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와들보] 나 곧 ‘나’에게로 돌아오라
[티와들보] 나 곧 ‘나’에게로 돌아오라
  • 조태영 목사
  • 승인 2024.07.09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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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며칠 전 어릴 적부터 허물없이 지내온 죽마고우에게 그의 이마를 직격하는 물매를 날리는 사고를 저질렀다. 그는 상당한 재력을 가진 강남의 부자이다. 그는 강남의 이름난 교회에 다녔는데 교회가 분란이 나서 지금은 다른 이름난 교회에 나간다. 부인은 매주 기도원에 가서 철야기도를 하고 올 정도로 열심이고 교회 봉사에 헌신적이었는데 몇 년 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한때 사업에 실패하여 심한 환난을 겪었다가 재기에 성공하여 지금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탄탄한 재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자식들이 속을 썩이는 것이다. 그가 한참 고생하던 때에 아이들이 안팎에서 받은 상처가 많았고, 그것들이 속에 쌓였다가 지금 문제가 되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나는 수년간 곁에서 지켜보고 하소연을 들어주고 기도와 상담 아닌 상담을 해왔다.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돈이 있다. 돈이 없어서 생긴 문제와 돈이 있어서 생긴 문제가 치밀하게 엮여 있다. 그는 돈에서 뻐져나오지 못하고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예나 지금이나 허우적거리고 있다. 지금은 자식들과 엉켜서 더욱 험한 지경 속에 있다.

그는 할 수 있는 데까지 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경험상 원칙이다. 그의 경험적 현실에서는 다른 방법은 없다. 나는 더 이상 아픈 데 연고를 발라주는 겉도는 처방으로는 그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편지를 썼다.

“○○아, 네가 네 생각으로 너무 바쁘구나. 네 부산한 생각들, 들썩이는 욕망들로 정신이 없구나. 먼저 그것들을 그만 내려놓아라. 그리고 네 안으로 들어가 거기서 너 자신, 너의 ‘나’를 먼저 찾아라. 바깥일로 바쁘지 말고, 너 자신 안에 머물러 너의 ‘나’를 보고, ‘네 안의 소식’을 들어라. 그래야 비로소 네가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이다.

네가 정신을 차려야 네 아들과 딸이 정신을 차린다. ○○이의 모습이 너의 모습이다. ○○이가 너의 거울이다. 네가 빠져 있는 것에 ○○이가 똑같이 빠져 있다. 네가 숭배하는 신을 ○○이가 똑같이 신으로 숭배하고 있다. 네가 믿는 돈이 너의 우상인 것같이 ○○이에게도 돈이 우상이 되었다. ○○이가 돈 것이 아니라 네가 먼저 돌았고 ○○이가 너를 따라가고 있다. 돈에 사로잡혀서 네 정신이 하나님을 뒤로 돌리고 돈의 우상에게로 돌았다. 돈이 너의 신이 되어 너를 끌고가고 너는 돈의 신을 따라가고 있다. 너는 돈에 눈이 멀어서 너의 ‘나’를 잃어버렸다. ‘나’에게서 너무 멀리 떠나서 ‘나’의 모습이 보이지도 않고 ‘나’의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다. 너는 ‘나’에 대하여 소경이고 귀머거리가 되었다.

너에게서 ‘나’는 죽었고, ‘나’에 대하여 너는 죽었다. 너는 죽지 않고 살기 위하여 ‘나’에게로 돌아와라. 잃어버린 너의 ‘나’를 찾고 ‘나’의 생명을 얻어라. ‘나’는 빛이다(요 8:12).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 14:6). 내가 곧 ‘나’이다(요 8:24, 28). 나 곧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생명의 본원)께로 올 자가 없다(요 14:6). ‘나’는 문밖에 서서 너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네가 문을 열면 ‘나’는 너에게로 들어가서 너와 함께 먹고 너는 ‘나’로 더불어 먹을 것이다(계 3:20). ‘나’는 너와 함께 살고 너는 ‘나’로 더불어 살 것이다.

너는 이제 나 곧 ‘나’인 분에게로 돌이켜라. 그러면 너는 너의 모든 염려와 갈등과 고민, 고통의 근원인 너의 생각과 욕망에서 해방될 것이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아, ‘나’에게로 오라. 나 곧 ‘나’가 너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을 것이다.”

편지를 보내고 다시 읽으니 ‘○○아’에서 나의 이름이 메아리쳐 돌아왔다. 나 곧 ‘나’인 분이 가리키신 ‘너, 너희’는 또 누구인가? 아직도 저를 ‘나’로 여기는 이 사람 아닌가?

조태영 목사<br>한신대학교 명예교수(국문학)<br>한국고전번역원 이사<br>​​​​​​​경기중부NCC 고문
조태영 목사
한신대학교 명예교수(국문학)
한국고전번역원 이사
경기중부NCC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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