 가장 먼저 이스라엘 성지순례의 문이 닫혔기 때문이다. 여행사에 앞으로 성지순례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어보는 것조차 사치라고 여겨졌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힘든 업종이 여행사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혼돈하고 공허하고 흑암이 가득했는데 나의 첫째 아들은 무사히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나는 산부인과까지는 배우자와 함께 있을 수 있었지만, 산후조리원에는 2주 동안 전혀 출입할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이 코로나19에 대하여 말했지만, 그 누구도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그리고 과연 끝나기는 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시기에 처음 맛본 육아는 고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배우자 역시 육아는 처음이었기에 사소한 일로 다투는 일이 잦았다. 아마도 코로나 블루와 산후 우울증이 겹쳐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간신히 2020년과 2021년을 버티고 2022년 새해를 맞았다. 다행스럽게도 2022년부터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며 일상이 서서히 회복되었다.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는 게 가능했고, 제한적으로나마 해외여행이 재개되었다. 그즈음에 고앤고투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2022년 하반기에 이스라엘 성지순례 일정이 잡혔는데 참여하지 않겠냐는 연락이었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배우자를 설득해서 성지순례에 다녀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는 성지순례에 다녀오지 못했다. 당시 내가 사역하는 교회에서 성지순례 일정에 주일이 포함된다는 이유로 나의 성지순례를 막았기 때문이다. 성지순례 이벤트에 당첨되고도 성지순례에 갈 수 없는 현실이 고달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