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역자 현실, 지속적으로 개선되길
여성 사역자 현실, 지속적으로 개선되길
  • 이혜정 교수
  • 승인 2024.09.12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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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_이혜정 교수(영남신학대학교)

(지난 호에 이어)

‘여성 사역자 이야기’를 공유한 이유

여성안수 이슈는 성차별을 극복하고 남성과 여성 모두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하였다. 본고에서 다룬 4명의 여교역자는 각각 다른 시대를 살았다. 1937년생 손혜옥 전도사는 안수 받지 못한 담임목회자였다. 그는 전쟁 시기에 남편을 잃고 비혼모로 신학교를 졸업하여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교회개척사역을 하였다. 제도적으로 목사가 될 수 없었던 그는 자신이 개척한 교회가 중견교회로 성장하자 후임 남자 목사에게 당회장 자리를 물려주고 떠나야 했다.

1945년생 정순옥 목사는 신학교를 졸업하고 1978년부터 2001년까지 교회개척과 목회사역을 전도사로 동역하였다. 1994년과 1995년에 전국여교역자연합회장으로 여성안수가 제도화되는 순간을 함께 하였으며 56세에 목사안수를 받아 시골교회 위임목사로 단독목회를 시작하였다. 그는 66세에 선교목사가 되어 80세인 지금까지 캄보디아 선교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여성안수의 쾌거는 무명의 여전도사들이 헌신한 결과이며 열매라고 믿는다. 그리고 여성안수의 현실개선을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 발견되는 차별에 대해 발언하고 거부하는 실천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1959년생 면담자 A목사는 1995년에 신대원을 졸업하고 선배들이 이룬 여성안수의 열매를 누리며 1999년 목사안수를 받았다. 그는 26년간 기관목사 사역에 집중하여 훌륭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는 여교역자가 사역현장에서 철저히 준비되기 위해 자기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연대하고 협력하는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조언한다.

1973년생 면담자 B는 대학 시절에 여성안수가 통과되었고 2002년에 신대원을 졸업하였다. 목사고시를 합격했지만 남편이 부목사로 청빙된 교회가 사모의 안수를 반대하여 목사안수를 포기하였다. B는 현재 여성인권운동 시민단체의 핵심인물로 활동하면서 하나님나라 확장을 위한 예수생명사역을 전개하고 있다.

본고에서 다룬 4명의 여교역자는 각각 다른 시대와 다른 삶의 정황에 있다. 그러면서도 당대에 있을법한 여교역자 유형을 제시해 주는 의미가 있다. 여러분들은 또 다른 손혜옥 전도사를 떠올릴 수 있다. 안수 받을 수 없어 남자 목사의 그늘에서 활동하며 전도사에 머물렀던 수많은 여전도사들을 말이다.

정순옥 목사를 통해서는 여성안수를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운동에 참여했던 무명의 여전도사들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면담자 A목사처럼 사역현장에서 남자 목사와 함께 동역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여목사들, 그리고 면담자 B와 같이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목사안수를 포기하거나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한 여전도사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B와 같이 신대원을 졸업한 수많은 여신학생들은 얼마나 목사안수를 받았고 얼마나 목사안수를 받지 않았을까? 그리고 어떤 이유로 안수를 받지 않았을까?

오늘날 여성 사역자의 현황

한 가지 의미 있는 설문조사를 소개한다. 2024년 3월, 장순애 교수와 조정은 전도사가 실시한 ‘105기 장신대 신대원 여학생들의 현황조사’는 2009년에 신대원에 입학하고 2011년에 졸업한 105기의 90명 여학생들을 추적하였다. 58명의 응답자 중 35명이 목사안수를 받았고 23명이 안수를 받지 않았다.

자료에 의하면 105기 여학생 58명 중 60%가 목사안수를 받았다. 그리고 46%가 현재 교회사역자로 활동하고 있다. 교회목사와 전도사, 교회 밖 사역을 합치면 약 67%가 사역현장에 있다. 그리고 정확한 수치로 파악하지 못했지만 기혼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정순옥 목사가 구술한 대로 1970년대 후반, 여전도사 연합회의 400명 중 단 두 명만이 기혼자였던 것과 비교하면 반대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105기 신대원 여자졸업생들이 목사안수를 받지 않은 경우, 그 원인은 다양했지만 주로 남편사역, 출산, 육아와 관련되었다. 몇 개의 답변을 소개한다.

“남편 목사의 사역지를 따라다니다 보니 사역기회가 있었지만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남편 사역지에서 전도사로 사역하여 목사안수를 받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출산과 육아로 사역을 멈추었다가 육아대리자를 구하지 못해 사역을 그만두었다.”

“목사안수를 신중히 미루다가 지금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즉 남편 목사의 사역이 우선순위가 된 현실에서 출산과 육아가 겹쳐 아내의 사역은 가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달리 표현하면 기혼 여교역자의 현실은 사역과 출산과 육아, 남편 목회의 보조 등 몇 중의 과업이 얽힌 복합적인 상황이다.

필자의 결론은 여기서 그친다. 미시적 관점에서 출발하여 4명의 여교역자 이야기를 풀어내었지만 그것을 통합하는 하나의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우리의 삶은 똑같지 않고 저마다의 이야기가 존재하는 개별의 삶이다. 본고에서 제기한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논의와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 최종목표이다. 바라기는 독자들이 이들의 삶의 정황에서 감지되는 크고 작은 요소들을 발견하고 우리의 일상과 교회생활에서 여성안수의 현실을 파악하고 개선되어야 할 점들을 발견하는 데에 이르기를 희망한다.

구술 자료 축적의 필요성

나아가 필자가 바라는 것은 여성안수 30년을 맞아 여성안수 관련자들의 이야기가 구술 자료로 기록되는 것이다. 최근 2010년대부터 국사편찬위원회를 비롯하여 학계에서는 구술자료 수집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기록은 권력자들의 전유물에 가까웠기에 약자들은 기록에서 소외되었다. 그래서 구술 자료는 민중, 백성, 약자들의 기록을 담기 적합한 형태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교회의 여성들은 특히 기록에서 만나기 어렵다. 한국교회 역사를 거슬러 갈수록 여성들의 이야기는 거의 기록되지 않았다. 마치 예수님을 따르던 수많은 여자들의 기록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관련자들의 이야기가 묻힐 것이다. 연로하신 여성안수 선배들의 이야기가 남겨질 수 있도록 구술 자료가 수집, 축적되어야 하겠다. 구술 자료는 그 자체로 날 것의 증언이다. 원형의 자료가 남겨지면 이후에 후속 작업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연대기 작성, 역사적 정리와 평가, 학술연구 등이다. 그러므로 구술 자료는 역사자료의 수집의 의미가 있는 반면 역사적 해석과 평가는 후속작업으로 이어져야 한다.

때로는 구술 자료들 사이에 이해 상충이 존재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본고에서도 정순옥 목사의 여성안수운동, 안식관 건립에 관한 구술내용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정순옥 목사와 다른 증언을 하실 분들도 계실 것이다. 실제 필자가 구술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사안에 관한 이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구술 자료가 남겨져야 한다. 구술 자료는 당장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저 날것의 자료가 남겨지면 그에 대한 추적과 연구, 평가는 후대의 몫이 된다. 또한 시간이 흐르면 평가가 달라지기도 한다. 지금 시점에서 급하게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시점에서 남겨져야 할 역 사 자료를 남기는 것이 급선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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