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명 시인의 발자국] 씽씽~, 에어컨바람으로 전하는 시원한 복음
[류명 시인의 발자국] 씽씽~, 에어컨바람으로 전하는 시원한 복음
  • 류명 편집국장
  • 승인 2024.09.12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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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비직업개발원(이사장 정성진 목사)
목회자 에어컨직업훈련, 교육비지원
일자리 연계, 봉사, 국내외선교까지

사단법인 크로스로드선교회가 설립한 ‘랍비직업개발원’

랍비직업개발원은 자비량목회를 열기 위해

다양한 직종의 기술전수와 자격증 취득, 취업과 창업을 지원한다.

자비량목회(tentmaking ministry)는

목사나 선교사가 다른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포함하는 데,

한국교회 15만 명에 이르는 목회자 가운데

대략 5만 명이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랍비직업개발원은 제과제빵과 바리스타 같은 손쉬운 교육부터

고난도 용접과 에어컨설치과정까지 현재진행중이다.

‘성직자는 청빈해야한다’는 전통적 관념에서 벗어나

‘재정자립이 가능한 힘 있는 목회’로의 변화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사장 정성진 목사는 “직업교육이 풍성한 목회를 이끌 것이다”며

“일하는 목회자의 당당함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한다.

그래서일까. 지난 3일 가스펠투데이가 찾아간

인천본향교회(담임 김웅기 목사) 내, 에어컨설치 교육장은

공구소리와 웃음소리가 어우러진 활기찬 분위기였다.

3기 에어컨설치팀. 앞줄 왼쪽부터 김웅기, 손민준 목사.
3기 에어컨설치팀. 앞줄 왼쪽부터 김웅기, 손민준 목사.

■ 재정자립이 가능한 행복한 목회

랍비직업개발원은 사단법인 크로스로드가 지난해 설립한 목회자를 위한 직업교육기관이다. 사무총장 손민준 목사는 “여기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목회자가 이곳에서 배운 기술을 생계보다는 목회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설립취지가 재정자립이 가능한 행복한 목회에 있다”고 강조했다. 손 목사는 “개발원이 거룩한빛광성교회, 거룩한빛운정교회, 제자성광교회 등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제과제빵, 커피바리스타를 비롯해 컴퓨터를 활용한 디자인과 전자출판, 그리고 피복아크용접, 가스텅스텐아크용접, 에어컨이나 세탁기,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세척서비스, 에어컨설치 등 다양한 직종을 다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자격증 취득에서 취업과 창업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호응이 상당하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 목회자가 ‘갑’인 에어컨설치

에어컨설치반은 김웅기 목사가 있어서 가능했다. 김 목사는 삼성, 엘지, 위니아 등 국내 에어컨 3대기업으로부터 설치자격을 인정받은 베테랑 기술자다. 현재 에어컨 실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본향교회(인천시 서구 탁옥로 105) 개척 당시, 지인으로부터 기증받은 에어컨이 사역의 계기가 되었다. 설치비가 너무 비싸 직접 나서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이웃교회를 돕다보니 점점 기술이 쌓여갔다. 목회자 특유의 성실성이 장점으로 부각되어 소문이 퍼지면서 이집 저집 출장(?)까지 나서게 되었는데, “설치 시간 1시간 동안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게 무엇보다 기뻤다”고 한다. 중요하게 깨달은 것은 “에어컨기술이 목회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예배가 있는 날 설치요청이 들어올 때, 오늘은 안 되고 내일 모레 가능하다고 말하면 다들 그렇게 받아들인다”면서 “에어컨 기술로 ‘목회자가 갑’인 자비량목회를 할 수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랍비직업개발원 이사장 정성진 목사
랍비직업개발원 이사장 정성진 목사

■ 되로 받고 말로 주는 교육비?

에어컨설치엔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당연히 교육과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시간과 비용 면에서 큰 대가가 요구된다. 교육비에 식대에 기본적인 공구구입비만 더해도 비용이 상당한 게 현실. 그렇다고 목회자에게 재정적인 부담을 지우기도 곤란하고, 그럼에도 자존심(?)은 지켜드려야겠고, 그래서 손민준 사무총장은 “실비용200만원 가운데 목회자에게서 20%정도를 받고, 나머지는 랍비직업개발원이 부담한다”면서 ‘되로 받고 말로 주는 교육비’의 배경을 설명했다. 3기 교육에 참여한 고기복 목사는 “30만원을 납부했는데, 서너 배 값어치의 공구를 선물로 받았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참여자 모두가 목회자이다보니 교육시간절감도 신경을 썼다. 일반 학원에서 5~6개월 걸리는 과정을 몰아치기수업으로 종일반 4~5일에 마무리한 것이다. “부족한 부분은 자주 만나 교제하고, 현장에 참여시켜 발전시켜나간다”고 김웅기 목사는 다양한 사례를 들려주었다.

■ 기사님 말고 목사님이라고 불러주세요

에어컨 설치 현장에 나갈 때, 고객에게 목사 직함이 있는 명함을 건네주며 “기사님이 아닌 목사라고 불러달라”고 요청을 하면, 크리스천도 일반인도 모두들 깜짝 놀란다고 한다. 목사직분을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에어컨 기술이 행복한 목회를 위해 택한 부차적인 직업이니까. 그리고 첫 대면에 목회자인 것을 알려야, 한 시간정도 걸리는 기기설치나 애프터서비스 중에 복음을 전할 수 있으니까. 김웅기 목사는 “목사님이라고 불러주면 설치비를 깎아주는 선심(?)을 쓴다”면서 “심지어 형편이 어려운 가정일 경우 ‘집에서 가까운 교회 출석한 사진 한 장’에 설치비 면제뿐만 아니라 신형 에어컨까지 덤으로 준적도 있다”고 수익창출보다 복음전파가 우선임을 알려주었다.

3기 목회자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조덕수, 정민 목사(왼쪽부터)
3기 목회자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조덕수, 정민 목사(왼쪽부터)

■ 에어컨을 들고 찾아간 섬마을 봉사

지구온난화로 인해 열대야가 길어지는 대한민국의 기후조건에서 에어컨설치기술은 선교와 봉사를 위한 최적의 무기일 수 있다. 지난해엔 0기(부산), 1기(서울‧경기), 2기(순천‧광주)를 수료한 목회자가 한 뜻으로 뭉쳐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에 있는 작은 섬들을 찾아갔다. “섬마을까지 에어컨 기술자들이 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여러 대의 에어컨을 준비해 한걸음에 달려간 것. 무더운 여름 한 철 섬마을 바닷가로 휴가를 겸해 떠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취재 당일, 교육지원을 위해 부산에서 왔다는 조덕수 목사는 “섬이라고 해서 기대를 갖고 갔는데, 바닷가에 나갈 틈이 전혀 없었다”면서 “첫날부터 거처가 없어 길거리에서 돌베개를 베고 모기에 뜯겨가며 잠을 자야했다, 야곱의 고난이 떠오르더라”고 큰 웃음을 터트렸다. 옆에 있던 정민 목사는 “첫날부터 마치는 날까지 바다는 못보고 목을 추겨들고 에어컨만 보고 왔다”고 “무보수에 휴식도 없는 행사, 앞으로 나는 빼줘(웃음)”라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어 선교보고(?)의 대미를 장식했다.

■ 일 년 내내 무더운 동남아 선교에, 딱!

고온다습한 동남아지역에서 에어컨설치는 고소득을 창출하는 귀한 직업으로 분류되지만, 기술을 습득하기가 쉽지는 않다. 교육시설도 부족하고, 장비도 부족하고, 그래서 공구 하나를 열댓 명이 돌려쓰며 수업을 받다보니 효율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 그래서일까, “교회 청년들이 에어컨기술을 배우면 헌신도가 높아지고 교회자립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선교사들이 이따금씩 지원요청을 해온다”고 김웅기 목사가 입을 열었다. “작년엔 자비량으로 필리핀 클락에, 올해 여름엔 크로스로드의 지원을 받아 마닐라에 다녀왔다”면서 “필리핀의 경우 에어컨을 다루려면 국가자격증이 필요한데, 나흘간의 속성과정에서 겨우 이틀째 되는 날 시험감독관이 찾아온 급히 치룬 시험에서 교회청년 모두가 합격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고 뿌듯해 했다. 그 결과 “랍비직업개발원의 실력을 인정한 필리핀 당국이 향후, 수료생들에게 자격증을 부여하기로 했다”는 귀한 소식도 덧붙여 주었다.

김웅기 목사와 선교의 동기를 부여해준 에어컨
김웅기 목사와 선교의 동기를 부여해준 에어컨

■ 랍비직업개발원과 좋은친구선교회

김웅기 목사는 에어컨설치교육을 이수한 목회자를 중심으로 ‘좋은친구선교회’를 설립해 ‘랍비직업개발원’과 손을 잡고 폭넓은 선교를 진행할 포부에 젖어 있다. 내년 봄엔 강원, 충청, 경북을 찾아가 현지 목회자에게 신바람에어컨목회를 소개할 계획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필리핀, 캄보디아,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에어컨이 필요한 동남아 곳곳을 누비며 겉과 속이 시원한 하늘나라의 복음을 전할 계획이다. 김 목사에겐 에어컨기술보다 강력한 무기가 또 하나 있다. 기술이전을 하며 뜻을 모은 45명의 동역 목회자다. 몇 년을 더 진행하면 이내 300용사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기드온 300용사를 넘어서는 신바람 목회, 성령님의 역사하심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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