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목회] 기도와 자아의 자각
[예술과 목회] 기도와 자아의 자각
  • 이경용 목사
  • 승인 2024.09.24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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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용 목사, <야곱의 기도>

창세기엔 야곱의 위대한 기도 3개가 있다. 창세기 28장 하늘사다리 꿈은 전통적으로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로 이해된다. 32장 얍복강 기도는 강청기도를 넘어 기도의 4가지 의미(기도 응답, 자아의 자각, 소명 발견, 브니엘)를 담고 있다. 49장은 열두 아들을 위한 축복과 예언의 기도이다. 야곱은 창세기에 나타난 대표적인 기도의 사람이다.

크리스천의 기본적인 신앙생활에 기도가 있다. 기도 없는 신앙생활은 불가능하다. 존 크리소스톰(347~407)은 ‘기도는 하나님과의 대화’라 말했다. 크리소스톰의 본명은 존(John)인데 말을 너무 잘해서 ‘황금 같은 입의 소유자’란 뜻의 크리소스톰이라 불렸다. 크리소스톰은 또 ‘마음의 문을 찾으라. 그리하면 그것이 곧 하나님 나라의 문이란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란 말도 남겼다.

성도들이 기도하는 이유는 다양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 응답받기 위해서이다. 기도 응답을 전제하지 않는 기도는 넋두리고 독백에 불과하다. 기도 응답의 체험이 분명하면 기도할 이유가 있고 용기가 생긴다. 그러나 기도 응답의 확실한 체험이 없다면 기도할 용기가 나지 낳는다. 왜냐하면, 기도하나 마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크리스천에게 기도 응답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나님은 기도 응답에 대한 약속을 성경에 많이 하셨다. 대표적인 것이 예레미야 33장 3절이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렘33:3)

기도하다 보면, 기도 응답이 기도의 전부인가란 생각이 문득문득 들곤 한다. 기도엔 우리의 필요를 해결 받는 응답보다 더 깊은 무엇은 없는가 질문하곤 한다. 창세기 32장 야곱의 얍복강 기도엔 응답을 넘어서 ‘자아의 자각’이 있음을 본다. 기도를 진지하게 하면, 어느 순간 내가 누군지 자기의 정체성과 실체를 깨닫는 자아의 자각이 분명히 일어난다.

5세기 위 디오니시우스(Pseudo Dionysius)는 신비신학에서 영성 생활을 정화(purification), 조명(illumination), 궁극실재와 연합하여 하나 되는 합일(unity)의 단계로 보았다. 이런 설명은 오랫동안 기독교 영성의 한 모델로 인정되었다. 그러나 20세기 영국 영성가인 이블린 언더힐 (Evelyn Underhill, 1875~1941)은 여기에 ‘자아의 자각’이란 것을 덧붙여서 영성 과정을 자아의 자각, 정화. 조명, 연합(일치) 4단계로 설명한다.

야곱은 에서의 손에서 살려달라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였다(창32:11). 살려달라고 기도하는 야곱에게 하나님은 뜬금없이 이름을 물으셨다. 하나님은 네 형의 이름이 무엇이냐. 네 아비의 이름이 무엇이냐 묻지 않으셨다. 야곱 자신의 이름을 물으셨다. 하나님 앞에서 ‘제 이름은 야곱입니다’ 고백하는 순간 야곱에게 자아의 자각이 강력하게 일어났다. 야곱은 무의식세계에 숨어 있던 자기의 실체 즉 자기가 사기꾼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전까지 사람들은 야곱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야곱 자신도 자기가 자수성가한 거부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빈손으로 라반의 집에 가서 20년 만에 거부가 되었으니 자수성가한 사람이 틀림없다. 그러나 하나님이 이름을 묻자, 야곱입니다! 고백하는 순간 자기가 사기꾼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자수성가한 사장처럼 보이나 자기의 속사람 실체는 사기꾼임(야곱)을 알게 된 것이다. 기도가 진지해지면 반드시 자아의 자각이 일어난다. 기도 중에 위대한 발견은 내가 누군지 알아채는 것이다. 정말 내가 누군지 안다면, 기도의 내용도 바뀌고 사람 자체가 바뀔 수밖에 없다.

한국교회에 기도 응답 체험도 많고 간증도 많은데, 사람들이 잘 변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너무 응답에 초점을 맞추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기도 응답 체험은 너무 중요하다. 이것이 없으면 기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기도 응답의 단계에서 내가 누군지를 알아가는 ‘자아 성찰’로 기도로 깊어져야 한다. 내가 누군지 아는 ‘자아의 자각’이 일어나면, 사람들의 인격적인 변화도 뒤따라올 것이다. 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이 기도가 응답에서 ‘자아 성찰’과 ‘자아의 자각’으로 한층 깊어지는 기도의 계절,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경용 목사<br>청주영광교회 담임목사<br>영성나무 회장<br>​​​​​​​예목원 연구위원
이경용 목사
청주영광교회 담임목사
영성나무 회장
예목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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