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기억에 건물구조가 가장 인상적인 나라는 네덜란드입니다. 거실이 다 들여다보입니다. 배 타고 나간 남편이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구조입니다.
우리나라의 집 구조는 감추는 것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공간이 부엌입니다. 부엌은 여성만의 공간으로 여겨져 철저히 남자들은 들어갈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입식 부엌이 등장하며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부엌과 거실의 구분이 사라지고 어디서나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 ‘양성평등기본법’이 만들어져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대우받게 하였습니다.
2020년 11월 시행 개정안에는 지자체의 양성평등의원회 설치를 의무화하였습니다. 이후 2022년 기준 중앙부처의 과장급 이상 공무원은 26.4%, 지자체의 과장급 이상 공무원은 27.4%, 공공기관의 여성임원 비율은 23.6%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정책적, 법률적으로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민감하지 못한 영역이 있습니다. 교회입니다. 과거에는 교회가 사회를 선도하였습니다. 일제 강점기 교인이 1.5% 밖에 불과했지만 민족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필자가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WCC 총회에 교단 대표로 참석을 하였습니다. 여러 모임과 예배에 참여하였는데 여성 사역자들이 많았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여러 나라의 교단을 대표하는 총회장에 여성들이 선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3년 뉴질랜드 장로교가 총회를 열고 여성 목사를 2년 임기의 총회장으로 선출했습니다. 미국 장로교는 2020년 인디언 출신 여성을 총회장에 선출했습니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 교회는 초라한 수준입니다. 기장 총회가 2021년 김은경 목사를 총회장으로 선출한 게 유일한 사례입니다. 1996년 여성안수를 법제화한 우리 교단은 많은 여성 목사가 있지만 108회 총회 보고서 통계를 보면 남성 목사는 1만 9,188명이지만 여성은 15% 수준인 2,992명에 그쳤습니다. 시무장로에서도 남성과 여성은 각각 1만 7,006명과 1,179명으로 남성 장로 대비 6.9% 수준입니다. 1,500명의 총회 대의원 중 여성은 고작 2.7%인 41명입니다. 아직 여성비율 의무화는 통과하지 못하였습니다.
여성목회자의 어려움은 많습니다. 담임목사 청빙에서도 여성 목사의 비율은 매우 낮습니다. 여성목회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교회에 들어가려면 어려움을 겪고 경력 단절을 경험하게 됩니다. 사회는 경력 단절 여성에 대한 우대가 있지만 교회는 그 나마도 없습니다.
2016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힐러리가 연설을 하는데 여러 역대 대통령의 사진을 소개한 후 마지막으로 힐러리의 사진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유리가 깨지는 영상이 함께 등장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힐러리는 “오늘은 역사적인 날입니다. 그 동안 누구도 깨지 못한 glass ceiling 이 일어나는 날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glass ceiling이란 유리천장입니다. 이 말은 여성들이 회사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하며 능력이 되어도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힐러리는 자기와 함께 이러한 장벽을 뛰어넘어 나아가자고 외쳤습니다.
변화하는 사회에 맞게 교회도 달라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여성과 남성의 균형 잡힌 말씀 해석과 건강한 교회 조직이 필요합니다. 정기적으로 총회와 노회에서 성인지에 대한 의무 교육을 시행해야 합니다. 출산기간 임기를 보장해주는 등의 여성 사역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하나님께 부름 받은 모든 사역자들이 합력하여 이 땅 가운데 하나님의 나라를 함께 이루어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